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베트남 쌀국수 63 프로방스 포보위녕 & 분팃느엉
가끔 지나칠 때 마다 궁금했던 쌀국수 집 63 프로방스. 오늘 점심때 드디어 가봤다. '반미(反美도 半米도 아닙니다^^;)' 라고 불리는 샌드위치와 쌀국수를 판다. 쌀국수는 자주 먹지만 반미는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하지만 점심은 든든하게 먹어줘야 저녁때 까지 버틸 수 있기에 난 분팃느엉을, 큰애는 포보위녕을 골랐다.
맵지 않은 담백한 쌀국수가 사진 위쪽에 보이는 포보위녕이고 아래쪽 비빔국수는 분팃느엉이다. 분팃느엉은 구운 돼지고기를 곁들여 피쉬소스에 비벼먹는다. 채소와 고기의 균형을 맞추면서도 뜨겁지 않아 좋다.
앉아서 바라본 가게 분위기는 이랬다. 의자와 식탁이 모두 나즈막하다. 가구 재질과 소품에서 더운 베트남의 분위기가 뭍어난다. 사실 오늘 최고기온이 38도에 체감온도 43도. 안그래도 아열대 기분이 팍팍 느껴지는데 분위기까지 더해지니 제대로다.
입구 맞은편에는 이렇게 열린 주방이 있다. 깔끔해 보이는 주방에서는 젊은 사장님 두 분이 열심히 일하시고, 오른편에는 키오스크가 있다.
요즘은 어딜가나 동업자나 식구 두 사람 정도가 주방에 있고 홀 서빙-계산하는 직원 없이 키오스크로 주문받고 계산까지 마친다. 사람을 쓰는데 드는 신경이나 금전이 절약되니 요즘처럼 어렵다 어렵다 하는 시절에 어울리는 경영이다. 직접 돈을 만지지 않아도 되니 그만큼 깨끗하기도 하겠고. 일자리가 줄긴 하겠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또 어쩔 수 없겠다. 다들 어렵다고 하니 나같은 경제 문외한도 늘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63 프로방스의 메뉴
식탁위 알리는 말씀
이 가게는 물을 주지 않는다. 외부 음식은 먹을 수 없다고 써있고 생수나 커피를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니 그걸 사서 마셔야 하나보다. 뭐 이러쿵 저러쿵 말할 생각은 없다. 가게 방침이 그렇다면 거기 따르면 된다. 싫으면 다른데 가면 되고.
내가 주문했던 비빔쌀국수 분팃느엉 단독 샷. 스윗칠리와 피쉬소스를 섞어놓은 듯한 맛에 장조림 처럼 짭짜롬 쫄깃한 돼지고기, 싱싱한 채소가 듬뿍. 그릇에 넘치도록 생채소가 담겨있어 신경써서 조심스럽게 비벼줘야 했다. 맛있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주방경력이 오래된 분의 솜씨는 아니다. 꼭 우리 큰애가 썰어놓은 것 같은 채소 모습이 내겐 정겨웠다. 가게에서 사먹는 음식이 아니라 집에서 아이들이 만들어준 음식을 먹는 기분이었는데, 사실 만들어주시는 사장님을 보니 그럴만 했다. 상당히 젊은 분이었다. 두 분이 서로 오빠동생으로 부르며 일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어떤 사이든 가게가 잘 되길 바라며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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