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있다!


'누군가 있다!'

머리칼이 쭈뼛해지면서 슬몃, 간이 오그라드는 듯 했다. 눈이 번쩍 떠졌다. 뭔가 거슬려 잠에서 깼나본데,  밖에 누군가 있는 것 같다. 분명 아무도 없을텐데 말이지. 그래도 무슨 소리가 들린다. 정수기가 작동될 때 나는 것 같은 희미한 종소리, 의자에 앉아 자세를 바꿀 때 들릴 법한 삐걱대는 소리…


'자, 침착하자.' 

좀 더 잠에서 벗어나면서 생각이란 걸 하기 시작했다. '저 종소리는 대문에 매달린 종에서 나는 소리야. 바람이 심한가봐. ' 그 때 누군가 몸으로 대문을 지그시, 그렇지만 강하게 밀어대는 소리가 났다.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눈꺼풀이 좀 더 크게 열렸다. '진정해. 저건 아무도 아니야.  술취한 사람도 아니야. 바람이 대문을 흔드는 거라구.' 마음 속 또 다른 내가 침착해지려고 애쓰는 내게 묻는다. '그럼 저 소린 뭔데? 의자가 삐걱대잖아!'  귀를 기울인다. 살짝 상을 찡그리고 눈동자들이 아직 온전히 뜨지 못한 눈까풀 아래에서 왼쪽 위로 향한다. 역시 누군가 의자에서 삐걱대며 몸을 뒤척인다. 참다 못해 소리 내서 물었다. "누구 있어요?" 대답이 없다. 


'에이.'

어찌 된 건지 궁금해서 못견디겠네. 살짝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역시 아무도 없다. 하나씩 하나씩 체크. 

대문도 잘 잠겨져 있고,

부엌에도 역시 아무도 없다. 

'역시 그 종소리는 대문에 달린 그 작은 종소리였어. 그럼 삐걱거리는 소린 뭐였지? 아무도 없는데?'

흠칫. 문득 든 생각. '대문이 좀 심하게 흔들렸어. 그렇다면…' 베란다 쪽으로 몸을 돌리니 베란다로 향해 난 문이 조금 열려있었다. '아무리 봄이라지만 문을 열어놓고 잔 건가. 왜 열려있지?' 문을 닫으러 가 보니 베란다 문도 열려있었다. 바람과 함께 비가 제법 오고 있었다. 아직 걷어놓지 못해 빨랫줄에 널려있는 흰 빨래들로 비가 들이치는채 베란다 미닫이 문은 바람에 잡혀 살짝 열렸다 닫혔다 흔들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든 생각, '빨래는 젖었을까?' 한 손으로 빨래를 만져본다. 보송보송하다. 문이 열린지 얼마 안되나보다. 다행이다.  


범인은 잡혔다. 

바람.

닫아 놓기만 하고 잠그지 않았던 베란다 문을 바람이 흔들어 열었고, 마루 문까지 같은 방식으로 열었다. 삐걱대는 소리는 이 두 문이 열리면서 낸 소리였다. 그럼 종소리는? 미약하지만 불기 시작한 맞바람에 대문이 심하게 흔들리면서 매달에 놓았던 종 장식이 낸 소리였을 것이다. 사건은 해결됐다. 새벽 3시 40분. 






도로 들어가 잘까 하다가 노트북을 열고 잠결에 겪은 작은 사건을 정리한다.  깬 김에. 그냥 자 버리면 살짝 재미있는 이야기를 놓칠까 싶어서. 지금 시각은 새벽 4시 20분. 짧은 이야기 적는데 그래도 삼십분이 걸렸다. 눈이 뻑뻑하다. 도로 들어가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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