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에도 링거맞는 아파트 단지 소나무

장마에도 링거맞는 아파트 단지 소나무

한달 전부터 아파트 단지 소나무가 링거를 매단채 서있었다. 
처음에는 가물어서 물주머니를 매달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장마가 시작되고 거의 끝 무렵이 되어가는 오늘까지 그 상태 그대로다. 장마에 물이 모자랄리는 없고, 아마 영양이 부족한 모양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푸른 풀밭에 듬성듬성 흰색 네모난 것들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마치 묘비처럼 보이기도 한다. 
 


소나무는 늘 푸르른 특징 때문에 예로부터 절개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애국가에도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하는 가사가 있다. 

소나무 꽃가루 송화는 음식에, 소나무 진액인 송진은 약품으로, 마른 잎인 갈비는 땔감으로, 몸인 목재는 건축이나 배를 만드는 자재로 버리는 곳 없이 쓰여왔다. 심지어는 태울 때 나는 그을음을 모아 송연묵이라는 먹을 만들기도 한다. 생잎은 지금도 송편을 익힐 때 사용한다. 이토록 우리와 오랜 세월 친근하게 지낸 소나무는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주변에 잡초도 자라지 못한다. 임금님의 무덤인 능 주변에 둘러 심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중부 이남 지역에서 잘 자랄 수 있는 나무는 아니다. 한반도 북부에서는 소나무나 전나무 같은 침엽수가 잘 자랄 것 같지만, 사실은 신갈나무, 떡갈나무 같은 낙엽 활엽수림이 우세하고, 소나무나 가문비나무 등의 침엽수림은 북한 중에서도 고도가 높은 곳에서나 잘 자란다고 한다. 중부지방은 느티나무, 서나무 등의 온대림이 잘 자라고 남부지방으로 갈수록 난대림이 나타난다. 

소나무가 이렇게 고생을 하면서 살아가는 이유에는 공해 문제도 있겠지만, 이렇게 맞지 않는 식생도 한 몫 하는게 아닐까? 상징성이나 보기 좋은 것도 좋지만, 조건이 맞고 잘 자라는 나무를 심어 나무도 편하게 살도록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말도 못하는 나무가 꼼짝 없이 서서 고생을 견디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좋지 않다.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