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둘째 주 일기 - 황사 속 봄꽃

4월 둘째 주 일기 - 황사 속 봄꽃

 

목요일 오후. 오랜만에 반가운 분들을 만나 써니보울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차도 마시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여전히 황사 바람이 심했지만, 그래도 햇살이 퍼져 덜 썰렁했다. 요 며칠, 어찌나 바람이 심하고 공기가 나빴던지. 

 

돌아오는 길 모퉁이에 마치 심어놓은 듯 소담스레 피어있는 민들레를 발견했다. 꽃잎이 마치 작은 태양 같고, 아이들이 모여 웃고 있는 것만 같았다. 

 

04.13. 길모퉁이 민들레

 

이번주는 내몽골에서 불어온 거센 황사바람으로 무척 괴로웠다. 미세미세 앱으로 확인하면 거의 매일 검은색으로 절대 나가지 말라는 경고가 뜬다. 하지만 그래도 나가야 하는 걸 어떻게 해. 서풍은 왜 이렇게 부는 건지. 그러니까 중국 북쪽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에 황사까지 더해지고. 거기다 강릉에서는 또 산불이 났다는 뉴스가 있었다. 주변에서도 이번 산불로 손수 지은 집이 타버렸다는 소식, 집에서 키우던 개 도망가라고 목줄을 풀러 줬는데, 나중에 돌아와 보니 집을 지키고 있더라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그뿐인가. 월요일엔 캄차카 반도에 있는 화산이 폭발을 일으켰다. 9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화산재가 수북이 쌓인 모습은 마치 폭설이 내린 것만 같았다. 그동안 서풍이 그렇게 세게 불었으니 망정이지, 북동풍이 불었으면.... 갑자기 황사바람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04. 13. 철쭉

 

그 와중에 철쭉 색은 어쩜 이리도 강렬한가. 미처 다 담기지는 못했지만, 고작 핸드폰으로 찍는 이 사진에도 찬란함이 느껴진다. 촌스러워보일 수 있는 색상들이 자연에서는 이리도 고울 수가 있는 건가. 놀랍다. 어릴 적 피아노 학원 선생님이 가르쳐주셨던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하는 찬양이 저절로 생각난다. 솔로몬 왕의 옷보다 한낱 백합이 더 아름답다는 그 찬양 말이다. 

 

04. 13. 철쭉

 

간간이 보이는 황매화가 탐스럽다. 샛노란 털방울이 바람에 마구 흔들린다. 

 

04. 13. 황매화

 

아래 사진은 맨 처음 나왔던 민들레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이름 모를 들풀 모습이다. 눈으로 보는 것과는 많이 다른데(사진을 참 못 찍나보다), 뻗어나가는 선이며 잎의 곡선이 예사롭지 않다. 조물주의 놀라운 솜씨! 예술 감각이 대단하다. 어떤 예술가가 자연을 빚은 그 솜씨를 능가할 수 있을까. 그래서 예술은 모방인가 보다.

 

04. 13. 이름모를 들풀의 곡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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