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많 - GS25 편의점 도시락을 먹어보다

고진많 GS25 편의점 도시락을 먹어보다


오전에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 점심은 먹어야겠는데 아직 배는 고프지 않아 뭘 먹기도 애매한 시간. 봉평 막구수를 먹으려다 생각을 바꿔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샀다. 


몇년 전, 엄마가 입원하셔서 병원에 있어야 했다. 매끼 식당 밥을 먹을 수 없어 CU 도시락을 몇 번 먹어봤던 적이 있었다. 먹을만 했다.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고, 가격보다 괜찮았다.  그때부터 편의점 도시락을 달리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도 별 거리낌 없이 GS25에서 인기 좋다는 도시락을 집어들었다. 고진많(고기 진짜 많구나)과 진진많(진짜 진짜 많구나) 사이에서 잠시 고민하긴 했다. 


 


집에 와서 상을 차렸다. 국은 오늘 아침 먹었던 미역국. 왼쪽부터 볶은 김치, 비엔나 소시지, 튀김(채소와 고기를 섞은 것 같았다), 달걀말이, 또 무슨 튀김, 소불고기, 제육볶음이 들어있었다. 볶음김치 빼고는 채소 반찬이 하나도 없지만, 고진많을 골랐으니 당연하다 하겠다. 그래도 나름 알차 보이는 구성이다.  


국을 한 숟갈 먹은 다음 밥을 한 입 먹었다. 고슬고슬하면서 찰지다. 제법 좋은 쌀을 썼나보다. 이번엔 반찬 맛을 보았다. 악. 짜다. 정말 짜다. 집에서 해먹는 음식에 익숙한 입에는 자극적일 정도로 짰다. 특히 제육볶음은 대단히 짰다. 


괜히 사가지고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깝다는 마음에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짠맛에 금새 익숙해졌는지 서서히 먹을만해졌다. 결국 다 먹었다. 짜다는 것 빼고는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편의점 도시락은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그대신 소금을 넣었나. 젓갈 정도 되면 쉽게 상하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 먹으려고 애썼지만(주부로서의 직업병 같은 거다), 너무 간이 센 두 가지는 차마 다 먹지 못했다. 세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혀가 아리다. 밖에서 먹는 음식은 대체적으로 짠 편이다. 집집마다 간하는 것도 다 다르다. 그러니 이것도 다른 사람이 먹으면 딱 맞는 간일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는 맞지 않았다. 


집에 들어와서 전자렌지에 넣었을 때였다. 아뿔싸. 

전자렌지 내부에 딱 맞았다. 너무 딱 맞아 돌아가지 않는 크기. 어째 너무 길다 싶긴 했어. 이렇게 긴 도시락은 매장에 있는 전자렌지에나 돌릴 수 있나보다. 도시락은 돌다 말고 움직이지 않고, 아래쪽 유리접시 혼자서만 빙글빙글. 

그래. 우리 집 전자렌지는 좀 작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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