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앞 만족 오향 족발 + 덕수궁 산책

시청 앞 만족 오향 족발 + 덕수궁 산책

며칠 전 남편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다. 수십 년 전부터 있었던 점이 좀 커지길래 혹시나 하고 검사했더니, 역시나 아무것도 아닌 일반 점으로 나왔다.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인지.

 

덕수궁 산책

정동 길을 걸어 덕수궁을 찾았다. 코로나 이후로 카페 두 곳 중 한 곳은 폐쇄되고, 대한문 바로 앞(입장하자마자 오른쪽) 카페만 운영하고 있다. 전에 한 번 들른 다음에 기회가 되어 다시 찾았다. 덕수궁 입장료가 1천 원 더해지지만, 누리는 것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다. 들어가자마자 커피를 마시고 쿠키를 먹었다. 연못 앞자리에 앉아 멍하니 있는 그 시간이 귀하다. 

 

덕수궁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빙돌아드니, 어느새 석조전. 분수대 앞 앙부일구 근처엔 배롱나무가 한창이다. 크게 자라지 않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 자란 걸 보면 꽤나 고목임에 틀림없다. 덕수궁이 내 것인들, 이렇게 관리할 수 있을까. 가끔 올 때마다 내는 천 원권 한 장이 십시일반 모여 이렇게 여럿 살린다 생각하니 놀랍다.  

석조전 앞 배롱나무

 

덕수궁은 원래 임금님의 정궁이 아닌, 왕자의 개인 저택이었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선조임금은 도성으로 돌아왔으나, 전란으로 궁이 소실되어 월산대군의 저택을 시어소로 삼았던 데서 비롯되었다. 나중에 창덕궁으로 옮기면서 이곳에는 경운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로부터 약 300년 후인 1904년 대화재와 1907년 고종 강제 퇴위로 궁의 규모가 현저히 축소되었고, 이때 이름도 경운궁에서 덕수궁으로 바뀌게 되었다. 1905년 을사늑약의 장소 중명전은 담 너머 정동길에 있기도 하다. ▶정동길 걷기

 

정동길 걷기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정동길은 큰 축복이다. 큰길에서 벗어나 작고 조용한, 오래된 길을 걷는 것은 큰 기쁨이다. 특히나 평일 오전, 촉촉하게 비까지 내리는 아침 정동길은 정갈한 고즈넉함

fruitfulife.tistory.com

 

덕수궁을 걷다 보면, 호화로운 단청을 칠하지 않아 오히려 돋보이는 전각이 하나 있다. 바로 석어당이다. 선조가 머무르고 승하한 곳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1904년 대화재로 소실되었지만, 바로 중건했다. 덕수궁에서 유일하게 단층이 아닌 건물, 즉 중층건물이기도 하다. 단청이 칠해지지 않아 그런지 일반 살림집 같기도 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단장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 장중하고 묵직해 보인다. 

석어당

 

며칠 내내 내린 비를 흠뻑 먹어 석어당도 그 앞 고목도 물을 흠뻑 먹은 듯 색이 짙다. 비가 한창이었을 어제는 저 처마마다 낙숫물이 뚝뚝 떨어지고 가지들은 바람에 흔들렸겠지. 다음엔 비가 쏟아질 때 나와볼까. 늘 맑은 날 오던 것과는 다른 것들이 보일 것만 같다. 

 

시청 앞 만족 오향 족발

걷다보니 출출해졌다. 아침 8시 반에 집에서 나와 세 시간을 밖에서 돌아다녔으니 배가 고플 만도 했다. 우리가 찾은 곳은 시청 앞 만족 오향 족발. 11시 반은 조금 이른 것 같긴 하지만, 곧 복작복작해질 점심시간을 생각하면 딱 좋은 시간이었다. 런치 메뉴 맨 위에 있는 보쌈 정식을 2인분 주문했다. 그밖에도 국밥, 제육 볶음, 떡만둣국, 냉면 등이 있어 근처에서 점심 먹을 일이 있으면 고민하지 말고 와도 좋을 것 같았다. 

런치 메뉴

  • 보쌈정식 =9,500원 (백반+보쌈+떡만둣국 전골)
  • 장터국밥, 제육볶음, 떡만둣국 = 8,000원
  • 칡냉면 = 7,500원
  • 보쌈 냉면 = 9,500원 (칡냉면+보쌈)

메인 메뉴

이곳 만족 오향 족발의 메인 메뉴는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만족 오향족발. 특제 마늘 소스에 양배추를 곁들여 먹으면 정말 맛있다고 한다. 중자 34,000원이고 대자는 39,000원. 그 외에도 오향 불족발(36,000원)과 냉채 족발(20,000원)도 있었다. 다 궁금했지만, 둘이 먹기엔 양이 너무 많을 것 같아 패스 패스. ㅜㅜ

메인 메뉴

세트 메뉴

90년대 대전에서 살 때, 장충동 왕족발 보쌈 광고가 텔레비전에서 외울 정도로 나왔었다. 연휴에 온 가족이 다 모였을 때 처음으로 족발을 배달해 먹었던 적이 있다. 아마 윷놀이 내기로 족발을 걸었던 것 같다. 그때 의외로 따뜻 촉촉한 족발에 쟁반국수를 먹고 배달 족발도 맛있구나 했었다. 그때 먹었던 세트 구성대로 만족 오향 족발에도 세트 메뉴가 있었다. 4 행시 하듯 만족 오향 네 글자에서 이름을 딴 것 같았다.

  • 만 세트 42,000원 = 족발 中+미니 쟁반국수+음료수 / 51,000원 = 족발 大+쟁반국수+음료수 
  • 족 세트 44,000원 = 반반족발 中+미니 쟁반국수+음료수 / 52,000원 = 반반족발 大+쟁반국수+음료수 
  • 오 세트 45,000원 = 불족발 中+미니 쟁반국수+음료수 / 54,000원 = 불족발 大+쟁반국수+음료수 
  • 향 세트 49,000원 = 족발 보쌈 中+미니 쟁반국수+음료수 / 66,000원 = 족발보쌈 大+쟁반국수+음료수 

세트 메뉴

보쌈 정식

보쌈 정식을 주문하고 다른 메뉴를 이것저것 보다 보니, 어느새 상이 차려졌다. 콩자반, 진미채 볶음, 깍두기 같은 기본 반찬이 나오더니, 불위로 작은 전골냄비가 올라온다. 뭘까 보니, 떡만두 국이었다. 보쌈하고 밥만 주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떡만둣국을 그 자리에서 끓여준다. 나중에 계란물도 넣어 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떡만두국

 

재미있는 것은 요렇게 '따뜻한 족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 아마 족발이나 보쌈을 시키면 먹는 내내 따뜻하게 유지시켜주는 장치로 보였다. 아이디어 좋은데! 

 

드디어 고기와 밥이 나왔다. 공깃밥과 더불어 보쌈 고기, 절인 배추, 양파, 쌈장, 마늘, 보쌈김치 속이 놋 쟁반에 담겨 나왔다. 맛은 무난 무난 맛있었다. 오른쪽 살은 기름기가 있어 촉촉하고 부드럽고, 왼쪽은 순 살이라 그런 맛은 적다. 조금씩 담겨 있지만, 떡만둣국도 있어서 밥은 다 먹지 못했다. 족발 정식도 있으면 좋았을 텐데. 그 점이 아쉽다. 

 

시청 앞이나 광화문 쪽으로 나가면 밥 먹을 데가 마땅치 않았는데, 오늘은 꽤 만족스럽게 먹었다. 게다가 좌석마다 안전 칸막이가 되어 있어서 더 좋았다. 광화문은 맛있는 집은 많다 하지만, 정말 일상으로 먹기에는 과하다. 별거 아닌 국수나 밥도 너무 비싸다. 오죽했으면 초밥뷔페 수사를 갔을까. 요즘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가본 지도 한참 됐다. 웨이팅이 어마무시. 광화문에도 이런 데가 있긴 할 텐데. 찾지를 못하겠네.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태평로2가 서소문로 134-7
  • 전화 : +8227534755
  • 영업시간 : 월~금 : 11:30~10:15 / 토~일 : 12:00~9:45
  • 매장내 식사 및 테이크 아웃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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