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PER 광화문 일요일 브런치
SOUPER 광화문 일요일 브런치
바람이 몹시 불었던 일요일. 브런치 모임이 있어 우리 다섯 명이 찾은 곳은 광화문에 있는 SOUPER라는 곳이었다. 따끈한 수프와 샌드위치, 그리고 몇 가지 디저트를 파는 집인데, '수퍼'라고 한글로 검색하면 나오지 않는다. 대신 동네 수퍼만 나온다. 영문으로 검색해야 나온다. 아래 사진은 입구에 걸린 간판인데 재미있어서 찍어봤다. 나이 든 남자 옆얼굴이 투각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하고많은 이미지 중 이렇게 나이 든 남자, 그것도 웃지 않는 무표정한 남자 얼굴을 걸어놓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Fill Your Soul.
영혼을 채우라니. 바람이 몹시 불어 추웠던 아침. 따끈한 수프를 먹으면 영혼까지 채워지는 느낌이라는 것인가.
어쨌든 그렇게 적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매장은 이렇게 생겼다. 대면해서 주문할 수 있는 계산대와 키오스크가 나란히 있고, 그 뒤로 주방이 있다.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홀이 나온다. 다양한 크기의 테이블이 홀 가장자리를 둘러 놓여있고, 가운데에는 여섯명이 앉을 수 있는 널찍한 직사각형 식탁이 배치되어 있었다. 마침 그 테이블이 비어있어 우리 다섯 명은 거기 앉을 수 있었다.

커다란 메뉴판이 따로 있지 않고, 얇은 종이로 된 것이 테이블마다 여러장씩 놓여있었다. 이곳에서는 소모품으로 간주되는 것 같았다.
'authentic soup & savories'라니. 진짜 수프와 맛난것들이란 뜻인가. 마포, 강남구청에도 가게가 있다는 걸 보니 생각보다 규모가 큰 것 같았다. 작은 동네가게인 줄 알았는데.

SOUPER의 주력메뉴는 수프와 샌드위치다. 사이드 메뉴로는 빵과 국수, 밥이 있는 정도. 나머지는 음료와 요거트, 푸딩으로 단출한 편이다. 샌드위치는 딱 4가지. 하지만 수프는 7가지나 된다. 수프와 샌드위치를 각각 주문해 먹을 수도 있지만, 콤보로 주문하면 양을 조절할 수 있다.
수프 콤보는 수프(레귤러와 라지 택일)와 샌드위치 반개를 골라먹을 수 있는 메뉴고, 샌드위치 콤보는 샌드위치 하나와 스몰 사이즈 수프를 먹을 수 있는 메뉴다. 디저트를 함께 주문하려면 여기에 3천 원만 더 내면 된다. 난 닭고기 야채수프에 베이컨 가지 샌드위치, 무화과 판나코타를 수프 콤보로 주문했다. 다른 분들 역시 각자 자기 입맛에 맞게 골랐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주문했던 음식들이 차례로 나오기 시작했다. 아래는 내가 고른 베이컨 가지 샌드위치와 닭고기 야채 수프다. 맑은 국물에 가늘게 찢은 살코기와 각종 채소가 들어있었다. 셀러리가 들어가 국물 맛이 더욱 시원하고 개운하게 느껴졌다. 샌드위치 빵은 치아바타였는데, 생각보다는 작게 느껴졌다. 구운 가지와 토마토, 베이컨은 얇게 한 겹씩만 들어있어서 사실 그 풍미를 잘 느끼기는 어려웠다. 대신 음식 설명란엔 쓰여있지도 않았던 파란 채소(이름을 몰라요;;)가 잔뜩 들어가 있었다. 소개글에 써놓은 재료들을 풍성하게 하든지, 아니면 가장 많이 넣은 채소를 메인으로 적어놓든지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구운 가지와 토마토, 베이컨을 좋아하는데 기대했던 맛을 영 느끼지 못해 약간 실망스러웠다.

아래는 프레쉬 이탈리안 샌드위치와 초리조 라자냐 수프. 초리조(초리소, chorizo)는 돼지고기와 마늘, 파프리카 가루를 버무려 창자에 넣어 만든 붉고 짭짤한 소시지다. 이베리아 반도의 전통 소시지지만, 라틴 여러나라에서 즐겨 먹는 음식이다. 수프에 들어있는 하얀 것은 라코타 치즈. 그러지 않아도 진하고 걸쭉한 수프 맛을 더욱 풍요롭게 했다.
샌드위치 안에는 살라미와 치즈 위로 토마토와 구운 파프리카가 잔뜩 들어있었다. 다음에 다시 오게되면 이 수프도 맛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후식으로는 무화과 판나코타를 먹었는데, 구운 무화과가 우유푸딩 안에 들어있었다. 그동안 맛있는 우유푸딩을 하는 집을 찾기 정말 어려웠는데, 여기 우유푸딩은 정말 진하고 맛있었다. 나중에 먹고 싶을 땐 따로 이것만 포장해 가도 좋겠다 싶었다.


SOUPER 광화문 위치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경희궁2길 9-3
- 02-6465-2518
- 월~금 오전10시~오후 8시 반, 토~일 오전 9시~오후 4시 반
- https://www.souper.co.kr/
SOUPER 광화문 메뉴
- 수프
- 토마토 바질 크림 6,500원
- 닭고기 야채수프 7,000원
- 뉴 잉글랜드 클램차우더 7,500원
- 송이송이 트러플 비스크 8,000원
- 칠리 콘 카르네, 초리조 라자냐 8,500원
- 이탈리안 웨딩 9,500원
- 샌드위치
- 베이컨 가지 12,000원
- 클래식 프로슈토, 그릴드 베지 & 리코타 12,500원
- 프레시 이탈리안 13,000원
- 콤보
- 수프 콤보
- 수프 레귤러 & 샌드위치 1/2 & 디저트 = 수프가격 + 9,000원
- 수프 라지 " = 수프가격 +11,000원
- 샌드위치 콤보
- 샌드위치 & 수프 스몰 사이즈 & 디저트 = 샌드위치 가격 +8,000원 (토마토, 클램차우더, 닭고기 수프)
- +8,500원(송이, 칠리, 라자냐, 웨딩)
- 수프 콤보
- 음료, 디저트
- 블루베리 요거트 & 그래놀라, 무화과 판나코타, 에이드, 허브티 4,500원
- 아메리카노, 탄산수 3,500원
- 제로콜라 2,500원
아침 10시 조금 넘어 모임을 시작했는데, 밥 먹고 후식을 먹다 보니 본격적으로 점심시간이 시작되었는지 손님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더 이상 앉아있으면 민폐다 싶어 자리를 이동했다. 한두 송이 떨어지던 눈이 에무로 옮겨 앉아있자니 꽃보라가 되어 몰아치기 시작했다. 세상에!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모여 모처럼 즐겁고 기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