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창조성을 되찾는 방법으로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를 추천한다. 그중에서 아직 아티스트 데이트는 읽지 못했다. 먼저 모닝 페이지를 시작해 본다. 별 신빙성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하지만 이걸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효과를 보았다지 않는가. 세 페이지만 쓰고 접어 넣는 방법. 뭘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그저 손이 움직이는 대로 쓰면 된다니 한 번 해보는 수 밖에. 생각하고 쓰면 안된단다. 그저 정말 의식이 흐르는대로.... 한 번 해보지 뭐. 그런 마음으로 쓰고 있다. 석 장이나 되는 분량이 슬쩍 부담되기는 한다. 어느정도 크기의 종이로 석 장이라는 건지도 궁금하다. 아마 A4용지 크기겠지.
모닝 페이지를 쓰면서 경계해야 할 것은 끈기 있게 밀고나가 중단하지 않는 것과 쓰다 졸지 않는 것이지 않을까. 이리저리 부유하다 보면 슬쩍 잠이 오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난 지금 그런 자연스런 현상을 몸소 겪고 있는 중이다. 눈꺼풀이 내려오는 달콤한 몽롱함을 느끼고 있다. 빠져나오기는 괴롭지만 빠져나와야 한다. 오늘 오후부터는 비가 온댄다. 그래서 어제는 그렇게 더웠나 보다. 지금은 살랑살랑 바람이 분다. 바람은 블라인드를 흔든다. 구슬을 꿰어 늘어뜨린 블라인드 줄을 슬쩍슬쩍 건드리고 간다. 줄은 자르륵 자르륵 소리내며 흔들리다 유리창에 탁탁 부딛친다. 이것 역시 졸음을 부르는 소리다.
바람을 청각으로 느낄 수도 있지만 시각으로 느낄 수도 있다. 어른 손바닥 보다 넓적한 목련 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주는 청량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겨울이면 솜털 자자한 외투로 꽁꽁 몸을 싸매고 추위에 떨던 아이들이 봄이 되면 모피를 벗고 흰색, 자주색의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는다.앙상한 나뭇가지에 꽃만 덩그라니. 하지만 그 모습도 또 얼마나 아름답던지. 이렇게 짙푸른 넓적 나뭇잎이 무성하게 되리라고는 그 때는 생각하기 어렵다. 매년 되풀이 되건만 잎 가득한 나뭇잎을 보면서 '이게 무슨 나무지?'하는 궁금증을 매년 여름이면 갖곤 했었던 것 같다. 풀빛 신록으로 빛나던 초여름의 젊음은 이제 완숙한 짙푸름에 밀려가고 있지만 아직은 한창이다. 이 나무를 생각하자니 사람의 생이 떠오른다. 이러다 물들고 잎 지고 또 온 몸 가득 하이얀 눈을 지고 겨울을 나게 되겠지. 인생에도 봄여름가을겨울이 있다면 지금의 나는 어디쯤에 해당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