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수상한 베이글
눈 오기 전 목요일. 홍대 - 합정동을 걷다 수상한 베이글에 들렀다.
눈비 오고 추워지기 전에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 웃기지만 어쨌든 좀 그런 마음으로 걷다 보면 다리도 아프고 출출해지면서 어디 좀 앉았다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나? 분명 콜레스테롤이나 복부지방 없애러 다닌 거 같은데, 어째서 늘 종착역은 카페인지....
원래 나는 이런 사람 아니었는데, 남편과 함께 다니다 보니 물이 들었다. ㅎㅎㅎ
수상한 베이글 카페 입구를 들어서면, 왼쪽으로 중세시대에나 사용했을 법한 도마며 쇠스랑, 바구니, 빵구울 때 사용하는 도구들이 창 앞에 진열되어 있었다. 아마도 저 빵들은 먹을 순 없는 거겠지. 그래도 그럴듯하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려면, 대문을 지나 이런 물길을 건너야 한다. 그리고 두 마리 사자상 사이로 입구가 보인다.
1층, 2층에도 좌석은 있는데 우리는 이 물길 양쪽으로 마련된 야외석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길 오른쪽으로 보이는 건 프랑스 국기가 아닌가? 남의 나라 국기를 땅바닥에 저렇게 끌리도록 놔두다니. 외국 카페에 갔는데, 거기서 우리나라 태극기가 이렇게 있으면 얼마나 불쾌했을까. 하지만 나도 이제야 알았으니,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나 보다. 그때 봤으면 직원한테 알려주는 건데 그랬다. 괜히 내가 미안해지네.
실내는 시골집 부엌 같은 분위기다. 대들보도 그냥 노출시키고 가구나 바닥도 거칠다. 진열대 밑에는 장작이 그득그득. 그런데 조명은 또 부잣집에 달려있어야 할 것 같은 나름 샹들리에. 이 부조화의 조합은 뭔지. 그래도 뭐 그럭저럭 어울린다.
2층도 역시 시골집 스타일. 단차를 줬는데, 오래된 다락같은 분위기였다. 방치된 것 같은 분위기는 내가 좀 싫어하는지라 차라리 밖으로 나왔다.
우리가 고른 것은 견과류가 잔뜩 들어간 베이글과 카페 라테였다.
이렇게 호화스럽게 변형시켜도 베이글로 쳐주는 건가 싶을 정도다. 그래도 우리가 먹은 건 아주 얌전한 편이었다. 쪽파 베이글을 비롯해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갖가지 모양의 베이글이 내 눈을 둥그렇게 했다. (웅녀의 마늘, 치즈와 무슈 새우, 치즈에 꼽사리 낀 명란, 호두 시나몬 싸움에 크림치즈 등 터지네... 기발한 이름이 창의력을 자랑한다. 가격대는 대략 3천~6천 원대.)
베이글도 생각 이상으로 맛있었고, 커피도 나름대로 진하고 맛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어차피 커피와 함께 내주는 베이글. 살짝 데워서 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것. 방금 구운 것도 아니다 보니 차갑고 딱딱했다. 살짝만 데워도 훨씬 풍미가 좋았을 텐데.
그래도 늦은 가을이지만 야외에서 물소리 들으며 조용하게 즐거운 시간을 잘 보냈다.
'이게 올 들어앉는 마지막 야외석이겠지?'이러면서. ㅎㅎㅎ
수상한 베이글 위치 정보
- 위치 : 서울특별시 마포구 와우산로 15길 22
- 전화 : 050713154096
- 인스타그램 : https://instagram.com/susanghan_bagel
- 영업시간 : 매일 오전 9시 반 ~ 오후 10시
수상한 베이글 음료
- 에스프레소 4,900원
- 아메리카노 3,500/4,900원
- 라테류 모두 6,000원
- 솔트 & 아인슈페너 & 베이글 초코칩 (아이스, 시그니처음료) 8,000원
- 얼그레이, 캐모마일, 피치그린 6,000원
- 청귤 에이드, 복숭아 에이드 6,500원
- 자몽에이드, 레모네이드 7,000원
- 베리리치 에이드 9,500원
- 녹차라테, 초코라테, 밀크티 6,000원
- 복숭아 아이스티 6,500원
- 딸기 라테 8,000원
외부음식을 가져다 먹는 것은 당연히 안 되고, 매장 안에서 먹을 땐 1인 1 음료 주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