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실계곡 나들이


그동안 벼르던 백사실 계곡 나들이를 드디어 오늘 하고 왔다. 

세검정 쪽에서 시작하려면 어디서 출발하던지 평창동 쪽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세검정초등학교 앞에서 내리면 된다. 버스 정류장에서 이제까지 오던 길로 다시 뒤로 돌아 50미터정도 내려가면 작은 다리가 있고 다리 건너편으로는 CU편의점이 보인다. 편의점 왼쪽 골목에 보면 '백사실 계곡'이라는 안내판이 보이는데, 드문드문 걸려있으니 화살표만 잘 따라와도 길을 잃지는 않는다.




좁은 길을 따라 걷다보면 점차로 인가는 드물어지고 계곡이 나타난다. 계곡 왼쪽으로 보이는 삼각산 현통사 현판. 이것을 보면서 다리를 건너 계속 걷는다.


 


재작년 가을, 1박2일에서 은지원 미션이기도 했던 '개도맹'- 개구리, 도룡뇽, 맹꽁이 보호운동. 어떤 이들은 1박2일을 통해 방송에 나가고 난 뒤 계곡이 망가졌다고도 하지만, 그전에 와보지 못한 나로선 비교할 수 없고 그저 그 맑은 물에 감탄만 할 뿐. 




북한산으로부터 시작해 졸졸 흘러내려오는 이 맑은 물.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 많은 어린 것들이 헤엄치고 있다.  계곡 보호 차원에서 계곡에 들어가는 것은 금지되고 있으므로 근처에서 사진만 찍고 다시 길 위로 올라가 계속 걸었다. 




길을 따라 걷다 계곡에 놓인 다리를 살짝 건너자 드디어 보이는 17대조 백사 이항복 할아버지의 별장 사랑채 곁 연못 터. 연못과 주변 경치를 감상했을 정자는 주춧돌만 남아 있다.


 


이것은 연못 바로 옆에 있는 ㄱ자 모양으로 남아있는 집터 사랑채의 주춧돌들이다. 이 뒤로 올라가면 보이는 배드민턴장 옆이 안채가 있던 자리라고 한다. 




건넜던 다리를 다시 건너 약수터 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길을 따라 계속 보이던 이름 모를 들꽃이 무리를 지어 피어있다. 귀여운 꿀벌들이 붕붕 소리를 내며 꿀 따기에 한창이다. 길을 걷는데도 영화에서나 들어보던 부웅~ 집단 날갯짓 소리가 들렸다. 


십 분이나 걸었을까? 약수터가 나오고 동네 어르신들이 페트병에 약수를 긷고 계셨다. 물맛이 궁금했는데 할머니라고 부르기엔 조금 죄송한 아주머니께서 물을 권하신다. 꿀꺽 물을 한 모금 마시는데 팔각정쪽으로 올라가던 사람들 서너 명이 한 마디 씩 한다. "어라~ 음용불가라는데." 농담인 줄로 알았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서너 발자국 떨어진 위쪽에 '대장균 검출로 음용불가. 2012. 9. 26'이라 쓰인 안내문이 보인다. 약수터에 써 붙여 놓을 것이지 왜 저렇게 위에다 써 붙였을까. 

어르신들은 "그래도 괜찮아. 동네사람들은 다 여기서 물 길어다 먹고 그래~"하며 웃으신다. 요즘도 다들 잡수신다니 탈은 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기분은 그렇지 않아 몰래 땅에 뱉었다. 어째 뱃속도 싸~ 하니 이상한 것 같았다. 간사하기는... 당황스러워 얼른 인사만 하고 사진도 못 찍은 채 (하기야 거기서 사진찍는 것도 웃겼겠다.) 자하문길로 가기 위해 오르던 길을 다시 되짚어 내려왔다.  


   


백석동천이라고 돌에 새겨놓았다. 백석은 이곳 북악을 의미하고 동천은 아름다운 곳을 의미한다고 한다. 백석동천 각자바위(글씨를 새겨넣어 그렇게 부르나보다)를 지나 작은 절을 지나니 차가 다니는 길로 나왔다. 길을 따라 별장처럼 예쁘게 지어진 집들이 조르르. 그 길을 따라 왼쪽으로 걸으면 점점 인가가 많아진다. 길을 잃지 않았다는 증거. 


곧 산유화라는 예쁜 카페가 하나 나온다. 이곳도 근사하지만 오늘의 목적지가 아니므로 그냥 패스. 몇 구비를 지나니 '산모퉁이'라는 카페가 보인다.  



대문 앞에 낡은 자전거가 세워져 있고 안으로 들어가면 노란 폭스바겐 한 대가 괜히 서 있다. 마치 실제로 사람이 살고있는 생활공간인 것 처럼. 이곳이 바로 이선균과 윤은혜가 나왔던 드라마 '커피 프린스'의 촬영지란다. 어쩐지 입구부터 몹시 비쌀 것 같은 느낌이다. 아주머니들은 이런데 잘 들어가지 않지만 들어가서 막상 주문할 땐 또 용감해진다. 까망베르 케이크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둘러본다.


 



드라마를 그리 즐겨보지 않아 잘은 모르는 내 눈에도 눈에 익은 구석이 있는 카페. 전망이 정말 좋구나. 요기조기 살펴보니 살림을 살았서도 제법 알찼을 공간이다. '이방에서 저방으로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여기 거실겸 부엌에선 온 가족이 모여 밥도 먹고 쉬기도 했겠다. 왜 가게로 바꿨을까?' 등등 생각하다보니 주문했던 것들이 나왔다.




창가에 놓인 테이블 앞에 앉았다. 내 책상이면 딱 좋겠다. ㅎㅎ




시루떡 같아 보이는 케이크를 한 입 먹어보니! 진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입을 가득 채웠다가는 썰물처럼 사라져간다. 최고다. 한 쪽에 6천원이나 했지만 좀 덜 아까워지는 맛? ㅎㅎ 생각보다 양이 적지 않아 둘이 나눠 먹었음에도 자하문 앞에서 먹은 손만두 먹기가 좀 부담스러웠다. 


자하문 앞으로 내려오면 시내버스 다니는 길이 나오는데 여기서 청와대, 효자동을 거쳐 경복궁역 까지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여력이 되고 시간도 허락된다면 바로 옆에 있는 재래시장이랑 먹자골목도 구경해 볼 수 있다. 





연보라색으로 표시된 것이 오늘 걸었던 코스. 10시 30분에 시작해서 느긋하게 걸었는데 자하 손만두집에 도착하니 12시 10분. 천천히 걸어도 1시간 반정도 걸리는 쉬운 코스였다. 난도는 하. 가을 단풍으로 온 산이 물들면 아이들도 데려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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