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산, 홍대 뒷길산책

홍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홍대'를 생각할 때 미대를 떠올리고 그 다음으로는 클럽으로 대표되는 밤 문화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근처에 이모네 집이 있었던 내게 홍대란 내내 달리고 뛰어 놀던 옥수수 밭과 산등성이, 서강초등학교 뒤에 뚫린 으스스한 방공호를 생각하게 되는 시골이나 다름없는 그런 추억 어린 동네다. 

지금도 홍대 뒤쪽 와우 공원 근처로 가면 그런 옛날 냄새가 나는 자취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서강 어린이 공원이다. 아래쪽엔 놀이기구들이 오밀조밀 들어서 있고, 내가 서 있는 위쪽에는 어른들을 위한 체육기구들이 마련되어 있다. 


계단을 보니 어렴풋이 떠오르는 영상들. 돌고래 같은 소리를 내며 앞 서거니 뒤 서거니 달리는 어릴 적 사촌들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길이 제법 단장되어 있구나 했더니 나타나는 '마포구 걷고 싶은 길' 표지판. 어쩐지 북한산 자락길에서 많이 보던 표지판 같아 반갑다. 



햇살 좋은 어제는 정말 상쾌하게 걸을 수 있었다. 



와우정이라는 현판이 달려있는 정자. 



정자 한쪽엔 길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공민왕 사당이 있다는 것은 어제 처음 알았다. 다음에 오게 되면 가봐야겠다. 



이 길을 쭉 따라 내려가면 홍대 기숙사, 극동방송국쪽으로 내려가게 된다. 



길을 걷다 보면 재미있는 간판들이 보인다. 

아직도 공사중에 있는 현장으로 보이는 이 곳은 컨셉이 그런 곳으로 엄연히 현재 영업중인 레스토랑이었다. 




조명 기구를 날아가는 닭처럼 꾸민 이 집 이름은 '닭 날다'.






덥다고 여름 내 게으름 부리다 오래간만에 걸었더니 6킬로 정도 되는 거리에 다리가 힘들다고 버스를 태워 달랜다. 극동방송국 앞에서 주저 앉아 기다리다 심심해서 거리 모습을 담았다.

조용한 거리, 자동차의 소음, 젊은 일본 아가씨들의 수다, 빛과 그늘의 콘트라스트... 

아름다움은 먼데 있지 않다. 일상이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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