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비스타 도쿄 베이 호텔 숙박기
일본 여행 마지막 밤은 오다이바에 있는 라 비스타 도쿄 베이 호텔에서 보냈다. 오다이바는 도쿄만에 있는 인공섬으로, 레인보우 브리지로 연결되어 있다.
오다이바는 모두 새로 올린 고층건물이라 주변이 깨끗하고 야경도 아름다웠다. 호텔 로비에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가면 바다 쪽 해안공원으로 이어지고, 다른 쪽으로 나가면 전철역과 센카쿠반라이로 바로 이어진다. 키오스크를 통한 무인 체크인과 로비에 비치된 다양한 어매니티가 인상적이었다. 그중엔 사탕도 있었는데, 떠나면서 집어온 사탕 몇 개가 귀국길 비행기 이착륙 시 귀가 아팠을 때 큰 도움이 되었다.
라 비스타 도쿄 베이 호텔은 비싼만큼 안락해 ‘쉬는’ 느낌이 드는 호텔이었다. 가격을 검색해 보니, 아고다 최저가로 638,627원이었다(트윈 룸, 23제곱미터, 샤워실, 싱글베드 2, 조식 포함).
내가 여행상품을 구입하면서 지불한 비용보다 비싼 방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건 단체여행이니 가능하다. 저렴한 호텔에서 2박, 비싼 호텔에서 1박을 하는 건 어떻게 보면 조삼모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예약했다면 그 가격에 이용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아예 이용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대신 저렴한 호텔을 이곳저곳 알아 봤겠지. 비단 호텔뿐 아니라 나 혼자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곳들을 안내해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은 단체여행의 좋은 점이다.
라 비스타 베이 호텔에서 좋았던 점은 방 크기와 온천욕장, 야식, 그리고 아침식사였다. 모두 투숙객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다.
라 비스타 베이 호텔 스파
라 비스타 베이 호텔에는 스파, 온수욕조가 있는 실내 인피니티 풀, 대욕장 시설이 있는데, 그중 우리가 이용한 것은 대욕장이었다.
객실 텔레비전 아래에 욕장에서 이용할 수건과 실내복이 들어있는 가방이 놓여있다. 이 수건을 가져가지 않으면 대략 난감해지니 꼭 챙겨가자. 제공되는 실내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가 가져간 옷을 입고 가도 된다.
여탕 옆 라운지에선 아이스크림이 무료다. 하지만 우리는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세븐일레븐에서 브륄레 아이스크림을 사다 먹었다. 아마 매일 밤 먹었던 것 같다. 서울 세븐일레븐에서 팔지 않는 게 아쉽다.
남탕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여탕을 기준으로 봤을 때 대욕장의 바깥벽은 유리로 되어 있었다. 밖의 풍경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왔다. 그래봤자 바다 풍경은 아니고 도시의 야경이었지만, 그래서 더 새로운 느낌도 있었다. 우리가 언제 유리로 된 욕실에서 탁 트인 느낌으로 목욕을 즐겨본 적이 있었냔 말이지.
그런 것 말고 다른 것들은 우리나라와 똑같다. 신발은 신발장에, 다른 옷이나 기타 소지품은 사물함에, 그냥 대중목욕탕이므로 탈의실에서 몽땅 벗고 들어가는 것까지 똑같다.
비치된 안내책자 가운데 ‘온센도(溫泉道)’라는 것이 있었는데, 온천 대욕장을 이용할 때 지켜야 할 에티켓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QR코드를 찍으면 관련 동영상이 나오는데, 영어, 중국어(간체, 번체), 그리고 한국어 총 4개 버전이 제공된다. 내용은 별 것 없었다.
차라리 목욕타월을 욕장에 갖고 들어가 선반에 보관하고, 나올 땐 그걸로 물기를 닦고 나오라는 내용을 추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수건을 갖고 들어가지 않아 물을 뚝뚝 흘리며 다니고 있었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한편, 호텔 안내 책자 맨 꼭대기에 ‘공립 리조트’라고 적혀있는 데다, 가이드도 ‘역시 공립이다’는 말을 해서 공립이 뭘까 궁금했다. 찾아보니 교리츠 리조트라는 호텔 체인이었다. 한자로는 ‘共立’이라고 쓴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국공립할 때의 공립 公立과 발음만 같다.
오다이바 해변공원 & 센카쿠반라이
하루의 피로를 온천에서 씻어버리고, 우리는 밖으로 나가 저녁 해변을 걸었다. 7시 반 정도 밖에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사방이 캄캄했다. 도쿄가 서울보다 동쪽이라 해가 더 일찍 뜨고 지는 걸까. 그래 봐야 30분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을 텐데.
말이 해변이지 그냥 불야성의 모습이다. 사실 내가 보는 멋진 야경은 야근하는 사람들의 피땀이다. 그들 없는 야경은 있을 수 없다. 이곳 오다이바의 야경 역시 마찬가지겠지. 어찌 됐든 별이 사라진 도시에서 별 대신 불빛이 그 자리를 메꿔 반짝이는 것 같았다.
해변을 돌다 위로 올라가 호텔 맞은편에 있는 센카쿠반라이로 향했다. 센카쿠반라이(千客萬來)라는 이름을 보니, 천명이고 만명이고 좋으니 손님은 많이만 오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일 텐데, 조명만 가득하고 손님은 없이 텅 빈 가게가 안타까웠다.
평일이라 그런 걸까? 주말엔 사람이 많겠지? 주말만 보고 장사할 수 있을까? 자영업을 했던 사람 입장에서 쓸 데 없는 남의 장사 걱정을 잠시 하게 되는 밤이었다.
소바 야식
산책을 마치고 야식 시간에 맞춰 호텔로 돌아왔다. 밤 10시부터 11시 반까지 호텔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소바를 야참으로 먹을 수 있다.
국수에 국물을 부어주면, 자기가 직접 고명을 얹어 먹는 방식이었다. 고명으로는 차슈, 대파, 김, 죽순 4가지 토핑이 제공되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조식
대개의 호텔이 그렇듯, 라 비스타 도쿄 베이 호텔 역시 아침은 뷔페식으로 제공된다. 많은 여행객들이 전날의 피로 때문에 다음날 아침은 건너뛰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 호텔 조식은 꼭 챙겨 먹길 추천한다. 3박 4일의 여행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식사가 바로 이 라 비스타 도쿄 베이 호텔의 조식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재료가 신선하다. 그리고 제공되는 음식이 다양하고, 그 조합이 자유롭다. 어떤 것을 어떻게 담아와 먹느냐에 따라 양식도 되고 화식和食이 될 수도 있다. 따로따로 담아 그냥 일반적인 뷔페로 즐길 수 있지만, 멋진 카이센동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초고추장을 가져가 회덮밥으로 먹을 수도 있겠다) 더구나 창가 자리에 앉으면 도쿄의 아침 바다를 바라보며 먹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한 달 넘게 지난 지금도 잠은 우리 집에서 자고, 아침만 그곳에서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굴뚝 같다. 도라에몽의 어디로든 문이 진심 갖고 싶다.
아침 산책 - 도요스 수산시장, 시조마에역
이 날은 무려 오전 6시에 아침을 먹어야 했다. 집에서도 7시는 되어야 밥을 먹는데, 1시간이나 일찍 먹다니… 그래도 맛있게 먹긴 했지만.
시조마에 역
아침밥을 든든히 챙겨 먹고 동네 산보를 나가 보았다. 호텔에서 서쪽으로 잠깐 걸으면 시조마에 역(市場前驛)이 나온다. 역 이름이 ‘시장 앞’이라니. 도요스(豊洲) 시장이 얼마나 오래되었으면 역 이름도 시장 앞이라고 지었을까?
6시 40분. 7시도 되지 않은 이른 시간인데도 출근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도요스 주변은 야경도 멋지지만, 아침은 조용한 중에도 활기가 느껴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도쿄 전철 노선은 민영 9개, 시영 4개 총 13개나 된다. 그중 도요스에서 출발해 신바시로 가는 유리카모메 노선이 바로 이 시조마에 역을 지난다. 유리카모메란 도쿄도의 상징인 붉은 부리갈매기를 가리킨다. 바다를 끼고 달리는 이 경전철 노선의 원래 이름은 유리카모메 도쿄 임해 신교통 임해선(ゆりかもめ東京臨海新交通臨海線)이지만, 주로 애칭인 유리카모메로 불린다고 한다.
이 유리카모메 경전철은 완전자동 무인운전이라 맨 앞에 타서 보는 전망이 기가 막히다고 한다. 또 다른 전철과는 달리, 콘크리트 레일을 고무 타이어로 달린다니 덜컹거리는 것도 덜하지 않을까? 타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바로 체크아웃하고 공항으로 가야 했다. 아쉬운 마음을 동영상으로 달래 본다.
https://youtu.be/Te454pnoQOM?si=HGm1o1RrXB0E3TrT
도요스 수산시장
어젯밤에 잠시 들러본 센카쿠반라이와 시조마에 역 사이에 도요스 수산시장이 있다. 이 시장은 ‘도쿄의 부엌’이라고도 한다는데, 각종 소매상과 도매상뿐 아니라 중개상이 모이는 큰 시장이다. 특히 새벽 참치 경매가 아주 유명한데, 새벽 5시부터 견학 코스를 이용하면 일반인도 들어가 구경할 수 있다.
이곳도 들러 점심때 신선한 해산물을 즐겨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그럴 수 없어 아쉬웠다. 다음을 기약하며….
도요스 수산시장 위치정보
- 위치 ; 6 Chome-6-1 Toyosu, Koto City, Tokyo 135-0061 일본
- 전화 ; +81335208205
- 영업시간 : 일요일, 수요일 휴무 / 월, 화, 목, 금, 토 오전 5시~오후 3시
- 웹사이트 ; http://www.toyosu-market.or.jp/
라 비스타 도쿄 베이 호텔 위치정보
- 위치 ; 6 Chome-4-40 Toyosu, Koto City, Tokyo 135-0061 일본
- 전화 ; +81355482003
- 웹사이트 ; https://dormy-hotels.com/resort/hotels/la_tokyobay/?utm_source=google&utm_medium=gbp&utm_campaign=gbp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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