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혹은 이대 뒷산이라고 불리는 안산. 안산은 북한산에서 인왕산으로 내려와 안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 강건너 관악산과 마주보고 있다. 북한산에서 부는 바람은 이 산을 타고 내려와 공덕동으로 흘러든다. 이 산 골짜기를 따라 흘러 모이는 개천이 홍제천이고, 이 홍제천은 사천교를 지나 불광천과 만나서 한강으로 흘러들어간다. 산과 바람과 물이 흘러 모이고 흩어지는 이 서울의 서쪽 동네. 역사도 오래고 이야기도 많다. 아름답기도 무척 아름답다. 대전에서 보낸 4년을 빼놓고는 결혼해서 줄곧 이 언저리에서 지냈고 그만큼 정도 많이 들었다. 결혼하기 전에 살던 강남은 아무리 번화했다 해도 서울스런 모습은 아니다. 서울스러운 곳은 역시 강북. 그중에서도 북촌과 서촌, 그리고 이쪽인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이대 정문에서 복개한 철길을 지나 ECC 앞에서 오른쪽으로 꺽어 조형관(미대)쪽으로 오른다.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 김영의 홀로 올라가다가 디자인대학원으로 꺾어 음대앞을 지나 중앙도서관 뒷길로해서 기숙사 앞을 지난다. 북아현동과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재개발이 한창인 이곳. 내후년이면 아마 고층 아파트 건물로 막혀 시내는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새로 지은 산학협동관 사이로 난 길을 걷는다. 발 아래는 금화터널이고, 이곳을 지나면 바로 봉원사다. 지난 4월에 빛깔도 선명했던 복사꽃이 지고, 이제는 나무수국이 한창이다.
이양하님의 신록예찬이란 글이 저절로 생각나는 나무들. 온 천지가 녹색이다. 한 웅큼 꽉 쥐면 푸른 녹빛 물이 뚝뚝 듣을 것만 같은 그런 생명으로 가득 찬 색깔이다.
무장애길로 이루어진 안산 자락길을 지나면 안산 벚꽃길이 나온다. 봄이면 벚꽃 흐드러진 이 길은 이름마저 벚꽃길이 되었다. 지금은 시원하게 흐르는 시냇물을 따라 노란 붓꽃이 태양빛을 담은 듯 눈이 부시다.
전에도 올린 바 있던 인공폭포를 지나 남쪽으로 내려간다. 장마 때면 폭우로 누런 물이 출렁이지만, 평소에는 이렇게 보기 좋을 정도로 물이 흐른다. 산책로도 자전거길도 넓찍해 서로 부딪치지 않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 물에는 내부순환도로가 만들어주는 그늘이 그림자 되어 드리운다. 처음 볼 때에는 개천 복판에 다리 교각이 죽 박혀있어 눈에 설지만, 걷다 보면 한여름에도 그늘로 다닐 수 있고 소나기가 와도 덜 젖는다. 게다가 교각마다 걸린 르느와르, 모네, 김기창, 김환기, 장욱진 화백 등의 명화가 젖지 않도록 지붕이 되어 주기도 한다.
사천교를 지나 연남동으로 들어서면 작은 차이나 타운이 펼쳐진다. 효자만두로 유명한 이품분식, 세련되지는 않지만 집에서 하는 중국음식 맛이 나는 향미, 손님과 함께 가도 손색없는 매화... 더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옛날 기사식당이 밀집했던 골목이 나온다. 아직도 음식점들이 몰려 북적인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삼거리 가운데 버티고 있던 순대국집이 사라져 버린 것. 옆으로 옮겼다는데 옛날 같은 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세월은 흐르고 세상은 시간과 함께 바뀌는게 인지상정인데, 변화를 아쉬워 하는 것은 또 무슨 심사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