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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미 올리카 만년필 - 값싸지만 당찬 귀염둥이


올리카 만년필 - 값싸지만 당찬 귀염둥이



재작년이었나. 모나미에서 올리카 만년필을 처음 내놓았을 때 부터 올리카 만년필을 쓰고 있다. 처음에는 교보 핫트랙스에서 한 자루 3천원에 블랙과 블루 두 종류를 사서 썼다. 일반적으로 까망이든 빨강이든 잉크 색만 다르지 만년필 본체 색깔은 구분이 없다. 그런데 올리카 만년필은 몸통 부터 빛깔이 다르다. 그점이 나를 살짝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거, 만년필 아니었나?'


써보면 알겠지만, 잉크 색이 쨍~하는 느낌이 드는 진한 색은 아니다. 묽은 느낌이 든다. 닙 아래 부분이 식물성 소재라 펠트펜이지 이게 어떻게 만년필이냐 하는 말도 있는 것 같다. 그런 것은 잘 따지지 않기에 잘 써지면 되는 내게는 별 문제가 아니다. 글씨를 힘줘서 쓰는 편이 아니라 술술 잘 나오는 편이 더 좋다. 


몰스킨에 쓰면 뒤에 비치긴 한다. 하지만 몰스킨에 만년필을 사용하면 어떤 만년필이든 비치는 것은 마찬가지다. 혹시 덜 비칠까 하고 프레피 만년필 EF닙을 써보기도 했다. 하지만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잉크 색은 더 흐리고 글씨는 더 가늘어 답답했다. 다시 올리카를 쓰기 시작했다. 몇 주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다 얼마 전에 퍼플과 올리브 색 두 자루를 더 구입했다. 이번에는 쿠팡에서 샀는데, 리필 잉크 세개를 포함해 개당 1,780에 샀다. 배송비 2,500원은 왕복 버스비 보다 싸다. 


보라색은 바이올렛과 퍼플 두 가지였는데, 바이올렛은 좀더 꽃자주빛에 가까워 퍼플로 골랐다. 그런데, 퍼플도 붉은 빛이 조금 강하다. 울트라마린을 한 방울만 더 섞어줬으면 완벽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 올리브색은 그린 올리브를 말하는 것이겠지. 그런데 생 올리브가 아니라 절인 올리브 색이다. 여기에도 그린을 한 방울만 더 넣었으면 좋았을걸 하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취향은 다 제각각이니, 이걸 만드는 사람은 이 색이 완벽하다고 여겼겠지. 


블루 역시 울트라마린 쪽으로 좀 더 갔으면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세루리안 블루라기엔 어딘지 웜톤이다. 어쩌면 약간 미색을 띄는 몰스킨에 써서 더 그렇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블랙은 보통 말하는 블랙이 아니라, 수채화 물감 여러가지를 섞어서 만든 검정 느낌이다. 예를 들면 브라운 레드에 프러시안 블루를 섞는다든지. 그런데 블랙의 그런 느낌이 좋다. 진짜 검정은 그림 그릴 때도 잘 쓰지 않는다. 상갓집 분위기가 느껴져서다. 그런 의미에서 올리카의 블랙 잉크는 마음에 든다.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 손으로 쥐는 부분이 고무로 되어있다. 이른바 '그립감'이 좋다. 아무래도 합성수지라 가벼운데, 그런 가벼움이 싫으면 뚜껑을 뒤에 끼우면 좀 묵직해진다. 손이 작은 내게는 미끄러지지 않고 너무 무겁지 않은 이 만년필이 제격이다. 성경필사하거나 다이어리 정리할 때, 이런저런 메모에 아주 좋다. 



가격에 비해 싼티도 그리 나지 않는다. 오히려 2천원도 안하는 것에 비하면 고급스러워 보이는 쪽이다. 리필 잉크가 세 개 들어있는 것을 생각하면 6,7백원인 셈인가. 다 썼다고 통째로 바꿔 쓰지 않고 잉크만 바꿔쓰다 보니 환경보호에 플러스 역할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도 있다. ㅎㅎ


올리카 만년필을 쓰기 전에 즐겨 쓰던 펜은 미쯔비시에서 나오는 유니볼 아이였다. 만년필처럼 술술 잘 써지고 잉크 색깔도 마음에 든다. 게다가 마르고나면 번지지 않는다. 그런데 개당 가격이 비싸고 일본산이라는 점이 걸렸다. 


개인적으로 일제, 미제, 국산을 따지는 편은 아니었는데, 문구점에 가면 온통 일본 제품 일색이고 모나미나 동아 펜은 잘 보이지도 않는 곳이나 다른 펜 코너 한구석에 끼어 진열되어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나 처럼 외국제품을 무심코 쓰는 사람들이 많아서 우리나라 제품이 밀렸나. 이러다 우리나라가 볼펜 한 자루 만드는 회사도 남아나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짝 겁이 났다고 해야할지. 


그래서 마하펜이나 동아 파인테크 펜을 써 보기도 했다. 파인테크 펜은 여러가지 써본 펜 중에서 가장 좋았다. 그런데 볼펜느낌이 강하다 보니 자꾸 힘을 주고 쓰게 되어 내게는 맞지 않았다. 그러던중 발견한 것이 이 모나미 올리카 만년필이다. 값 싸지만 오히려 가성비 좋은 당찬 귀염둥이 같은 존재다. 


댓글 16

  • 2018.10.03 21:39 신고

    주로 쓰는 펜이 있으시군요.
    저는 그냥 모나미 153 쓰는데, 쓰다가 찌꺼기 나오는 것도 그러려니 하면서 씁니다.
    좋은 펜 보니까 저도 써보고 싶긴 하네요. ^^

    • 2018.10.03 21:44 신고

      모나미 153은 가볍고 연필 쥐는 느낌이라 저도 좋아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말씀하신대로 '볼펜 똥'이지요. ㅎㅎ
      옆에 휴지나 냅킨을 접어놓고 닦아가며 써봤는데, 잉크 찌꺼기 대단하더군요.
      볼펜으로 쓰면 꾹꾹 눌러쓰게 되서 제가 쓰기엔 좀 힘든 면도 있구요. 그래서 만년필을 즐겨 사용합니다.

  • 2018.10.04 07:16 신고

    사진속 컬러 색감도 괜찮은것 같은데요? ^^
    저도 한 번 써보고 싶어지네요~ㅎㅎ

  • 2018.10.04 10:21 신고

    색색 만년필이라니 처음 봅니다.ㅎ
    괜찬아 보입니다.
    예전 같으면 ,당장 사용했을텐데...

    • 2018.10.04 11:03 신고

      그렇죠? 색색이 만년필이라니 재미있어요.
      싼맛에 쓰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품질이 좋아요. ^^

  • 2018.10.05 04:11 신고

    제가 저 유니볼아이 항상 애용하는 편이었는데...
    맞아요 특히 펜 종류는 일제가 거의 대부분인 것 같아요.
    질이 좋다고 생각해서 저도 그렇고, 많이들 사용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의식적으로 국산 제품을 사용하려고 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네요.
    마침 저렴하면서 맘에 드는 만년필을 발견하셨다니 참 다행입니다.
    저는 동아 파인테크 펜을 한번 써보고 싶네요!ㅋㅋ

    • 2018.10.05 15:49 신고

      동아 파인테크 좋아요. ^^
      동생한테 한번 선물했더니 필사할 때 그것만 사다놓고 쓰더군요.

  • 2018.10.05 15:47 신고

    이 펜 괜찮다는 얘기 들었어요! 이런 국산 저려미 제품이 많으면 좋죠
    저는 사실 몇달전에 딥펜을 사긴 했는데... 잉크에 찍으면서 쓰는게 너무 귀찮아서 사용을 안해요ㅠ_ㅠ
    이런 펜형 만년필이 최고인 것 같아요!

    • 2018.10.05 15:48 신고

      그쵸~ 품질좋은 저렴이들이 제일이죠.
      딥펜은 빨간 잉크 쿡 찍어 제목 쓸 때 좋더라구요. ^^

  • 2018.10.08 02:17 신고

    중학교 때 펜촉으로 잉크 찍어가며 만화를 그린 적이 있었는데...
    펜촉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요.
    만년필을 안 쓴지 20년은 되어서...
    모나미 만년필이 가격은 저렴한데 퀄리티는 상당하군요. ㅎㅎ

    • 2018.10.08 21:31 신고

      그렇죠? 싸고 좋은 물건 오랜만에 만나 잘 쓰고 있습니다.
      카멜리온님도 만화그리셨군요! 저도 중고등학교때 만화 정말 좋아해서 서로 그려서 돌려보고 했었어요. ^^

  • 2018.10.08 20:29 신고

    만년필이라는 것이 신기하네요.~~ 항상 볼펜만 썼던터라 제가 쓰면 끝부분이 망가질듯합니다. 그래도 한번 써보고 싶긴 하네요.^^

    • 2018.10.08 21:30 신고

      한번 써보세요.
      이 만년필은 그렇게 민감하지 않은 것 같아요. 생각보다 튼튼합니다. 가격도 웬만한 볼펜보다 저렴하니 안심하고 써보세요. ^^

  • 2018.10.10 09:08 신고

    간만에 필기구 뽐뿌가 와서 고르고 담고하다가 저도 발견했어요. 어서 받아보고 써보고 싶네요. 확실히 저도 잘 쓰고 애용하던 것은 일본산 제품이었어요. 모나미 제품들을 조금 더 구매하고 싶었는데. 0.5mm 이하 제품들은 잘 나오질 않네요 또륵 ㅜㅜ

    • 2018.10.10 09:21 신고

      올리카 만년필 FF가는 촉도 나왔어요!!
      디자인도 조금 다르구요.
      전 굵은걸 좋아해서 F촉을 쓰지만 가는거 좋아하시면 새로 나온 FF촉을 써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