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 황톳길
지난 화요일.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대학 친구 셋이 모여 수리산 황톳길을 맨발로 걸었다. 지금도 추석 날씨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날 최고기온은 33도였고, 그다음 날은 35도였던 걸 생각하면 정말 막바지 끝물 더위의 절정이었다.
8단지 아파트에서 수리산은 참 접근성이 좋았다. 경사도 완만하고 가는 길에 도서관까지 있었다! 공기도 좋지, 경치도 좋지, 거기에 도서관도 있지. 코와 눈, 마음과 머리가 다 호강하는 곳이었다. 그날 그렇게 뜨거웠는데, 층층이 겹쳐진 나뭇잎새가 볕을 가려주고 바람도 솔솔 불어 그리 더운 줄도 모르고 한 시간을 걸었다.
우리는 배가 고파서야 점심을 먹으러 산을 내려갔다. 차를 타고 한 20분을 달렸다. “어딜 가기에 이렇게 차를 타고 한참을 가니?”하는 말에, 친구는 웃으며 “나만 따라와 봐”하고 그저 차를 몰았다. 군포를 지나 의왕으로 접어들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은 ‘둥지톳밥’이라는 곳이었다.
둥지톳밥
차를 세우고 내려 보니, 새로 지은듯 깔끔한 건물에 ‘마음을 가득 담아 정성껏 요리하는 둥지톳밥’이라 적힌 간판이 보였다. 톳밥이라니. 요즘 한창 항암작용으로 인기라는 그 해초로 밥을 지었나 보다. 어릴 적 추운 겨울철 엄마가 초고추장으로 무쳐주던 그 맛이 자동으로 생각난다. 그걸로 어떻게 밥을 지었을까?
들어가 보니 만석이라 자리가 나기까지 잠깐 기다려야 했다. 문 옆에 안내문이 붙어있다. 매주 월요일은 쉬는 날이고, 수목금토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점심 장사만 하는 집이었다. 일행이 다 와야 한꺼번에 입장이 가능하단다. 누가 먼저 와서 자리를 잡아 놓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회전이 좋아야 하는 가게 입장에서나, 기다려야 하는 다른 손님 입장에서나 좋은 생각이다 싶다.
둥지톳밥 메뉴
둥지톳밥 메뉴는 단출했다. 톳밥정식 한 가지에 사이드 메뉴도 오징어 볶음 하나였다. 그외에 다른 메뉴는 일곱 살까지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 밥 하나뿐. 그러니 따로 주문할 것도 없이 들어가서 앉아 머릿수만 세고, 오징어 볶음을 먹을지 말지만 정하면 된다.
- 톳밥정식 1인분 13,000원
- 어린이밥 (~7세) 5,000원
- 톳밥 추가(1공기) 2,000원
- 오징어 볶음 10,000원
- 마실거리
- 소주, 맥주 5,000원
- 음료수 (사이다, 콜라) 2,000원
- 포장판매
- 오늘의 반찬 8,000원
- 양념게장 10,000원
톳밥정식
톳밥 정식은 톳밥에 국 한 뚝배기, 가자미조림에 양념 게장. 거기에 12가지 반찬으로 구성되어 있단다. 계절마다 바뀌는 12가지 반찬이라니! 매일 밥 하는 주부지만, 한 끼에 12가지 반찬을 해 먹기란 어렵다. 사실 그만하면 수라상 아닌가.
주위를 살펴 보니, 테이블마다 오징어 볶음을 하나씩 추가해 먹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하필 우리 차례에서 똑 떨어져서 안타깝게도 맛볼 수는 없었다.
매일 12시면 점심을 먹다 오늘은 운동하느라 1시 반이나 되어 시장했나 보다. 그래서 그랬는지 가게 도착하고 10분도 안 되어 밥이 나왔지만, 한참을 기다리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 드디어 나온 톳밥정식. 청포묵, 가지나물, 우엉조림, 깻잎볶음, 건새우 볶음, 호박나물, 해초무침, 숙주나물, 오이무침, 브로콜리, 수삼무침, 열무김치. 이렇게 해서 12가지 반찬이고, 거기에 양념게장과 가자미조림이 또 따로 나왔다. 미역국이나 양념장 역시 찬수에 들어가지 않는 건 당연.
비벼먹기 좋으라고 커다란 대접에 밥이 담겨 나오는데, 반찬 가짓수도 많고 말만 하면 계속 리필이 되니 굳이 양념장에 밥을 비빌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반찬을 한데 넣어 비비는 것도 안 좋다. 하나하나 다른 반찬 맛이 온전히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새 수저를 한 벌 꺼내 생선 가시를 발라내고 반찬을 덜어오는 용도로 사용했다. 아무리 오래된 친구지만, 그래서 더 배려가 필요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맛은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 일단 밥 먹기 전에 한 숟갈 떠먹은 국물부터 시원했고, 오이나 수삼은 산뜻했다. 맛을 잘 살린데다 심지어 게장이나 가자미조림까지 무한 리필이니 맛도 양도 다 잡았다. 메인인 톳밥은 곤드레밥을 연상시켰다. 그저 산나물 대신 바다 나물을 넣어 만든 점만 달랐을 뿐. 혹시 비리지는 않을까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 호불호 없이 누구나 다 잘 먹을 것 같았다.
실제로 이사한 다음 손님들이 많이 왔는데, 올때마다 모두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나도 집만 멀지 않으면 우리 식구들 데리고 다시 오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도 앱으로 찾아보니, 대전과 대구, 김천에만 하나씩 있을 뿐. 아쉽게도 서울엔 한 군데도 없었다.
둥지톳밥 위치정보
- 주소 : 경기도 의왕시 오매기백운산길 3-1-2층
- 전화 : 031-427-7613
- 영업시간 : 화~일 오전 11시~오후 4시
- 매장 내 식사 가능, 포장 가능.
- 배달 안 됨.
함께 읽으면 좋은 글
강릉 산마루황태촌 순두부
강릉 여행올여름휴가는 다른 해보다 좀 당겼다. 작년 8월에 계획했던 부산 여행을 태풍 카눈이 망쳐버렸던 기억 때문이다. 아무래도 벚꽃 피는 시기가 빨라진 것처럼 태풍이 오는 시기도 빨라지
fruitfulife.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