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 샤브샤브 센터원점 주말 저녁식사

일요일 저녁. 남편 생일을 맞아 식구들이 모여 저녁 한 끼 함께 하기로 하고 고베 샤브샤브 센터원점에 모였다. 원래 생일은 며칠 있어야 하지만, 다들 그날 바빠 시간을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을지로 입구역 4번 출구에서 청계천 방향으로 가다 보면 미래 에셋 빌딩이 나오는데, 그 건물 지하 2층에 있다. 찾기 어려우면 커피빈 청계천을지로점을 바라보고 가다 우회전하면 된다.

사진으로 보면 불이 켜진 게 훤히 보이지만, 6시쯤 도착했을 땐 그저 컴컴하기만 한 것이 문 닫고 영업 안 하는 가게처럼 보였다. 안내판에 불이 켜져있지 않았으면 입구가 아닌 줄 알았을 정도.

내부는 어두컴컴 한 것이 좋게 말하면 분위기 있고, 나쁘게 말하면 음식점 같지 않은 느낌. 예약을 하고 갔던 터라 바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사실 주말 저녁시간이라 붐빌 것을 예상해 예약을 하고 갔는데, 아래 사진에서 보듯 홀에 손님이 별로 없었다. 하긴 사무실이 텅 비는 일요일이라 여의도처럼 주말에는 길거리도 인적이 드물긴 했다.

와규 스키야키

우리는 샤브샤브 대신 와규 스키야키를 주문했다. 달콤 짭잘한 스키야키는 어릴 때부터 최애 음식 중 하나다. 샤브샤브를 좋아하는 남편 생일날 스키야키를 먹고 싶은 사심을 챙기는 나. 내가 생각해도 좀 웃기다.

아래 사진은 4인분이 세팅된 모습이다. 넓적한 냄비에 배추와 양파, 대파, 청경채, 쑥갓, 그리고 버섯 4종(표고, 새송이, 목이, 느타리)이 담겨있다. 오른쪽 함에는 얇게 썬 고기가, 유리 종지에는 날달걀이, 나무 그릇에는 장아찌가 담겨 있다. 사진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작은 유리 팟에 물이 담겨있다. 맹물이다. 육수가 졸아들면 너무 짜게 되므로, 그때 넣으라고 준비된 것이다.

스키야키

청경채는 저렇게 밑동을 아래로 가게 하고, 푸른 잎 부분은 위로 가게 해두고 끓이는 것이 좋다. 전체를 다 뉘어놓고 끓이면 밑동이 익을 무렵엔 얇은 잎은 곤죽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표고와 양파, 배추의 줄기 부분도 먼저 익히는 것이 좋다.

어느 정도 채소를 먹고 나면, 그때부터 고기를 먹기 시작한다. 고기를 넣어두고 익는 동안 달걀노른자는 젓가락으로 풀어 흰자와 미리 잘 섞어둔다. 흰자까지 함께 섞어야 맛이 더 깔끔하고 부드럽다.

돌돌 말린 고기를 그대로 넣으면 익는데도 오래 걸리고 뻣뻣하면서 질겨진다. 재빨리 슬쩍 익혀 먹는 게 부드럽고 말랑하게 먹는 비결이다. 그러려면 채소를 좀 먹고 냄비에 고기 들어갈 자리를 확보한 다음, 고기를 넓게 펴서 익혀야 한다.

크림 리조또

고기는 그렇지 않지만, 채소는 무한 리필이다. 얼마든지 더 달라고 해서 먹어도 된다. 하지만 다음 코스도 있으니, 내 양이 작은 편이라면 여기서 그만 다음 코스로 넘어가는 것이 좋다. 크림 리조또가 기다리고 있다. 아래는 직원분이 밥과 크림, 달걀, 기타 재료를 넣고 빙글빙글 눋지 않게 저어가며 리조또를 만드는 모습.

고소하고 진한 맛이 아주 일품이다. 몸을 생각하면 크림 리조또 대신 채소를 더 추가해서 먹는 것이 나았겠지만, 입을 생각하면 역시 리조또를 먹는 경험도 좀 시켜줘야 좋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