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여행
올여름휴가는 다른 해보다 좀 당겼다. 작년 8월에 계획했던 부산 여행을 태풍 카눈이 망쳐버렸던 기억 때문이다. 아무래도 벚꽃 피는 시기가 빨라진 것처럼 태풍이 오는 시기도 빨라지는 것 같다.
7월 25일 목요일. 서울역에서 06시 10분 기차를 타고 강릉으로 향했다. 4시간 밖에 자지 못해 가는 동안 잠을 청했지만, 다른 식구들은 쌩쌩. 졸다가 잠이 깨버렸다. 그래도 그 덕에 북한강쯤에선 물안개 자욱한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이건 마치 한 폭의 수묵화. 동영상으로도 담아놓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강릉역. 우리가 아침으로 고른 것은 바로 황태 순두부였다. 요즘엔 짬뽕 순두부가 유명하다고 하지만, 우리 식구들 모두 매운 건 잘 못 먹는 탓에 황태순두부를 택했다.
산마루 황태촌 순두부
강릉역에서 택시를 타고 10분 정도 달려 도착한 산마루 황태촌 직영점. 먹색 건물에는 흘림체로 커다랗게 가게 이름이, 입구 유리문에는 ‘모든 메뉴 포장 가능’이라고 쓰여있었다.
황태순살강정과 황태구이 사진이 먹음직스럽게 유혹했지만, 아침부터 먹기에는 좀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역시 계획대로 맑은 순두부를 먹기로 했다. 메뉴판을 보니, 순두부 백반, 황태순두부해장국, 얼큰 황태순두부… 순두부도 여러 가지다.
아이들은 순두부백반, 우리는 황태순두부 해장국을 선택했다. 양념장을 얹은 두부, 메추리알 조림, 무장아찌, 감자조림, 깍두기, 삭힌 고추 무침, 어묵 볶음, 시래기나물 등 여덟 가지 밑반찬이 깔리고 뒤미처 순두부가 나왔다.
순두부 백반과 황태 순두부 해장국
순두부 백반은 그야말로 순수 순두부. 어마어마하게 큰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뽀얀 순두부다. 양념간장이 작은 그릇에 따라 나올 뿐. 모양도 맛도 정말 아무것도 첨가되지 않은 순두부 그 자체다.
우리가 주문한 황태 순두부 해장국 맛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순두부부터 맛보고 난 다음이라 그런지 그 맛은 압도적이었다. 얼마나 시원한지 먹지도 않은 술이 해장되는 느낌이랄까. 황태와 콩나물, 건새우 등이 들어가 황태 콩나물 해장국에 순두부를 섞은 건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잘 모를 지경이었다. 간도 딱 맞아 양념간장을 탈 필요도 없었다. 이 글을 쓰고 있자니 시 한 번 먹고 싶어 진다.
뜨끈한 순두부 한 그릇으로 속을 풀고 고개를 드니, 직영 황태 덕장에서 만들었다는 황태도 팔고 있었다. 육수용 황태는 한 포에 1만 원이었는데, 머리 부분을 따로 모아놓은 것이었다. 그 외에 일반 황태는 2만 원, 3만 원에 팔고 있었다.
산마루 황태촌 메뉴
- 순두부 백반 9,000원
- 황태해장국 10,000원
- 황태미역국 10,000원
- 황태 순두부 해장국 12,000원
- 얼큰 황태 순두부 13,000원
- 황태구이 정식 18,000원 (2인 이상)
그 외에도 모두부나 더덕구이, 황태순살강정 등이 있었다. 황태구이 정식을 하나 추가하고 싶었지만, 2인 이상 주문할 수 있다고 해서 아쉽지만 먹지 못했다. 나중에 보니, 정식 말고도 황태구이 단품이 있었다.
산마루 황태촌 위치 정보
- 강원도 강릉시 초당동 234-1
- 033-651-9909
- 영업시간 : 오전 9시 ~ 오후 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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