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아침산책
아침마다 아이를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동네를 산책한다. 사정이 허락하는 한 겨울이고 여름이고 늘 하는 아침 운동 루틴이다. 하지만 오늘 같아서는 어찌나 더워졌는지 아침 운동시간을 더 이른 시간으로 당겨야 할 것만 같다.
이 사진을 찍은 화요일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이날은 모처럼 학교를 걸었다. 이른 아침이라 등교하는 학생들도 없고 한적하니 나만의 정원을 걷는 느낌이었다.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은 어쩌면 크게 외곽으로 돌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날 올 들어 처음으로 아까시아 꽃이 핀 것을 발견했다. 다닥다닥 매달린 꽃들이 얼마나 탐스러웠는지! 마스크를 써서 냄새를 못 맡나 싶어 살짝 마스크를 내려봤다. 하지만 그 진한 아까시아 꽃 냄새가 하나도 나지 않았다. 4월에는 라일락도 냄새가 나지 않더니, 어째서 올해 피는 꽃들은 향기가 나지 않는 걸까.
걷다 보니 덤불 위로 고운 분홍빛 꽃이 피어있었다. 이름도 모르는 처음 보는 꽃이다.
점점 떠오르는 햇살이 나무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잎 사이로 반짝이며 내리는 빛살이 정말 곱다.
본관 앞 잔디밭에는 벌써 붓꽃이 한창이었다.
청초하기는 네가 제일이구나.
덥고 목이 말랐다. 블루포트에서 플레인 요거트를 사서 밖으로 나왔다. 맛있네. 한참을 앉아 혼자 놀았다. 수십 년을 드나들어서 그런가? 그냥 우리 집 마당 같다. 그런데 응달진 곳에서 차가운 음료를 마시다보니 또 금세 썰렁해졌다. 오늘 같은 날이었다면 아마 그냥 시원하기만 했을 것 같다.
내일은 또 어딜 걸어다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