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타고 도쿄 긴자 자유 투어 - 세이코 시계탑 & 긴자 기무라야 단팥빵

도쿄 긴자 자유 투어

도쿄에서 첫밤을 보내고 난 다음날, 우리는 자유로운 하루를 보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데려다주는 대로 여행하고 갖다 주는 대로 먹는 것도 휴식이 될 수 있지만, 여행의 꽃은 역시 자유여행이다. 자유일정이 없는 여행은 노동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에게 자유란 그만큼 소중하다. 
 
우리는 그날 하루를 온전히 긴자에서 보내기로 했다.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는 것보다 한 군데 느긋하게 걸어 다니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들기와 문구 종류를 좋아하는 우리로선 도큐핸즈나 로프트 등 빼놓지 말고 꼭 들러야 할 곳들도 있었다. 
 

도쿄 지하철로 긴자 가기

데이나이스 호텔에서 긴자까지, 우리는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거기서 긴자까지 얼마나 된다고. 그냥 택시 타세요'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급할 것도 없는 일정에 뭣 때문에 택시를 탈까. 도쿄 시민들이라면 누구나 이용하는 지하철로 이동하고 싶었다.
 
도쿄 시민 체험이랄까. 단, 악명 높은 도쿄의 출근길 러시아워는 피하기 위해 10시쯤 전철을 타기로 했다. 도쿄 시내로 들어가는 지하철 노선 가운데 가장 붐비는 노선이 바로 우리가 이용할 도자이선이기 때문이다. 
 
호텔은 기바역과 몬젠나카초역 중간에 있다. 어느 쪽 역을 이용할까 하다가 구글 지도가 권하는 대로 기바역에서 전철을 타기로 했다. 기바에서 출발해 몬젠나카초역과 가야바초역을 지나 니혼바시 역에서 긴자선으로 갈아타고 시부야역과 교바시 역을 지나 긴자 역에서 내리면 된다.
 
호텔에서 슬슬 걸어 기바역에 도착하기까지 8분, 기바역에서 니혼바시역까지 5분, 갈아타는데 1분, 다시 긴자역까지 2분. 총 16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초행길이니 갈아타는데 1분은 무리고 합해서 20분은 걸리지 않을까?
 

기바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열차를 기다리면서 둘러보니, 기바역은 지은 지 오래되었는지 산뜻한 느낌은 아니었다. 안전문이 없어 살짝 겁이 나기도 했다. 서울 지하철도 안전문이 생긴 건 사실 몇 년 안 되는데, 이렇게 익숙해져 버리다니 사람은 참 적응을 잘한다. (이렇게 쓰고 찾아보니 지하철 노선에 안전문을 도입한 건 2008년부터로, 우리나라가 처음이라고 한다. 몰랐다.)
 
글을 쓰다보니 지하철 표를 사는 장면 사진이 하나도 없다. 사진을 찍은 줄 알았는데, 나도 처음이라 너무 긴장했었던가.
 
하여튼 도쿄 지하철에서 표를 사는 건 어렵지 않다. 사람을 상대할 필요 없이 자동판매기를 이용하는 데다, 우리말로 다 표시되기 때문에 정말 쉽다.  사진은 찍지 못했으니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도쿄 지하철 표사기

  1. 자동판매기 맨 위에 있는 노선도에서 내가 가는 역까지 요금 확인하기
  2. 자동판매기 화면 오른쪽 위에 있는 '한국어' 단추 선택하기
  3. 여럿이 탈때 : 화면 왼쪽에서 인원수 선택하기 
  4. 메인 화면에서 아까 확인한 요금 선택하기
  5. 돈 넣기
  6. 전철 표와 잔돈 받기

 
인원수 선택도 그림으로 표시되어 있어 정말 편리하다. 어른 둘이면 큰 사람 둘이 있는 단추를, 아이를 데리고 탄다면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이 함께 있는 단추를 누르면 된다. 유튜브에 짧게 잘 정리된 영상이 있어 소개한다. 후쿠오카 여행이라고 나와있지만, 도쿄도 마찬가지. 똑같다.
 

도쿄 지하철 표사기

 

지하철 갈아타기

지하철 갈아타는 것도 정말 쉽다. 각 노선이 색깔로 구분되어 있는 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다. 기바에서 탄 도자이선은 파란색이고 T라고 표시되어 있고, 긴자로 가는 긴자선은 오렌지색이고 G라고 표시되어 있다. 각 역은 숫자로 구분되는데, 기바역은 T13, 긴자역은 G11으로 표시된다.
 
한자나 일본어로 쓰여있는 역 이름을 읽지 못하더라도, 알파벳과 숫자 조합을 보고 찾아가면 된다. 하지만 전철을 타고 가다 보면 전철 문 위에 한글로도 역명이 표시되는 걸 볼 수 있다. 낯선 곳에서 한글을 보니 반갑더라고. 
 

세이코 시계 탑 & 미츠코시 백화점 사자상

긴자역에 도착해 긴자 플레이스 지하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A3번 출구로 나왔다. 여기로 나오면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긴자의 명물 세이코 하우스 긴자 시계탑을 정면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B2나 A6, A10으로 나오면 측면만 겨우 보이거나 잘 보이지 않는다. 
 
이 시계탑이 있는 건물은 1947년 설립된 와코 백화점인데, 으리으리한 고급품을 파는 곳으로 유명하다. 2022년부터는 '세이코 하우스 긴자'로 불리고 있다. 긴자의 기준점, 긴자의 배꼽이라고 할 수 있는 세이코 시계탑을 봤으니 그다음 코스는 횡단보도를 건너 미츠코시 백화점에 있는 사자상. 
 
사자상은 사실 별 거 아니다. 미츠코시 백화점 지점마다 입구 양쪽엔 마치 수문장처럼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자 앞발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만지작거렸는지 반들반들 광이 난다.
 
나도 긴자에 온김에 한 번 사진에 담아줬다. 그리곤 바로 횡단보도를 건너 와코 백화점 쪽으로 간다. 바로 옆이 긴자 기무라야이기 때문이다. ㅎㅎ
 

세이코 하우스 시계탑 & 미츠코시 백화점 사자상

 

긴자 기무라야 단팥빵

메이지 시대 문을 연 긴자 기무라야는 역사가 약 150년이나 되는 빵집이다. 여기서 일본 최초로 단팥빵을 만들었고, 맨 처음으로 앙버터를 소개하기도 했다.
 
 

대로변에 있는 긴자 기무라야

 
문을 열고 들어가면, 1층은 아래 사진처럼 큼직하고 먹음직한 빵들이 진열장에 줄지어 있는 빵집이다. 2층은 카페, 3층은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가 갔을 땐 1, 2층만 영업을 하고 있었고, 3층은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상태였다.
 
진열장 위에 기무라야 본점이라고 쓰인 노렌のれん이 보인다. 원래 노렌은 뜨거운 햇살이나 비바람을 막기 위해 가게 바깥쪽 입구 위에 쳐 놓는 거였지만, 점점 의미가 변해 가게 간판이나 신용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맛있는 건 한 번 더! 큼직한 크라상이 250엔! 우리나라 빵은 왜 그렇게 비싼 걸까? 
 

 
2층 카페로 올라갔다. 우리가 흔히 아는 베이커리 카페 분위기는 아니다. 어쩐지 어린 시절 자주 찾던 명동 영양센터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바 같기도 하다. 
 

긴자 기무라야 2층 카페

 
하지만 운이 좋았던 우리는 바로 창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는데, 창가에선 아까 지하철 역에서 올라왔던 긴자 플레이와 긴자 미츠코시 백화점이 보인다.
 
구멍이 숭숭 뚫린 긴자 플레이스 외벽을 보니, 저절로 떠오르는 건물이 있다. 바로 신논현역 앞에 있는 어반 하이브. 아침 빵 뷔페를 즐기러 갔던 테이크 어반도 생각난다.  
 

미츠코시와 긴자 플레이스가 내려다보이던 창가 자리

 
아침까지 흐리던 하늘은 점차 구름이 벗겨지고 있었다. 푸른 하늘과 밝은 햇살이 얼마나 반가웠던지. 괜스레 멋져 보이는 거리를 내려다보며 아침을 즐겼다.

긴자 기무라야에서 먹었던 건 앙빵 세트. 부가세를 포함해 990엔인데, 커피나 홍차가 딸려 나온다. 우리는 여기에 카푸치노를 한 잔 추가했다.  
 
카푸치노는 한 잔에 990엔. 세트 메뉴와 같은 가격이다. 앙빵 세트는 10시부터 11시까지만 파는 모닝 메뉴 중 하나다.   앙빵 세트엔 미니 사이즈 단팥빵 두 개가 나오는데, 하나는 오리지널이고 다른 하나는 소금 단팥빵이다. 
 
세트 메뉴에 포함된 단팥빵은 작지만, 원래는 이렇게 작지 않다. 나오는 길에 앙버터 단팥빵을 하나 사왔는데, 깨물면 두 개의 구멍으로 버터가 삐죽 솟아 나온다. 저 단춧구멍 같은 구멍을 달리 보면 돼지코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어떤 사람은 눈이라고 보기도 하더라. 
 

모닝 메뉴는 10~11시 한정

 
긴자 기무라야 모닝 메뉴에는 우리가 먹은 앙빵세트 말고도 여러가지가 있다. 일본 가격표를 보면 보통 부가세를 뺀 가격을 크게, 부가세를 포함한 가격은 작게 표시되어 있다.

  • 오크라 토스트 세트 (커피 또는 홍차) 990엔
  • 햄앤치즈 토스트 (커피 또는 홍차) 990엔
  • 오리지널 새우 샌드위치 (커피 또는 홍차) 1,650엔
  • 믹스 샌드위치 (커피 또는 홍차) 1,210엔

 
아래는 여행 중에 몰스킨 까이에에 쓴 여행일기다. 다시 봐도 뿌듯하다. ㅎㅎㅎ
 

여행 수첩에 남긴 세이코 하우스 시계탑과 긴자 플레이스
여행 수첩에 남긴 긴자 기무라야

 
오른쪽 페이지에 붙인 비닐은 2층 카페에서 주는 물휴지 껍질이다. 어쩐지 낯설지 않은 그림체라 찾아보았는데, 아무리 구글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겨우 찾을 수 있었다. 바로 Al. Hirschefeld의  "Mural Walpaper (1958)"이었다. 허쉬펠트가 자기 집 벽지 위에 그린 그림인데, 난간과 기둥 부분을 빼고 다시 그린 것 같다. 

mural wallpaper | alhirschfeldfoundation.org

www.alhirschfeldfoundation.org

 
이 작가를 몰라도 어딘지 익숙한 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도 여기 등장하는 사람들이 모두 실존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랫줄은 맨 왼쪽부터 윈저공 부부, 프랭크 시나트라, 마릴린 먼로, 버스트 키튼, 찰리 채플린, 필즈, 뮤란트, 아인슈타인, 버나드 쇼, 마를리네 디트리히다.
 
위에 서 있는 사람은 아돌프 멘조, 조안 크로포드, 파가니니, 클라크 게이블, 에드워드 G 로빈슨, 마르셀 마르소, 미국판 뚱뚱이와 홀쭉이라고 할 수 있는 올리버 하디와 스탠 로렐, (세 사람은 건너뛰고-누군지 잊었다), 엘리노어 루스벨트, 베니 굿맨, 탈룰라의 어원이 된 탈룰라 뱅크헤드, 루이 암스트롱이다.
 
원래 그림엔 있었지만 오른쪽에 잘린 사람이 둘 있다. 바로 피카소다. 또 한 명은 누군지 모르겠다.
 
이 그림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Kerasand와 Phy1705님이 X에 올려둔 트윗 덕분이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X의 ケラリーノ・サンドロヴィッチ님(@kerasand)

これ、先日銀座で食事した時に出てきたおしぼり。 往年のハリウッドスター達。 キートンもグルーチョもハーポもガルボもローレル&ハーディもW.C.フィールズもいる。 なんてったっけ、有

twitter.com

 

X의 Al Hirschfeld님(@AlHirschfeld)

@phyl705 @kerasand これはこの作品のコピーだと思います https://t.co/gizqxSNkp6

twit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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