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유니스의 정원, 식물원? 레스토랑? 카페? 과연 그 정체는?
의왕 둥지톳밥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차를 타고 달렸다. 백운호수도 지나고 한참을 이리저리 농로를 통과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은 바로 유니스의 가든이란 곳이었다.
차로 올 때까지만 해도 분명 주변이 온통 농지였는데, 차를 세우고 보니 숲 속이다. 아니, 자세히 보니 온갖 수목과 화초로 가꿔진 농원? 어쩌면 수목원으로도 보였다.
그런데 또 입구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강렬한 붉은색 건물이 위용을 자랑한다. 이 건물은 레스토랑이란다. 중간에 난 입구로 한참을 걸어 들어갔다. 봉평 허브나라나 춘천 제이드 가든이 생각나는 분위기다.
길 위로 ‘I:PUL GARDEN’이라는 표시도 보인다. 유니스의 정원이라고 들었는데, 이건 예전 이름인가? 날은 뜨겁지만, 역시 나무 그늘숲길은 아스팔트 도로에서 느껴지는 그런 죽을 것 같은 뜨거움은 아니다. 걷다 보니 드문드문 재미있는 조형물도 보인다.
그러다 앞이 툭 터지며 아까 본 그 조형물의 거대 버전이 덮치는(아니면 기대어 있는?) 건물이 나왔다. 이곳이 바로 우리의 목적지. 카페가 정말 크구나~ 하며 들어가 보니, 카페가 아니라 화원이었다. 각종 화분과 수경재배 화초들, 그리고 허브가 들어간 여러 가지 용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진짜 식물을 기르면 공기정화에 좋긴 한데, 자꾸 벌레가 나와 안 좋다. 그런데 수경재배를 하면 그런 흙벌레들이 나오지 않는단다. 솔깃했다.
화원을 둘러보다 보니 특별히 눈에 띄는 식물이 있었다. 바로 수박 페페로미아. 줄여서 수박페페라고 한다. 밝은 녹색 잎에 진한 줄무늬가 정말 수박을 닮았다. 그런데 이 수박페페는 보기에만 좋은 것이 아니었다. 공기정화능력이 그렇게 뛰어나다네. 새집증후군 원인물질인 자일렌 제거량이 ‘중’등급이고, 포름알데히드 제거량은 ‘중상’ 등급으로 우수한 공기정화식물이라고 한다. 단, 밝고 따뜻한 곳에서 키워야 한다고.
그런데 1층에서 벗어나 카페가 있는 2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더니, 그 사이가 그냥 계단, 통로가 아니었다. 유리 지붕아래 식물들! 그것도 나무!! 이건 식물원이고 온실이었다! 어떻게 비탈진 지형을 이렇게 살려 건물을 짓고 그걸 또 적극적으로 실내 구조로 차용할 생각을 했을까.
카페에 도착하니, 시원한 통창으로 자연의 녹빛이 그대로 쏟아져 들어온다. 난 분명 실내에 앉아있는데, 왜 밖에 나와 앉아있는 기분일까. 가을이 본격적으로 여길 물들이면, 그리고 겨울이 내리면 또 어떤 느낌일까.
우리는 이곳에서 메리골드 티와 벚꽃차, 그리고 아이스 루이보스 티를 마셨다. 루이보스 티는 너무나 익숙했고, 메리골드와 벚꽃이 어떨까 궁금했다. 메리골드 티는 딱 보기에 털실로 만든 꽃이 생각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거다!' 하는 특징이 있는 맛은 아니었다. 향기롭다고도 할 수 없고 달콤하다고도 할 수 없고, 구수하다고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왠지 나도 모르게 계속해서 마시게 되는 그런 맛이었다. 벚꽃차는 메리골드와 비슷한 느낌이었으나 훨씬 향기로웠다.
메리골드와 벚꽃 차의 효능
집에 와서 우리가 마신 메리골드와 벚꽃 차에 대해 찾아보았다. 우선 메리골드. 우리가 보통 금잔화로 부르는 이 꽃은 다음과 같은 효능을 가지고 있었다:
- 항산화 작용: 메리골드에 함유된 플라보노이드와 카로티노이드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체내 유해 산소를 제거하여 노화를 방지하고 면역력을 높인다.
- 염증 완화: 메리골드의 항염증 성분은 관절염, 위장 문제, 피부 염증 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 시력 개선: 메리골드에 풍부한 루테인과 제아잔틴은 눈 건강에 좋아 백내장과 황반변성 예방에 도움을 준다.
- 피부 건강: 항산화 성분과 비타민 C가 풍부해 피부 재생과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여 피부 건강에 도움을 준다.
- 소화 개선: 메리골드 차는 소화를 돕고 위장 불편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 다음은 벚꽃차의 효능도 살펴보았다. 벚꽃차는 다음과 같은 효능이 있다고 한다:
- 항산화 작용: 벚꽃에 함유된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가 강력한 항산화 효과를 제공하여 노화 방지에 도움을 준다.
- 스트레스 완화: 벚꽃의 향기는 스트레스 해소와 긴장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 피부 건강 개선: 벚꽃의 항산화 성분은 피부 노화를 늦추고 피부 탄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 면역력 강화: 벚꽃에 포함된 비타민과 미네랄이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 해독 작용: 벚꽃차는 체내 독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 전반적인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
과연 얼마나 마셔야 이런 효능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을까? 사실 차는 어디까지나 차일뿐, 물을 대신할 수는 없다. 어떤 효과를 보겠다고 이런 허브티를 물 대신 마시는 일은 삼가야 한다고 한다. 건강 상태에 따라 나타나는 효과나 부작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늘 과다섭취는 피해야 한다. 과다 섭취가 아니더라도 조심해야 하는 것이, 지난봄 어느 날인가 소변 때문에 계속 화장실을 드나들었는데, 알고 보니 그날 마신 재스민 티의 이뇨작용 때문이었던 적도 있다.
이곳은 원래 밭과 과수원이었다고 한다. 그 자리에 1975년부터 산벚나무, 단풍나무, 실향나무 묘목을 심기 시작해 약 2만 7천 평의 숲속 정원을 만들었고, 2014년에는 전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풀실내정원도 부지 안에 개관했다고 한다. 카페 1, 2층에서 본 화원과 식물원이 바로 이풀실내정원이었고, 길에서 본 이풀 가든이란 표지석도 여길 가리키는 것이었나 보다.
게다가 2017년엔 국립수목원이 발간한 ‘가보고 싶은 정원 100’에 수록된 이름난 정원이었다. 평범한 밭이 노력과 세월이 더해져 이런 모습으로 바뀔 수 있었다는 게 놀랍다. 농지보다 식물원이 더 우월하다거나, 농토가 하찮다는 게 아니다. 한 사람의 의지와 노력, 시간, 꿈 이런 것들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놀랍다는 의미다.
이날 만난 친구들은 1984년 처음 만나 이제 40년이 된 오랜 친구들이다. 이제 인생 후반으로 달리는 시절이 되었다. 흔히 나이든 여자가 꼭 필요로 하는 것 세가자 중 하나가 '친구'라고 한다. 친구와 술은 오래 묵을수록 좋다고도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서로 오래 묵은 술 같은 귀한 친구이자, 나이 들어 꼭 챙겨야 할 세 가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날 귀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이곳에 데려다준 친구에게 감사 인사를 보내며, 앞으로 더욱 잘 익어가는, 향기로운 술 같은 사이가 되길 기원한다.
위치정보
- 주소 :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반월천북길 139
- 전화 : 031-437-2045
- 영업시간 : 오전 11:00 ~ 오후 10:00 (월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eunices_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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