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커피 콩가

오늘 아침 새로 사온 커피는 콩가. 커피에 대해 잘 모르는지라 누가 사오면 사오는 대로 마시고 주면 주는대로 마신다. 지난번에 마시던 케냐AA라는 커피는 향기를 마신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향이 좋았는데, 이번 콩가는 첫 맛은 구스름하니 숭늉같다가 끝에 남는 맛은 어쩐지 달다. 내가 커피를 마시며 느끼는 것은 향이 좋다, 구수하다, 쓰다, 시큼하다 등등의 맛 뿐이었는데, 이번에 ‘달다’라는 맛이 추가되었다. 과일맛이랄까? 


커피 볶는 집

동네에 커피 볶는 집이 생긴 것은 작년이다. 여름부터 문을 열어 시음회도 했다는데, 내가 알게 된 것은 늦가을. 하루 두 차례 문을 여는데, 내가 작업실에 나가기 전에 문을 열었다 닫고 다시 내가 집에 들어간 다음에 나왔다 들어간다고 했다. 숨바꼭질하듯 가게를 여니 몰랐던 것이 어찌 보면 당연. 오늘 새로 산 커피는 바로 이 집에 얼른 달려가 사왔는데, 그것은 이 집이 문 여는 시간이 들쭉날쭉해 그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 주택가에 있다 보니 커피 볶는 냄새로 민원이 들어와 한참을 아침에 열지 않았단다. 가게 하기도 힘들구나. 



집에서 커피 만들기

남편이 좋아하는 방식은 핸드 드립이다. 차 마시는 사람이 다도를 즐기듯 물을 끓여 굵게 갈은 원두에 붓고 손수 내린다.  그에 비해 난 좀 편한 것을 좋아한다. 커피 메이커로 내리든지 아니면 모카 포트에 넣고 작은 불로 부르르 끓여 마신다. 모카 포트는 대학 다닐 때 학교 앞 커피 전문점의 사이폰 커피를 생각나게 하는 추억을 부르는 아이템이다. 사람들은 별다방 콩다방을 커피 전문점이라고 하지만, 내 생각엔 그저 패스트 푸드점에 가까운 것 같다. 블루 마운틴이니 에티오피아니 하면서 고르고 직원이 직접 와 끓여주던 그때 그 커피 집이 진짜 커피전문점이 아닐까 싶다. 웬만큼 추운 날이 아니면 아이스 커피를 즐기는 나는 남은 커피를 냉장보관 하든지 얼음에 부어 마신다. 그도 아니면 텀블러에 찬물과 우유, 인스턴트 커피를 넣고 흔들어 마시기도 한다. 코가 쨍~ 하도록 시린 겨울날이면 따끈한 커피보다 뜨끈한 오뎅 국물이 더 생각나는 나지만 길에 가다 맡게 되는 커피향은 참기 어려운 유혹이다. 


가장 맛있었던 커피

내 평생 먹었던 커피 중 가장 맛있었던 잊지 못할 커피는 대학교 수학여행때 한계령에서 마셨던 커피였다. 무진기행에나 나올만큼 농밀한 안개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슬슬 기어가던 버스가 휴게소에 도착해 아이들을 토해내고, 안개인지 비인지 모를 그런 습기 덩어리 속에서 달달 떨다 마신 것은 단순한 커피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제 생각하니 온기인 동시에 향기였고, 그리고 추억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그때 그 맛을 다시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면 분명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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