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오뎅
보글보글 끓는 칼칼한 오뎅. 무럭무럭 나는 김을 헤쳐 보면 빨간 색이 식욕을 돋구고, 한 숟갈 국물을 떠 넘기면 ‘캬~’ 소리가 절로 난다. 비가 내리고 찬 바람 불기 시작하면 더욱 생각나는 아이템이다. 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여기에 소주 한 잔 생각이 나겠지.
국물내기
오뎅국물은 역시 멸치로 내야 한다. 여기에 양파와 파는 빠져선 안된다. 달고 시원한 맛을 내주니까. 냄비에 물과 멸치를 넣고 끓여 멸치육수를 만든다.
나는 멸치를 집어넣은 망을 냄비에 넣고 전기주전자에 물을 따로 끓여 그 위에 붓고 다시 끓인다. 머리와 똥은 따지 않는다. 쓴맛 비린맛을 이야기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 북어육수를 낼 때에도 머리부터 넣고 끓이는데 멸치라고 왜 떼어내야 하는지, 또 어떤 설에 의하면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단다. 좋은 핑계거리다.
오뎅손질
멸치국물을 내는 동안 오뎅을 준비해야한다. 오뎅은 부산어묵이 제일 맛있다. 진짜 부산에서 택배로 오는 두툼한 어묵이면 더 바랄나위 없겠지만, 동네 수퍼에서 파는 부산어묵도 괜찮다. 끓이고 나서 너무 부드러워지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말이다. 꼬지에 꿸 것이니까 길게 세로로 한 번만 잘라 물을 끓여 부어 쓸데 없는 기름기를 뺀다. 체에 건져 물기가 빠지고 손으로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식으면 꼬챙이에 꿴다. 꼬지가 적당한 것이 없으면 나무 젓가락으로 대신한다. 꼬불꼬불 꼬불이를 꿰던 금요장터 순대 아줌마가 생각난다. 어릴적 하던 시장놀이가 생각난다. 재미있다.
간하기
멸치국물이 끓으면 고추장을 밥숟가락으로 반정도 넣고 휘휘 저어 풀어준다. 국간장도 넣는다. 국물요리엔 역시 국간장(조선간장)이다. 양조간장이나 진간장 같은 왜간장을 넣으면 시원한 맛이 나지 않고 떫더름한 맛이 난다. 젬병이다.
오뎅꼬지 투하
빨간 멸치국물이 끓는 용암처럼 요동칠 때면 멸치를 빼고 꼬챙이에 꿴 오뎅을 넣어 준다. 국물은 탕이라고 너무 흥건하게 잡지 말자. 맛이 없다. 오뎅에 간이 배이도록 살짝 잠길 정도면 된다.
여기에 숭덩숭덩 어슷썰은 대파를 듬뿍 넣고 고춧가루를 설설 뿌린다. 잠깐, 지금 고추가루를 통째로 들고 뿌리려고 했다면 내려놓고 숟가락으로 떠서 뿌리도록. 나도 자주 해봤는데 냄비에서 올라온 수증기가 고추가루끼리 혹은 통에 엉겨붙게 만든다. 그건 재수 좋을 때고 재수 없으면 덩어리진 고추가루가(십중팔구 전에 통째로 끓는 냄비 위에서 흔들었겠지) 왈칵 쏟아져 나와 냄비로 떨어질 수 있다. 내가 많이 해봐서 안다. 하여간 고추가루를 뿌리고는 뚜껑을 잠깐 닫는다.
마지막
마음에 드는 비주얼로 보이면 간을 본다. 파는 고추장으로 했다면 달달한 맛이 파는 오뎅탕과 비슷하게 나오겠지만, 집에서 담은 고추장이라면 양파가 들어갔어도 입에 짝 붙는 그런 맛은 나지 않는다. 이럴 때 MSG의 마법의 힘을 빌어올 수도 있겠지만, 설탕을 약간만 뿌려주면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다. 신기하지 않은가. 하지만 절대 많이 넣으면 못먹고 버릴 수 있다. 아주 살짝만 넣어야 한다. 기호에 따라 후추도 뿌려본다. 맛있다. 이제 냄비 받침을 깔고 냄비째 상에 올릴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