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강문해변 & 일광화상의 추억
지난 목요일. 휴가를 내고 당일치기로 강릉 강문해변에 다녀왔다. 강릉은 여러 차례 가봤지만, 강문해변은 처음이었다. 강문해변은 작고 조용한 해변이다. 시끌벅적하지 않고 가족단위로 조용히 가서 차분히 쉴 수 있는 그런 곳. 강문해변을 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흔히 ‘사람이 제일 무섭다’고 한다. 알려지기 전에는 자연의 생명력으로 가득했던 곳이 사람의 발길이 닿고 나서는 어떻게 망가지는지 여러 번 볼 수 있었다.
강원도 망상 해수욕장이 처음 개장했을 때, 그곳은 어린 내 눈에 완전 파라다이스였다. 백사장에 발가락이 닿는 곳마다 조개가 있었고, 물에 발을 담그면 발목까지 밖에 차지 않는 해안선까지도 물고기가 좇아 나와 사람들을 간질여댔다. 하지만 그다음 해 다시 찾은 그곳은 더 이상 처음 본 그때 그곳이 아니었다. 조개나 물고기는 간 곳 없이 사라졌다. 생명력이 싹 사라진 곳 같았다.
스타벅스 강문해변점
아침으로 황태 순두부 해장국을 먹고 해변을 향해 걸었다. 15분쯤 걸었을까. 작은 카페촌 사이로 해변이 보였다. 그중에도 우뚝 선 것은 세인트 존스 호텔과 스타벅스 강문해변점 건물이었다. 다른 카페도 많지만, 그래도 아침 일찍 여는 곳은 부지런한 스타벅스뿐. 선택의 여지가 없이 스타벅스로 향했다.
정문은 해변 쪽에서 들어가게 되어 있었고, 우리가 들어간 곳은 뒷문이었다. 들어가 보니, 어찌나 시원했는지.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뜨거운 땡볕아래 걸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일단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앉아 사이렌 오더로 레이어 가나슈 케이크와 음료를 주문했다.
- 레이어 가나슈 케이크 - 5,700원
- 딸기 아사이 레모네이드 스타벅스 리프레션 - 5,900원
- 자몽 허니 블랙티 - 5,700원
- 멜론 오브 멜론 - 6,500원
더위에 지친 이들에게 딱 좋았던 음료들이었다. 자몽 허니 블랙티는 늘 알고 먹던 그 맛이었지만 역시 익숙한 맛이 좋은 맛. 딸기 아사이 레모네이드는 새콤한 레모네이드에 달콤한 딸기와 베리가 추가되어 달달한 맛이 피로를 회복시켜 줬다. 멜론 오브 멜론은 말해 뭐 해. 연둣빛 부분은 메로나 녹인 맛이었고, 노란 부분은 멜론 과육을 잼으로 만든 것으로 그냥 멜론 한 통을 먹는 맛이었다.
시원하게 뚫린 유리창으로 낮게 깔린 구름 아래 백사장과 파도가 보였다. 아직 오전이라 해가 이글거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창가자리는 뜨거운 느낌이라 한 줄 뒤에 앉았다. 날이 흐려 바다가 새파란 색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푸른 바다. 하지만 사진으로 보니 그저 뿌연 잿빛으로 보인다.
스타벅스 강문해변점은 이 고장 로컬 카페는 아니지만, 그래도 바다를 내려다보며 쉬기 알맞아 좋았다.
강문해변에서
스타벅스에서 바다를 향해 앉았을 때, 왼쪽으로 구름다리가 보인다. 이 다리를 건너가면 경포해변이다. 반대로 오른쪽으로 가면 샤워장이 있다. 탈의실은 해변 가운데 파라솔 빌리는 천막 근처에 있다.
동해의 특징은 융기해안이라 해안선이 단조롭고 경사가 급하다는 것. 가도 가도 발목에서 허리 정도 차는 서해안과는 달리, 이곳은 조금만 걸어 나가도 발밑이 훅 꺼지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어릴 적 처음 와서 발밑이 무너지는 것 같아 얼마나 놀랐던지. 아는 건 아는 거고, 이번에도 역시 좀 무섭긴 했다. 금방 익숙해져서 재미있게 놀긴 했지만.
사진으로 봐도 보이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몇몇 가족 단위 피서객이 전부다. 정말 한적하다. 7월 말에 이런 해변은 처음 봤다. 어쨌든 우리는 조용하게 쉬면서 편하게 놀다 갈 수 있어 좋았다.
나중에 택시 기사님 말씀이 ‘다른 곳에 비가 많이 오다 보니, 이쪽도 그런 줄 알고 사람들이 오질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영동지역은 구름만 잔뜩 꼈을 뿐 비는 그리 많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나중에 뉴스에서 보니, 오히려 날이 너무 가물어 제한 급수를 하고 있었다.
해변에 보이는 큰 천막에서 비치 파라솔이나 튜브, 구명조끼 등을 각 1만 원 정도면 빌릴 수 있다. 하지만 튜브나 구명조끼는 나중에 반납하면 5천 원을 돌려주니, 실제 요금은 5천 원 정도 하는 셈이다.
우리는 평상을 이용하려고 돗자리를 가져가지 않았는데, 이곳엔 평상이 없었다. 대신 모래밭에 돗자리를 깔든지 아니면 테이블과 의자를 빌려 이용하든지 해야 했다. 할 수 없이 테이블과 의자를 함께 빌려 이용했는데, 모래도 묻지 않고 편했다.
처음엔 튜브와 구명조끼를 하나씩 빌려서 놀았는데, 놀다 보니 튜브는 너무 퉁퉁해 감당이 되지 않았다(팔이 너무 짧았나…;;). 구명조끼가 훨씬 재미있어 하나 더 빌려서 셋이 놀았다. 정말 정신없이 재미있게 놀았는데, 나중에 그 값을 치를 줄은 그땐 미처 몰랐다. ㅜㅜ
일광화상 - 썬번
시간이 흘러 해변에서 철수한 다음, 열차를 타기 전까지 강릉 시내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점점 넓적다리가 화끈거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거 밤에 고생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실제로는 일주일이 넘도록 고생했다. 신기하게도 다른 데는 멀쩡한데, 유독 허벅지만 일광화상을 입었던 것.
밤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시원한 물로 씻어내고 알로에겔을 듬뿍듬뿍 발랐는데도 가라앉을 줄을 몰랐다. 나중엔 버석버석 건조한 느낌이 들어 코코넛 오일까지 섞어 발랐다. 그렇게 조심했는데도 끝내 한 꺼풀 벗겨지고야 말았다. 그동안 얼마나 아팠는지 처음 며칠은 옷이 스치기만 해도 괴로웠다.
사실 화창한 날보다 흐린 날이, 건조한 피부보다는 물에 젖은 피부가 더 화상을 입기 쉽다. 바다에서 노는 동안은 물에 잠겨있으니 괜찮을거라 생각했지만, 나중에 사진을 보니 허벅지는 그대로 드러나 있을 때가 많았다. 게다가 평소에 아무리 반바지를 입어도 수영복처럼 짧은 옷은 입고 다닐 리가 없으니, 드러날 일 없던 허벅지가 햇볕에 놀라기도 했을 것 같다.
붉게 익었던 것이 가라앉으면서 점점 갈색이 되었는데, 어찌나 많이 탔는지 아이들이 팔다리만 검게 탄 나를 보고 ‘진정한 팬더가 되었다’며 놀려댔다. 화상 입기 전에 미리미리 조심하자. ㅎㅎㅎ
일광화상 예방 팁
일광화상을 입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자외선 차단제 사용: SPF 30 이상의 자외선 차단제를 20-30분 전에 충분히 바르고 2-3시간마다 덧바르기
- 그늘 활용: 특히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는 가능한 그늘에서 휴식 취하기
- 보호 의류 착용: 긴 소매 셔츠, 긴 바지, 모자 등으로 피부를 가리기
- 수분 섭취: 충분한 수분 섭취로 피부 건강 유지하기
- 시간제한: 햇볕에 노출되는 시간을 제한하고 간헐적으로 그늘에서 쉬기
이렇게 보면 누구나 다 아는 것들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오전 10시에서 4시 사이 정말 신나게 놀았다. 다 가리고 다녔는데, 그날 바다에서 놀 때 수영복을 입었다. 파라솔 아래 들어와 쉴 때만이라도 긴치마를 입든 수건을 둘렀으면 이런 일광화상의 고통을 겪지 않았을 텐데. 다음에 해변을 갈 때는 꼭 기억해야겠다.
연휴를 맞아 블로그를 뒤지다 그동안 사진만 올려놓고선 포스팅했다 착각하고 있던 글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세상에... 7월 말에 다녀온 후기를 추석 때 작성하다니...
쉬는 동안 부지런히 마저 글을 써서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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