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냉면

뜨겁고 더운 날엔 살얼음 잡힌 냉면이 생각난다. 그렇다고 냉면이 여름 음식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냉면은 겨울 음식이다. 그 옛날,  조상님들 살던 시대에 냉장고가 있을 리 만무하고, 석빙고에 켜켜이 만들어 두었던 얼음이 아무나 손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자연스레 냉면은 추운 겨울날 먹을 수밖에 없다. 덜덜 떨리는 추운 날에는 차가운 냉면을, 푹푹 찌는 여름엔 펄펄 끓인 육개장이나 삼계탕을 드셨던 조상님들이 놀랍다. 

 

하지만 추울 땐 따듯한 음식을 먹고, 더울 땐 또 차가운 음식을 찾는 못난 후손들은 이 복중에 더위를 못참고 냉방기 틀어놓은 곳을 찾아가 살얼음 둥둥 뜬 냉면을 먹는다. 우래옥, 을지면옥, 을밀대... 어릴 때부터 드나들던 냉면집이다. 거기다 몇 년 전엔 유진식당도 이 리스트에 추가되었다. 하지만, 늘 맘에 드는 집을 찾아갈 수는 없다. 가까운 데로 들어가 얼른 한 그릇 들이키는 것이 급할 때도 있는 법. 그럴 땐 냉면에 고기까지 곁들여 주는 곳으로 들어간다. 고쌈 냉면은 문을 닫았으니, 이젠 다른 후발업체를 찾아간다. 냉면집 심심한 육수 맛이라기보다는 어쩐지 학교 앞 분식집 냉면 육수 맛이다. 짜고 시고 달다. 매운맛은 없지만, 한때 유행했던 칡냉면 하고도 비슷하다. 자극적이다. 이런 맛에 길들여지면 평양냉면은 심심해서 못 먹는 입이 된다. 그래도 이 맛이 생각날 때가 있다. 

 

이번 여름은 시원한 에어컨 나오는 사무실이 그리울 지경이다. 전기요금 폭탄이 걱정되어 에어컨도 맘대로 못 틀고, 대신 시도때도 없는 샤워와 팥빙수, 그리고 냉면으로 더위를 식혔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아직 8월이다. 7월엔 장마도 없이 건조한 날씨에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예년 같으면 뜨거울 이즈음엔 또 장마철 같은 찜통더위다. 이렇게 되면 냉면은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팥빙수는 또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푸른 물에 뛰어드는 올림픽 수영 선수, 다이빙 선수들이 이렇게 부러울 수가. 바다는커녕 동네 수영장도 못 가게 된 처지가 기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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