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토사곽란 ㅜㅜ
한밤중에 토사곽란 ㅜㅜ
지난 토요일 한밤중-새벽. 갑작스러운 토사곽란으로 괴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침 일찍 가까운 가정의원을 찾아가 진료도 받고 수액도 맞고 약도 처방받아 왔어요. 그날 하필이면 거실 도배하는 날이었는데, 어쩝니까. 하루 종일 누워 지냈습니다. 수고한 식구들에게 저녁은 제가 배달 음식으로 쏘고 저는 사다 준 죽을 먹었어요.
아프면 정말 손해입니다. 시간도 버리고, 돈도 들고, 몸도 축나요. 게다가 약을 먹고 쉬어도 계속 미식미식한 것이 아... 아이들 임신했을 때가 생각나더군요. 그땐 어떻게 견뎠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사곽란이란?
전 토사곽란이란 말을 초등학교 1학년인가? 2학년 때 처음 들었습니다. 아파서 학교를 못 갔던 날이 있었는데, 다음날 아버지가 써주신 결석계를 보니 '토사곽란'이란 말이 있더군요. 무슨 뜻인지 여쭤 보니, '어제처럼 배아파서 토하고 설사하는 것'이라고 알려주시더군요.
토사곽란은 한자 말입니다. 토할 토吐, 쏟을 사瀉, 빠를 곽霍, 어지러울 란亂, 吐瀉霍亂 즉, 갑자기 구토와 설사가 심하게 나타나 몸에 혼란스러워지는 상태를 말하지요. 특히 곽란은 음식이 체하여 토하고 설사하는 급성 위장병을 말합니다.
토사곽란 증상
앞에서도 말했지만, 토사곽란의 주요 즈상은 심한 구토와 설사, 복통과 경련입니다. 구토와 설사를 해대니 당연히 탈수증상이 따르게 되고, 힘이 빠져 전신 쇠약감을 느끼게 됩니다.
처음엔 자려고 누웠는데, 어딘지 불편해서 잠이 오지 않는 거예요. 배에 가스가 차서 그런가 싶어서 복부 마사지를 했습니다. 그런데 해소되는 느낌은 없고 기분이 점점 묘해지더군요. 도무지 안 되겠어서 일어나 거실로 나왔습니다. 제가 잘 체하는 편이 아니거든요. 평생 체한 적이 몇 번 없는데, 그 체했다는 게 정말 기분 나쁘고 괴로운 것이었습니다. 그때 기억이 났어요. 감기 기운 비슷한 증상 밀이죠. 하지만 열은 없고, 신물이 올라오면서 배가 아프기 시작하더군요.
이렇게 되면 무척 당황스럽습니다. 뭐가 먼저 닥칠지 모르니까요. 0시부터 3시까지 설사와 구토를 번갈아가며 3~4번씩 했습니다. 나중엔 위액인지 노란색 액체가 나오더군요. 매실차도 정로환도 소용없었습니다. 다 토해버렸거든요. 물도 잘 들어가지 않아 괴로웠습니다.
원인과 대처
더 이상 나올 것이 없었는지 3시를 지나면서부터는 좀 안정이 되어 잠을 청했습니다. 3시간 정도 쉰 다음 8시 도배사와 약속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정리를 하고 도배가 시작한 다음 일찌감치 가까운 가정의원으로 갔습니다. 아무래도 탈수가 있을 테니 수분과 전해질도 보충하고, 더 이상 구토나 설사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죠.
이렇게 갑자기 구토와 설사를 할 때는 보통 식중독이나 급성 장염(세균성, 바이러스성)이 의심됩니다. 알레르기도 있을 수 있구요. 하지만 모든 식구가 같은 음식을 먹었기 때문에 음식이 원인인 것 같지는 않았어요. 병원에서는 잠을 못 자거나 신경 쓰는 일이 많아도 그럴 수 있다고 하더군요. 요즘 시국도 참 어수선하고 집에 도배도 해야 하고 정리도 해야 하고.... 하긴 했지만, 그것 때문에?
제가 그렇게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이었나요? 스트레스 관리 검사를 한 적 있는데, 아주 좋은 점수가 나왔었거든요. 그러고 보니, 전에 집에 부분 도배와 칠을 했을 때도 이석증이 온 적이 있네요. 역시 전 놀고 먹어야 할 몸이었나 봅니다. ㅎㅎㅎ
따뜻한 병원 침상에 누워 두어시간 수액을 맞고 집으로 돌아가 쉬었습니다. 거실만 하는 거라 도배도 점심때쯤 다 끝나버리고, 뒷정리는 남편과 큰 애가 맡아서 수고해 줬습니다. 전 그 보답으로 저녁을 쐈고요. 남편이 죽을 사다 줬는데, 1/3씩 소분해 온 걸 반도 못 먹었습니다. 안 들어가더군요. 저녁 먹고도 약을 먹었는데 오히려 속이 좋지 않아 졌어요. 먹는 건 조금인데 약은 너무 많아 그런가 싶어 약은 하루치만 먹고, 그다음 날부터는 약을 먹지 않았습니다. 속이 훨씬 편하고 안정되어 좋더군요. 위는 좋아져서 먹는 양도 늘었는데, 장 쪽은 아직 안정이 덜 된 것 같아요. 약은 상황을 봐서 지사제만 더 먹던지 하는 식으로 조절할 예정입니다.
토사곽란과 음식
한 이틀 고생했나 봅니다. 사흘째 되는 날 오후엔 그래도 일어나 이렇게 블로그에 올릴 글도 쓰고 있을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에요. 하루 이틀은 먹고 싶은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물 마시는 것도 겁날 정도였으니까요. 그래도 속이 너무 비는 것도 좋지 않을 것 같아 부드러운 음식 위주로 먹었습니다. 바나나, 감자, 양배추, 죽, 달걀, 살짝 따뜻한 물 정도로 먹었습니다.
피해야 할 음식은 뭐가 있을까요? 가장 피해야 할 것이 기름지고 자극적인 것, 그리고 유제품입니다. 부드러운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우유를 데워 먹거나 죽에 치즈를 넣어 먹으면 안 됩니다. 볶거나 튀긴 기름진 음식도 소화기에 부담이 됩니다. 당연히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은 금물입니다. 카페인이 들어간 커피나 차 종류 역시 삼가야 합니다.
오늘은 닭가슴살을 넣은 죽도 먹었어요. 아이들을 키워 놓으니 아플 때 많이 힘이 되네요. 가족이란 참 좋습니다. 감사한 일이에요.
토사곽란이 지속되면 탈수 증상이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이러다 낫겠지 하지 말고,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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