제주 흑돼지, 저(猪) 집에 가면 - 매봉역 맛집

토요일, 그러니까 어제. 매봉역 근처 새로 문을 연 제주 흑돼지 전문점 '저(猪) 집에 가면'에 다녀왔다. 동생이 새로 낸 곳인데, 그동안 편찮으셨던 어머니 일로 바빠 미루고 미루다 어제야 겨우 맛보러 다녀왔다. 오픈 전부터 내게 선보였던 이런 저런 테스트 밑반찬들이 내 입맛에 딱 맞춘 듯 했기에, 가는 발걸음도 기대로 설레었다. 따스한 햇살, 살랑이는 바람, 구름 같은 벚나무에서 흩날리는 꽃비... 벚꽃 엔딩과 시작이 좋아가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주말이었다. 



'저(猪) 집에 가면' 가게 입구에 도착했다. 연두와 화이트의 깔끔한 외양이 뭔가 오가닉organic한 느낌이랄까.   


주차는 건물 주위에 10대까지 할 수 있고, 근처에 공영주차장도 있어, 그곳에 주차할 수 있다. 


이곳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제주산 흑돼지 전문점. 문 앞에 있는 차림표에 작게 써 있는 것을 보고서야 알 수 있는 점은 아쉽다. 이런 것은 멀리서도 보이도록 크게 써 붙여 놓으면 좋았을텐데.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주방. 활짝 열려있어 가게 어디에 서나 주방 내부를 볼 수 있다. 열려있는 만큼, 깨끗하게 유지할 수 밖에 없을 것만 같다. 

 

내가 앉았던 자리에서 본 가게 내부 풍경. 불판만 아니라면 고기 집인지 모를 것만 같다. 카페 같은 분위기가 커피 한 잔 갖다 놓고 책 한 권 들고 있어도 어울릴 듯 하다. 주변 회사들이 쉬는 토요일 점심때가 가장 대접 받으며 먹을 수 있는 시간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날 잘 잡아 갔네. ㅎㅎ

 

우리가 어제 먹었던 것은 짜투리고기+삼겹살+목살+된장찌개가 3인 세트로 나오는 '저면모듬'과 '반반고기' 그리고 계란찜과 김치짜글이였다. 짜투리 고기는 목살이나 오겹살의 끝자락의 특수부위 고기란다. 제주도 지역을 제외하면 뭍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맛이라고. 반반고기는 짜투리고기와 삼겹살이 반반씩 나와 둘 다 맛볼 수 있다.   


자리에 앉으니 다른 밑반찬과 함께 처음으로 나온 샐러드. 쉐프의 특제 드레싱이 쌉싸레한 채소와 어울려 식욕을 돋궈주었다.

 

짜잔~ 드디어 나온 저면모듬. 주방에 있는 화산석 그릴에서 초벌구이가 되어 나온다. 먹음직한 고기. 왜 이렇게 비주얼까지 멋진것인지...


화산석 그릴에서 초벌구이한 고기와 양파, 대파를 주물 팬에 올려 다시 한 번 속속들이 익혀준다. 익은 대파 속만 쏙 빼 먹다 보니 달콤한 맛이 칼솟타다가 따로 없다.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팬이다. 금속공예 하는 남편이 먼저 감탄한 이 팬은 업소에선 잘 보지 못했던 롯지 주물 팬. 왼쪽 구석엔 롯지 Lodge,오른쪽 구석엔 'since 1896'이라고 써있다. (롯지주물팬 구입/길들이기 글 읽기

 

이것은 반반고기.


다 구워진 고기를 짜지 않고 새콤달콤한 마늘향 소스에 찍어 먹으니 맛이 환상적이다. 쫄깃한 고기에 상큼한 향이 안성맞춤.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맛.


짜글이도 나왔다. 돌냄비에 자글자글 끓으며 나오는 이 자작한 김치찌개에는 숭덩숭덩 돼지고기가 들어있어 감칠 맛을 더하는데, 술은 마시지 않는 나지만, 이런 맛이 소주를 부르는 맛이 아닐까 싶은 그런 맛이었다. 국물 흥건한 찌개와는 또 다른 맛은 내 입맛에 꼭 맞는 그런 맛.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생각나는 것이 이거 하나만 있어도 밥 한 대접은 뚝딱 먹을 수 있겠다 싶다. 


보글보글 알찜. 집에선 왜 이렇게 안 만들어지는 것일까? 싱겁게 먹는 내게는 조금 간간한 듯 하지만 맛있어...


정면에서 보이는 부엌 한쪽엔 'GRILL'이라고 쓰여있는 곳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우리가 먹은 고기를 초벌구이하는 곳. 이곳에 이 집 고기맛의 비결이 숨어 있었다. 눈 좋은 분들은 한 번 찾아 보시길. ^^


이 그릴 아래 화산석이 깔려있고, 그 화산석이 달궈져 그 열기로 고기가 구워지는 시스템인듯 했다. 양해를 구하고 동영상을 찍어 보았다. 이런 거 잘 못하는데, 다른 손님들이 없는 틈을 타서 얼른 찍었다. 


저집에 가면 이쁜 물통이 있다고 소문낼까보다. 이런 물통은 도대체 어디서 파는 걸까. 내 맘에 쏙 드네. 스텐레스라 뜨거운 물로 박박 닦아도 깨질리 없고 위생적일 것 같다. 


아까 그릴 사진에 맛의 비결이 있다고 했는데, 찾으셨는지. 내 생각에 이 집 고기맛의 첫번째 비결은 뭐 당연히 제주에서 직송한 흑돼지 겠지만, 그다음은 바로 아까 그 화산석 그릴과 이 소금, 그리고 아래 사진에서 보는 한라산 소주인 것 같다. 

천일염이 좋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천일염이 장판염과 토판염으로 나뉜다는 것은 어제 처음 알았다. 토판염은 판판하게 다진 땅바닥에서 만든 천일염이란다. 그래서 원래 그렇지 않느냐고 했더니, 요즘 천일염(장판염)은 염전 바닥에 장판지를 깔고 만드는 것이라고. 그래서 토판염은 무기질이 풍부하고 덜 짜다고 한다. ('우윳빛 결정체, 토판염이 돌아왔다'뉴스 읽기


마지막 비결은 아마도 한라산 소주가 아닐까? 마셔본 사람들 말에 의하면 이제까지 마셨던 것과는 다른 매력적인 맛이라고 하던데...


다른 곳에서는 7,8천원 하는 한라산 소주를 저 집에 가면에선 다른 소주와 같은 가격에 판다고 함께 갔던 사람이 놀라워 해서 찍어본 음료수 전용 차림표. 


마지막으로 찍어본 사진은 압력밥솥. 업소용 밥솥이 아니라 이렇게 집에서 쓰는 가정용 밥솥이 조르르 놓여 있었다. 한꺼번에 몇 십 명 분을 하지 않고 그때그때 따로 밥을 짓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좀 더 맛있는 밥을 대접하고 싶은 그런 마음?


제주 흑돼지 고기가 너무나 맛있어 고기 먹느라고 밥을 안먹어 된장찌개 맛을 못 본 것이 아쉽다. 집에 돌아와 생각하니 고기를 먹어도 가스가 차지 않고 속이 편한 것이 찌개나 다른 반찬에 인공조미료는 쓰지 않았나 보다. 다음에 가면 항정살이랑 된장찌개를 먹어 봐야지. 그런데 김치 짜글이도 또 먹고 싶다. 누구를 데려 갈까. 아예 다음번 친구 모임은 여기서 하자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 02 6497 2595

주차: 10대/주변 공영주차장 있음

Wi-Fi : 가능



지도에 표시된 '도곡 목련공원'이 바로 가게와 붙어있다. 저 집에 가면에서 식사를 마친 뒤 바로 맞은편 커피전문점 Gentle Coffee에서 커피를 사들고 공원으로 갔다. 커피까지 마시고 벚꽃이 날리는 양재천 뚝방길을 걸은 이야기는 또 다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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