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이야기/걷기 & 여행

하코네 오와쿠다니 계곡 & 구로 다마고

열매맺는나무 2024. 6. 20. 20:09

하코네 오와쿠다니 계곡 & 구로 다마고

여행 3일 차.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먹으러 호텔 조식 코너로 향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은퇴한 분들이 유럽에서 단체 여행을 왔나 보다. 식당에서 로비까지 대기 줄이 끝도 없이 길다. 밥도 못 먹고 체크아웃해야 할까 봐 얼른 따라서 줄을 섰다.

 

한참을 줄 서서 기다리다 안내받은 자리는 테라스 석이다. 유리로 지붕과 벽을 달아내 온실처럼 꾸며 놓았다. 그래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마치 밖에서 먹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첫날 밥먹으면서 조식 사진을 찍었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으면 사진 한 장 못 건졌을 것 같다.

 

짐을 갖고 내려와 체크아웃을 하고 향한 곳은 도쿄에서 두 시간은 넘게 달려야 갈 수 있는 하코네. 이곳은 일본의 관동 지방에 위치한 도시로, 화산과 온천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 오늘 갈 곳은 오와쿠다니, 즉 '대폭발'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화산 지대다. 사화산도 아니고 활화산이라니 겁도 살짝 나고 한편으로는 기대도 되었다.

 

히라츠카 휴게소

하코네 오와쿠다니 계곡 & 구로 다마고
히라츠카 휴게소

 

한참을 달리다 9시 반쯤 히라츠카 톨게이트 근처에 있는 휴게소에 들렀다. 근처에서 나는 농산물이나 모종을 팔기도 하는 아담한 휴게소였는데, 대단한 건 화장실이었다.

 

배려의 끝판왕 휴게소 화장실

 

그 좁은 화장실에 가방 놓는 선반이며 지팡이를 끼워 고정시키라고 달아놓은 홀더, 유아용 변기 커버, 앉을 때 그냥 앉지 말고 닦고 앉으라고 시트 클리너까지 달려있었다. 완전 배려의 끝판왕.

 

하코네는 활화산과 칼데라 호, 아름다운 자연으로도 유명하지만, 미술하는 사람들에겐 미술관과 박물관으로도 유명하다. 이번엔 단체 여행이라 가볼 수 없었지만, 기회가 된다면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다.

 

오와쿠타니 계곡

드디어 오와쿠타니 계곡에 도착했다. 뻐근해진 몸을 이끌고 차에서 내리니 축축한 찬 공기에 섞여 유황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보통 달걀 썩는 냄새 같다고 하던데, 썩은 달걀을 경험해보지 못해 그건 잘 모르겠고, 내겐 미용실에서 파마할 때 나는 냄새에 가깝게 느껴졌다.

 

안개와 연기가 뒤섞인 오와쿠다니 계곡

 

분명 이곳이 서울보다 위도가 낮을 텐데, 어째서 이렇게 추운 건지. 5월인데도 경량패딩이 딱 알맞을 그런 날씨였다. 그나마 비가 온다고 해서 챙긴 후드 집업이 있어 다행이었다.

 

계곡 아래를 내려다보니, 길게 피어오르는 유황연기 사이로 여기저기 노르스름한 유황이 보였다. 그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나무는 시커멓고, 가지엔 이파리 하나 달려있지 않았다. 화산에서 나오는 가스 때문일까?

 

주변엔 온통 시커멓게 변한 것들뿐.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관광지에 와서 짧은 시간 접하는 걸로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천식을 비롯한 호흡기 환자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이런 곳엔 들르지 않는 게 좋겠다. 실제로 현장에서도 황산가스 농도가 너무 짙은 구역은 위험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쉼 없이 하늘로 올라가는 수많은 연기를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옛날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하고 난 다음 풍경이 이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면서 찾아보았다.

 

소돔과 고모라와 그 온 들을 향하여 눈을 들어 연기가 옹기점 연기같이 치밀음을 보았더라 (창세기 19:28)

 

원래 이곳은 약 3,000년 전 화산 폭발로 아무것도 살 수 없는 탓에 지옥계곡으로 불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 온천에서 효과를 본 사람들 덕분에 오와쿠다니(대통곡 大涌谷)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구로 다마고 & 구로 카레빵

얇은 후드 짚업으로는 추위를 막을 수 없어 주위를 둘러보는 것도 마다하고 매점으로 들어갔다. 실내로 들어가 뭔가 따뜻한 걸 먹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 매점(티 샵) 위치 정보는 글 맨 아래에 있습니다

 

매점 한쪽에 마련된 자리를 차지하고 구로다마고와 카레빵, 커피를 사 왔다. 테이블에는 달걀 껍데기를 담아 버리는 작은 통도 놓여있었다. 이렇게 하면 배려처럼 보이면서도 테이블을 따로 치울 일손도 덜게 되니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

 

구로 다마고(黒卵)는 그 이름처럼 새카만 색이다. 유황 온천물로 삶았기 때문인데, 껍질만 까말뿐, 속은 일반 달걀처럼 뽀얗다.

 

하코네 오와쿠다니 계곡 & 구로 다마고
온천물에 삶아 까만 구로 다마고

 

속까지 까만 카레빵

 

하지만 카레빵은 달걀과 달리 속까지 새까맣다. 카레 야채를 넣은 고로케인데, 커피와 곁들여 먹으니 따뜻한 것이 밖에서 덜덜 떨었던 몸이 사르르 녹는다.

 

한편, 구로 다마고 1개에 7년씩 수명이 늘어난다는 전설이 있단다. 10개면 70년, 5개면 35년인가. 너무 많이 먹으면 큰일날 달걀이다. ㅎㅎㅎ

 

아이폰 카메라 번역기능

밖에서 사진을 찍다 우연히 아이폰 카메라에 번역 기능이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찍고 싶은 대상에 카메라를 대면 오른쪽 아래 모퉁이에 텍스트 표시가 나온다. 그럴 때 대상의 텍스트를 탭하고 번역 메뉴를 누르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번역된 결과물이 나타난다. 발음도 들을 수 있고, 번역된 것을 복사하거나 번역 앱에서 열 수도 있다.

 

아이폰 사진에서 바로 번역되는 기능도 있었다

 

왼쪽에 번역 메뉴를 탭하면 대상물 텍스트 자리에 번역될 결과물이 나타나는데, 촬영 단추를 누르면 그 상태로 사진이 찍힌다.

 

그냥 읽는 것보다는 번거롭지만, 해당 언어를 모르거나, 알아도 아리송할 땐 제법 유용할 것 같다.

 

오와쿠다니 계곡 티샵 위치 정보

  • 위치 : 1251-2 Sengokuhara, Hakone, Ashigarashimo District, Kanagawa 250-0631 일본
  • 전화 : +81460847015
  • 영업시간 : 오전 9시 ~ 오후 5시
  • 오와쿠다니계곡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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