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투어] 설악산 주전골-용소-선녀탕-오색약수-양양 물치

설악산 주전골-용소-선녀탕-오색약수-양양 물치

사방이 아직 깜깜한 새벽 5시 40분,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는 영하1도까지 떨어졌다. 설악산은 전날 영하 7도 까지 떨어졌다는데 오늘은 얼마나 추울까 하는 생각에 아래 위 모두 내복으로 무장하고 얇은 패딩까지 걸쳤다. 

지난번 여행사에서 떠난 바다열차 여행의 오대산 전나무 숲 트래킹 코스는 샌들 신고도 걸을 정도였기에 운동화를 신을까 했지만, 이번은 '계곡'을 걷기에 등산화를 챙겨 신었다. 추운 날 미끄러지기까지 하면 큰 일이니까. 날이 어찌나 맑은지 별빛.

 

7시에 용산역에서 출발한 ITX-청춘 열차는 쾌적했다. 아침 대신 가져간 바나나, 요거트, 빵 등등의 간식을 먹고 잠깐 졸았더니 어느새 남춘천. 따뜻한 열차에서 졸다 나오니 아침보다 더 추운 느낌이다. 여행사에서 마련한 관광버스로 갈아타면 한계령을 거쳐 설악산에 도착한다. 

한계령. 대학 수학여행 때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를 뚫고 겨우겨우 도착한 한계령에서 덜덜 떨며 마신 커피는 일생을 통털어 가장 맛있는 커피였다. 운무와 커피. 한계령은 내게 안개와 커피로 기억되는 곳이다. 

하지만 이날 도착한 한계령은 더 이상 안개와 커피의 고개가 아니었다. 바람과 바람과 바람의 계곡이 되어버릴 한계령. 그렇다. 한계령은 寒溪嶺인 것이다. 



산행은 주전골 계곡에서 부터 시작한다. 계곡을 타고 계속 내려가는 내리막 길이다. 이 말은 올라가느라 땀 뻘뻘흘리고 헉헉거릴 필요 없이 사부작사부작 걸어내려가기만 하면 되는 쉬운 트래킹이란 뜻이고, 바꿔 말하면 주룩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물어 물 마른 계곡이니 잔돌이나 모래로 미끄러지기 쉬워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도 한 아가씨가 미끄러져 고통받고 있는 것을 보았다. 


주전골은 옛날 위폐범들의 본거지였던 데서 유래한다는 가이드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걷다 보니 바위가 꼭 엽전을 켜켜로 쌓아 놓은 모양처럼 보이기도 했다. 주전골을 걷다보면 용소폭포와 12선녀탕을 만난다. 아래 사진이 용소폭포, 그 아래 동영상은 12선녀탕이다. 물이 말라 그런지 12개 까지는 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실제로 몇개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찍은 자리에서만 보이지 않았던 것인지도. 





걷다 출출해질 쯤 되면 버스는 우리를 싣고 양양 시내를 가로질러 물치 포구로 데려다 준다. 인천 소래처럼 회센터가 있는데, 그곳과는 달리 횟감을 사고파는 곳과 식당이 다른 층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고기를 고르고 안으로 들어가 따끈한 온돌방에 앉아있으면 바로 먹을 수 있다. 가격은 횟감 중량별로 다르지만, 기본 상차림(쌈채소 및 기타)이 3,000원, 채소 추가 1,000원, 맥주 3,000원, 매운탕 보통 7,000원, 큰것 10,000원이다. 남편과 나는 방어와 광어 한 마리, 맥주 한 병씩을 나눠 먹었다. 채소는 두 번 먹었다. 

그래서 나온 계산서는 모두 합해 39,000원. 매운탕은 너무나 배불러 맛보지 못했다. 처음 회가 나왔을 땐 생각보다 적어보여 실망했는데, 시내 횟집처럼 한겹씩 살포시 얹은 것이 아니라 그냥 접시에 막 담아놓아 적어 보였던 것. 먹어도먹어도 줄지 않는 회의 양에 그저 웃었다. 


부른 배를 다스릴 겸 해변을 걸었다. 사진은 올리지 않았지만 방파제를 따라 낚시꾼들이 한가로이 낚시를 드리우고 있었고, 그 끝에는  빨갛고 하얀 등대가 하나씩 있었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나상실과 장철수가 나오는 예전 드라마 촬영지였다는데, 설마 남해와 동해를 오가며 찍었을까. 독일마을 근처에는 이만한 등대가 없었나보다. 





작은 돌들이 파도에 쓸려 모래밭에 패턴을 만든다. 파도는 다시 지우고 또 그리기를 반복한다. 그림만 그릴까. 연주도 한다. 쏴- 철썩 하는 소리는 세상 잡사를 잊게 하는 힘을 가졌다. 


깜깜한 새벽에 집을 떠나 집에 도착한 것은 깜깜한 밤 10시 반. 느긋한 일정에 산채정식-회-춘천막국수로 이어진 먹방투어였던 이번 여행은 단풍과 계곡, 산과 바다를 한꺼번에 즐긴 힐링 여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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