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적유목민?





나는 지적유목민?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양 떼에게 풀을 뜯기기 위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무리를 유목민(Nomad)이라고 한다. 이리저리 다니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대상(Caravan)과는 또 다르다. 캐러밴들은 시작과 끝이 있고 출발지와 목적지가 있다. 길고 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곳은 대개 출발지이다. 하지만 유목민은 그렇지 않다. 처음과 끝이 없으니 출발지도 목적지도 따로 없다. 대상에 비해 여정은 짧지만 죽을 때 까지 계속되기에 물리적 거리는 짧아도 시간적 거리는 끝이 없을 정도로 길다. 그들에게 이동은 여행이 아니라 삶 자체다. 그러기에 늘 현재진행형이다.


내겐 풀을 뜯길 양 떼도 없지만, 난 아무래도 유목민인 것 같다. 책과 메모지, 노트북, 물통을 챙겨 들고 집에서 화실로, 때론 도서관이나 카페로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집에서도 고정된 내 책상이 없으니 여기저기 내키는 대로 움직이는 것은 마찬가지다. 앉은뱅이 상을 펴고 방바닥에 앉기도 하고 컴퓨터 책상이나 다른 식구들 책상에 앉아보기도 한다. 하지만, 주로 머무는 곳은 부엌 식탁이다. 하지만 밥을 먹을 때면 여기서도 물러나야 한다. 집에 있는 시간이 제일 많은 건 난데 책상이 없는 유일한 사람이 나라는 것은 좀 우습다.


밖에서건 안에서건 늘 옮겨다니는 유목민인 것은 확실한데, 앞에 ‘지적’이란 말을 붙여도 되는가 하는 점은 의문이긴 하다. (그저 도시유목민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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