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리뷰/기타 / / 2018. 10. 3. 16:05

모나미 올리카 만년필 - 값싸지만 당찬 귀염둥이


올리카 만년필 - 값싸지만 당찬 귀염둥이



재작년이었나. 모나미에서 올리카 만년필을 처음 내놓았을 때 부터 올리카 만년필을 쓰고 있다. 처음에는 교보 핫트랙스에서 한 자루 3천원에 블랙과 블루 두 종류를 사서 썼다. 일반적으로 까망이든 빨강이든 잉크 색만 다르지 만년필 본체 색깔은 구분이 없다. 그런데 올리카 만년필은 몸통 부터 빛깔이 다르다. 그점이 나를 살짝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거, 만년필 아니었나?'


써보면 알겠지만, 잉크 색이 쨍~하는 느낌이 드는 진한 색은 아니다. 묽은 느낌이 든다. 닙 아래 부분이 식물성 소재라 펠트펜이지 이게 어떻게 만년필이냐 하는 말도 있는 것 같다. 그런 것은 잘 따지지 않기에 잘 써지면 되는 내게는 별 문제가 아니다. 글씨를 힘줘서 쓰는 편이 아니라 술술 잘 나오는 편이 더 좋다. 


몰스킨에 쓰면 뒤에 비치긴 한다. 하지만 몰스킨에 만년필을 사용하면 어떤 만년필이든 비치는 것은 마찬가지다. 혹시 덜 비칠까 하고 프레피 만년필 EF닙을 써보기도 했다. 하지만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잉크 색은 더 흐리고 글씨는 더 가늘어 답답했다. 다시 올리카를 쓰기 시작했다. 몇 주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다 얼마 전에 퍼플과 올리브 색 두 자루를 더 구입했다. 이번에는 쿠팡에서 샀는데, 리필 잉크 세개를 포함해 개당 1,780에 샀다. 배송비 2,500원은 왕복 버스비 보다 싸다. 


보라색은 바이올렛과 퍼플 두 가지였는데, 바이올렛은 좀더 꽃자주빛에 가까워 퍼플로 골랐다. 그런데, 퍼플도 붉은 빛이 조금 강하다. 울트라마린을 한 방울만 더 섞어줬으면 완벽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 올리브색은 그린 올리브를 말하는 것이겠지. 그런데 생 올리브가 아니라 절인 올리브 색이다. 여기에도 그린을 한 방울만 더 넣었으면 좋았을걸 하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취향은 다 제각각이니, 이걸 만드는 사람은 이 색이 완벽하다고 여겼겠지. 


블루 역시 울트라마린 쪽으로 좀 더 갔으면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세루리안 블루라기엔 어딘지 웜톤이다. 어쩌면 약간 미색을 띄는 몰스킨에 써서 더 그렇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블랙은 보통 말하는 블랙이 아니라, 수채화 물감 여러가지를 섞어서 만든 검정 느낌이다. 예를 들면 브라운 레드에 프러시안 블루를 섞는다든지. 그런데 블랙의 그런 느낌이 좋다. 진짜 검정은 그림 그릴 때도 잘 쓰지 않는다. 상갓집 분위기가 느껴져서다. 그런 의미에서 올리카의 블랙 잉크는 마음에 든다.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 손으로 쥐는 부분이 고무로 되어있다. 이른바 '그립감'이 좋다. 아무래도 합성수지라 가벼운데, 그런 가벼움이 싫으면 뚜껑을 뒤에 끼우면 좀 묵직해진다. 손이 작은 내게는 미끄러지지 않고 너무 무겁지 않은 이 만년필이 제격이다. 성경필사하거나 다이어리 정리할 때, 이런저런 메모에 아주 좋다. 



가격에 비해 싼티도 그리 나지 않는다. 오히려 2천원도 안하는 것에 비하면 고급스러워 보이는 쪽이다. 리필 잉크가 세 개 들어있는 것을 생각하면 6,7백원인 셈인가. 다 썼다고 통째로 바꿔 쓰지 않고 잉크만 바꿔쓰다 보니 환경보호에 플러스 역할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도 있다. ㅎㅎ


올리카 만년필을 쓰기 전에 즐겨 쓰던 펜은 미쯔비시에서 나오는 유니볼 아이였다. 만년필처럼 술술 잘 써지고 잉크 색깔도 마음에 든다. 게다가 마르고나면 번지지 않는다. 그런데 개당 가격이 비싸고 일본산이라는 점이 걸렸다. 


개인적으로 일제, 미제, 국산을 따지는 편은 아니었는데, 문구점에 가면 온통 일본 제품 일색이고 모나미나 동아 펜은 잘 보이지도 않는 곳이나 다른 펜 코너 한구석에 끼어 진열되어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나 처럼 외국제품을 무심코 쓰는 사람들이 많아서 우리나라 제품이 밀렸나. 이러다 우리나라가 볼펜 한 자루 만드는 회사도 남아나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짝 겁이 났다고 해야할지. 


그래서 마하펜이나 동아 파인테크 펜을 써 보기도 했다. 파인테크 펜은 여러가지 써본 펜 중에서 가장 좋았다. 그런데 볼펜느낌이 강하다 보니 자꾸 힘을 주고 쓰게 되어 내게는 맞지 않았다. 그러던중 발견한 것이 이 모나미 올리카 만년필이다. 값 싸지만 오히려 가성비 좋은 당찬 귀염둥이 같은 존재다.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