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수목원

푸른수목원

지난 수요일. 구로구에 있는 푸른수목원에 다녀왔다. 7호선 천왕역에서 내려 3번 출구로 나오면 '천왕역 3번 출구 정류장'이 있다. 지도에는 역에서 정류장까지 2분이라고 나와있지만, 그렇지 않다. 나오자마자 바로 앞에 있다. 서너발자국만 떼면 된다. 이제까지 경험한 환승 정류장 중에 가장 가까웠다. 

 

27번, 56-1번, 6615번 버스가 푸른수목원에 가는데, 두 정거장만 가면 된다. 대략 4~9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걸어가면 2,30분 걸린단다. 수목원에서 걸을테니 더 걸을 필요가 있나. 마침 바로 온 6615번 버스를 타고 푸른수목원 정류장에서 내렸다. 수목원 주차장 앞에 내려준다. 모퉁이를 도니 보이는 푸른수목원입간판이 잘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여기가 바로 푸른수목원

 

푸른수목원에는 입장료가 없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입구 왼편 푸른빛 창구는 매표소가 아니다. 카페다. 이름도 푸른 카페. 입장료가 없으니 줄 서서 표를 살 필요도 없다. 그냥 안으로 쑥 들어가면 된다. 날이 좀 더 쌀쌀해지면 입구 카페에서 따뜻한 차 한 잔 들고 들어가면 더 좋겠지. 

푸른수목원 입구

 

수목원 입구를 통과해 안으로 들어가면 맨 처음 만나게 되는 잔디광장. 툭 터진 곳이 온통 잔디고 그 너머는 연못이다. 그저 연못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저수지라고 한다. 이름은 동네 이름에 맞춰 항동 저수지. 왼쪽에는 아름드리 버드나무 한 그루가 멋지다. 

잔디광장

 

저수지에서 반대편을 바라본 풍경이 꼭 광릉 수목원에 온 것 같다. 비교해보려고 찾아보니 광릉 수목원 다녀온 글을 올리지 않았다. 그동안 이래저래 블로그에 신경 쓰지 못한 티가 이렇게 난다. 

항동 저수지

 

푸른수목원은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요소요소 구석구석 신경 써서 꾸미고 정성 들여 가꾼 티가 나는 아름다운 정원 같은 수목원이다. 오솔길, 숲, 꽃밭, 온실.... 구성이 알차다. 2013년 문을 연 서울특별시 1호 공립수목원이라는데, 내년이면 10년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입장료도 없었던 거였구나.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듯

 

화창하지만 뜨겁지 않은 햇볕. 신선한 공기. 시원한 바람. 기세 등등 시퍼랬던 숲의 녹빛도 한풀 꺾여 중후한 듯 온화한 가을빛을 품었다. 아직 만산홍엽(滿山紅葉)은 아닐지라도, 슬슬 상엽홍어이월화(霜葉紅於二月花)의 지경으로 접어드는 듯하다. 물들어가는 잎새뿐 아니라 열매마다 노랗고 붉다. 

 

생김새가 비슷해 언뜻 마가목인가 싶은 가막살나무 열매가 지천이다. 마가목은 잎사귀가 좀 더 좁고 길쭉한데, 가막살나무는 그에 비해 짧고 넓다. 초여름이면 작고 새하얀 꽃이 종종종 피어나고, 10월쯤 빨갛게 익는다. 먹으면 신 맛이 나고, 구충, 진통, 소염, 종기, 어혈, 타박상 치료 등에 약재로 쓰인다고 한다[각주:1]

가막살나무

 

수목원을 따라 길게 나 있는 이 철길의 이름은 '항동 철길'이다. 이제는 다니지 않는 철길 위로 이름 모를 들풀이 가득하다. 인근 오류동역은 1899년 9월,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철도가 운행되면서 생긴 가장 오래된 역이다. 항동 철길은 오류동을 지나는 오류선 일부로, 간이역처럼 꾸며진 곳이 있어 운치를 더한다. 

항동철길

 

간이역아닌 간이역, 항동철길역

 

마인데르트 호베마의 미델하르니스의 가로수길이란 풍경화를 본 적 있는지.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어서 얼른 생각이 나지 않을 뿐, X자 구도로 그린 대표적인 그 풍경화는 보기만 하면 대부분 아! 이 그림! 할 것이다. 내가 어릴 적엔 스케치북 표지에 많이 실렸던 그림이어서 더 그렇다. 아무튼 수목원에서 이 길을 만나고 대번에 그 그림이 생각났다. 

미델하르니스의 가로수보다 풍성하고 멋지다!

 

가을을 맞아 가을꽃이 한창이다. 쑥부쟁이, 구절초, 벌개미취.... 옛날에는 전부 다 들국화라고 했는데, 자세히 보면 생김새가 다 다르다. 내가 설명하기보다 전문가가 쓴 글을 읽어보는 것이 더 도움 될 것 같아 첨부한다. ▶ 벌개미취, 쑥부쟁이, 구절초 3대 들국화 간단 구분법

가을 들국화 3대장이 다 모였다

 

이 수목원 마음에 든다. 또 가보고 싶다. 옆에 새 아파트도 있던데, 출퇴근 문제만 아니라면 이사도 한번 생각해보고 싶을 만큼. 

 

 

 

푸른수목원 이용안내

  • 이용시간 : 오전5시~ 밤 10시. 연중무휴 
  • 수목원 안의 모든 지역 금주, 금연
  • 취사금지
  • 간단한 음료, 간식거리는 안내센터 건물 옆 데크 쉼터에서만 가능
  • 놀이기구나 운동기구, 유무선 조정기등 사용 금지 (보기: 연날리기, 줄넘기, 공, 라켓, 자전거, 인라인 스케이트, 킥보드)
  • 돗자리, 텐트, 그늘막, 캠핑용 의자 및 테이블 설치 금지
  • 고성방가, 종교행사, 정치행사, 물건 판매, 전댄지 배포, 기타 허가되지 않은 행사 및 촬영, 홍보행위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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