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랗게 빛나는 타일 그림 아줄레주 Azulejos

아름다운 도시 포르투

파랗게 빛나는 타일 그림 아줄레주 Azulejos
Sunset over Porto@wikimedia

 
오래전, ‘나중에 은퇴하면 이곳에서 몇 달 동안 살고 싶다’ 생각한 곳이 있었다. 바로 포르투갈의 작은 도시 포르투였다. 대서양과 도루강이 만나는 항구도시 포르투는 해산물이 풍부하고 우리 입맛에 잘 맞는 요리가 유명하다.

서안해양성 기후라 서울보다 위도가 높은데도(북위 41도) 역대 최저기온이 영하 3.3도에 불과할 만큼 따뜻하고, 여름은 평균 최고기온이 25.7도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사계절이 온화하다. 게다가 지금은 좀 사정이 달라졌다지만, 서유럽에 속해 있으면서도 물가가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은퇴하고 잠시 생활하기에 안성맞춤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소위 ‘은퇴’ 라는 것이 코 앞에 닥친 나이가 되니, 실제로 은퇴란 없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은퇴 후 어디서 살아야지… 하는 것은 그저 요원한 꿈으로 남게 되는 것 같다. 또 몇 년이 지나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파랗게 빛나는 타일 그림 아줄레주 Azulejos

파랗게 빛나는 타일 그림 아줄레주 Azulejos
By I, Alvesgaspar, CC BY 2.5

 
하여튼 그곳에서 살면서 아침 저녁은 셋집에서 해 먹고, 점심은 사 먹자. 밖에 나가선 이런저런 곳을 다니면서 여러 가지 보고 다니자 했던 것들이 여럿 있었다. 그중에 지금 생각나는 것은 파랗게 빛나는 아줄레주다.
 
아줄레주(Azulejo)는 포르투갈의 전통 타일 장식인데, 때론 건물 외벽이, 또 어떤 곳엔 안쪽 벽이 푸른 아줄레주로 뒤덮여 있다. 그런데 이것이 도자 타일이다 보니, 멀리서도 번쩍이는 것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마치 도자기로 만든 건물 같다고나 할까.
 
아줄레주라는 말은 ‘광택을 낸 돌멩이’라는 아랍어  زليج(Zellij)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속해있는 이베리아 반도가 아랍의 지배를 받았던 것이 거의 800년이나 되다 보니(우리나라 일제강점기가 36년이었던 걸 생각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기간이다!), 곳곳에 그 영향이 보인다.
 
포르투갈 최초의 아줄레주는 16세기 초반 마누엘 1세가 신트라 궁을 장식하면서 부터였다. 알함브라 궁전의 타일 장식에 매료되어 자신의 궁전을 아줄레주로 장식한 것이다. 그 뒤로 이 아줄레주는 크게 유행하게 되었고, 점차 포르투갈 사회로 깊숙이 퍼져나갔다. 그 결과, 포르투갈의 세라믹 산업은 크게 발달하게 되었고, 지금도 각종 제품이 기념품으로 팔리고 있다.
 

신트라 궁전의 아줄레호 @위키미디어

 

포르투 사오 벤토 기차역의 아줄레주@ 위키미디어

 
위 사진을 크게 확대해 보면, 일정한 크기의 타일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벽화를 이루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모자이크와도 비슷하지만, 모자이크가 작은 돌이나 유리 조각을 모아 큰 그림을 완성하는 것과 달리, 아줄레주는 규격화된 타일에 그림을 그리거나 무늬를 새겨 더 큰 규모의 작품을 만든다.
 
또, 아줄레주는 주로 벽면 전체를 덮는 데 사용되어 건축물의 일부로 통합되는 반면, 모자이크는 더 작은 면적이나 특정 부분을 장식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아줄레주의 특징적인 푸른색 (파란색과 흰색)은 포르투갈의 문화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렇게 많은 아줄레주가 흰색과 푸른색으로 이루어져 있다보니, 푸르다는 뜻의 아줄(azul)에서 나온 말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빛나는 작은 돌멩이라는 아랍어 알 주라예지(al zulaydj)에서 나온 말이다. 아줄레주가 푸르다는 뜻의 아줄과 거의 비슷한 것은 그저 우연일 뿐. 실제로 아줄레주는 푸른색만 있는 것이 아니고, 색깔이 다채롭다. 그곳에서 파는 기념품만 보더라도 정말 알록달록 원색이 가득한 것들이 많다.
 
포르투의 아줄레주가 단색이든 여러색이든 어쨌든 간에 은퇴 후 그곳에 가서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볼 일이 있을까? 서울에서 사 먹던 파스텔 드 나따의 에그타르트와 현지에서 먹는 에그 타르트는 과연 얼마나 차이 나는지, 호그와트의 모델이 되었다는 리브라리아 렐루의 실제 모습이나 동 루이스 다리의 석양은 어떨지 실제로 감상할 기회가 있을까? 하루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먹는 라면이나 삼겹살의 맛을 느껴볼 수는? 혹시라도 전업 블로거로 성공하면 가능할까? 이제 아이들도 다 컸겠다, 그렇게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ㅎㅎㅎ
 
베니스에서 한 달 살기’라는 책과 디에디트 라이프의 동영상도 추천한다.

 

베니스 한 달 살기 • Fruitfulife

베니스 한 달 살기 / 보다시피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책이다.  색감도 봄빛 화려하고 책 모서리도 다른 것들과는 달리 둥글게 처리되어 있다. 호기심에서 손에 들고 몇 장 넘겨봤다. 중간중간 예

fruitfulife.net

 


이 글을 쓴 서울, 내가 나고 자란 서울 역시 물론 정말 아름다운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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