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산책 - 여의도 공원/더현대

어린이날 산책 - 여의도 공원/더현대

아침 먹고 오전 볼일을 마친 뒤, 가족들과 산책을 나섰다. 오늘은 날씨도 대기 질도 좋으니 좀 멀리 나서보자 했다가 뭐 결국 가까운 곳을 걸었다. 휘적휘적 발길 닿는 데로 걷다 보니 또 여의도 공원으로 가게 되었다. 

여의도 공원 가는 길

 어릴 때는 이 자리가 공원이 아니라 광장이었다. 5.16광장이었다가 나중에 여의도 광장으로 불렸는데,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광활한 아스팔트 평지였다. 그러니 자전거나 롤러스케이트를 타러 나오는 아이들로 늘 붐볐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고. 그런데 이렇게 나무가 가득한 공원으로 바뀌다니. 

원래 가기로 했던 식당이 하필이면 오늘 영업을 하지 않았다. 어쩌나 싶다가 문득 CU 신제품 할인 쿠폰을 받아뒀던 것이 생각났다. 집에서 편의점 김밥을 사다 먹는 것도 그래서 받아만 두고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었다. 아이들도 다 커서 성인인데, 편의점 음식 좀 먹이면 어떠냐 싶어 근처에 CU가 어디 있나 찾아 그리로 갔다. 아이들 어릴 때에는 편의점 음식은 먹이지도 않았는데. ㅎㅎ

 

편의점 김밥으로 대동단결이냐

 근데 생각보다 맛있고 든든했다. 보리차와 함께 먹으니 더 맛있었다. 확실한 김밥이라더니 맛과 양이 확실했던 걸까. 오래전 먹어봤던 편의점 김밥하고는 많이 달랐다. 

밥을 먹다 하늘을 보니 새로 돋아나는 나뭇잎 위로 구름이 두어 덩이 동실동실 떠 있다. 공기도 하늘도 다 맑으니 기분까지 좋아진다. 햇살은 어쩜 이리 따뜻한지. 

 

 

공원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니, 아이들이 비눗방울 놀이를 하고 있었다. 막내가 자기도 비눗방울 놀이를 하고 싶다며 매점으로 달려가 하나 사 왔다. 사 온건 아이인데, 엄마 아빠도 한 번씩 휘둘러 봤다. 내가 언제 이런 걸 돈 주고 사겠나 싶어 얼른 끼어들어해 봤다. 이런 건 나이 들어해도 똑같이 재미있다. 

비누방울놀이

여의도공원에서 남쪽으로 쭉 내려가다 보면 작은 숲이 나온다. 꼬불꼬불 나있는 길을 따라 걷다보면 여기가 공원 한 귀퉁이라는 것도 잊고 그저 숲 속에 온 것 같기만 하다. 

작은 연못이 하나 있는데, 개구리 소리가 요란하다. 조심조심 다가가는데, 가까이 가니 울음을 뚝 그친다. 개구리 무리 중 누가 경계경보라도 내렸나 보다. 

개구리소리를 따라

실컷 걷다 밖으로 나왔다. 이세계로 통하는 게이트라도 통과한 듯,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 마무리는 새로 생긴 현대백화점 더 현대. 

무슨 부둣가라도 온 것 같은 느낌이다. 크레인처럼 보이는 붉은 조형물은 뭘 의미하는 것일까?

 

 

백화점 안을 하염없이 돌며 구경했다. 원래 쇼핑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마스크를 쓰고 사람 많은 데를 걷다 보니 답답하고 힘들었다. 밖으로 나와 분수대 턱에 걸터앉았다. 시원한 물도 마시고 가방에 있던 허쉬 초콜릿도 먹으니 피곤이 풀리고 살 것 같았다. 

 

 

집으로 오는 길. 이팝나무 길을 걸었다. 옛날 사람들은 얼마나 배고팠으면, 얼마나 쌀밥이 먹고 싶었으면 저 꽃을 보고 이팝이라고 이름을 지었을까. 주린 배를 움켜쥐고 본 꽃이 고봉으로 담은 쌀밥 한 그릇 같았을까. 하기야 오월 이맘때면 쌀은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나지 않을 무렵이겠다 싶으니 이해가 된다. 갑자기 맘이 저렸다. 

 

이팝꽃이 가득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