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여행3

아침식사

부산에서의 둘째 날. 호텔에서 맞는 첫 아침. 숙박비 7만 7천 원에 조식비도 포함되어 있던 터라 아침을 먹으러 1층으로 내려갔다. 

 

뷔페식으로 제공되는데, 이걸 한식과 양식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빵과 밥이라고 불러야 할 거 같았다. 한쪽에는 한식이랄 수 있는 메뉴(밥-국-반찬)들이 놓여있고, 섬처럼 가운데 있는 테이블에는 샐러드 몇 가지가 있었다. 또 반대편에는 빵과 버터, 잼, 커피 기계, 토스터기가 있었는데 그뿐이었다.

 

가운데 있는 샐러드가 양식의 구색을 맞추면서 한식과 양식의 구름다리 역할을 하는 느낌이었다. 달랑 빵 밖에 없는 데 양식이라고 부르기엔 너무한 것 아닌가? 달걀이나 소시지, 혹은 햄 같은 뭐 단백질 보충거리, 거기 더하자면 시리얼이나 주스, 요구르트 정도 추가돼야 하는 거 아닌지. 

 

그래서 난 둘 다 먹기로 했다. 몇가지 반찬에 국을 해서 밥을 먹고, 빵은 커피와 함께 디저트로 삼았다. 뷔페에 있는 빵 데워주는 기계에 롤빵을 얹고 옆에 있는 커피 기계에서 커피를 뽑아 두 번째 아침을 먹었다. 별 기대 없이 먹어 그런지 빵은 예상보다 맛있었다. 커피는 뭐 별로. 

먹고 나서야 사진찍을 정신이 드는 나.

 

동백섬

밥을 먹고는 방으로 올라가 좀 쉬다 데릴러 온 친구를 따라 웨스틴 조선으로 갔다. 해운대 해수욕장 전경이 멋지게 내려다 보이는 이곳. 어째서 해변에 사람이 얼마 없는지. 늘 이랬는지 아니면 다른 지방에는 비가 억수로 와서 이런 지 참 이상했다. 여름 내 이랬냐 물었지만, 친구는 자기도 호주에 있다가 엊그제 온 참이라 모르겠단다.

 

어쨌든 남향이라 점점 물러가는 해를 다행으로 여기며 창가 자리에 앉아 차를 즐겼다. 감잎차와 홍도라지차를 두고 고민하다 감잎차를 골랐다. 떫지도 않고 내 입맛에 딱 맞았다. 

 

마주 보이는 언덕이 전날 갔던 달맞이길

 

계속 차 타고 다니면서 먹기만 하면 안 되겠기에 좀 걷기로 했다. 문밖을 나서면 바로 동백섬을 나서는 산책길이다.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하며 시작하는 그 동백섬이다. 산책길 따라 걷는 내내 정말 길이 동백나무로 가득했다. 동백꽃 필 때쯤 며칠 있으면 그것도 참 좋겠다.

 

호텔 앞 나무들이 야자수.

 

호텔 앞 심어놓은 나무들이 야자수다. 마치 제주공항에 내린 느낌이다. 아, 부산은 정말 따뜻한 남쪽 지방이 맞나 보다. 동백나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APEC 정상회담을 했다는 건물이 있었다. 

 

풍원장 꼬막정찬

얘기 반 구경 반 섞어가며 걷다 보니 또 점심때. 아파트 상가에 있는 꼬막비빔밥집으로 갔다. 부산에는 전화번호를 등록해서 웨이팅을 하는 문화가 발달해 어딜 가나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등록해놓고 거의 한 시간인가 지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또 맛있는 걸 보면 정신없이 먹어버리는 바람에 또 사진이 하나도 없네. 상을 덮던 반찬이며 큰 접시에 나온 꼬막 비빔밥은 내 기억 속에만 남게 되었다. 얼마나 비린 맛 하나 없이 탱탱했으며, 또 꼬막과 밥이 딱 1:1이던 꼬막 비빔밥을. 

 

먹다 보니 식탁 옆에 꼬막 도시락을 포장하면 17,000원이란다. 이걸 진작 알았으면 밖에서 기다리지 않고 포장해서 집에 가서 편하게 먹었을 텐데. 왜 밖에다 써붙여놓지 않고 안에다 이렇게 조그맣게 써놓았는지. 

 

아난티 코브

부산은 바람이 많았다. 제주가 돌, 바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는데, 내가 경험하기로는 바람은 제주보다 부산이 더 센 것 같았다. 고무줄이나 머리핀 없이는 길에 나갈 수가 없었다. 내 머리칼이 눈을 덮어 앞을 볼 수가 없었다. 이래서야 미용실은 잘 되겠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들었다.

 

걷기도 하고 차도 마시러 아난티 코브에 갔다. 힐튼 호텔과 리조트가 함께 있는 곳인데, 어쩐지 제주에 있는 지니어스 로사이가 생각나는 분위기였다. 구름은 낮게 드리워 하늘과 땅이 가까워졌고, 바람은 그 사이를 웅웅 돌아다녔다. 높이 치솟은 빌딩들 사이에서 지내다 이렇게 탁 트인 곳으로 오니 기분이 이상하다. 이런 곳에서 자란 사람은 빌딩 숲에서 자라난 이보다 훨씬 마음의 그릇이 넓게 자랄 것 같다. 물론 사바사 케바케지만.

아난티 코브 음료-디저트 사진은 역시 없음이오

 

해운대 갈비

아직 밥 때도 되지 않았는데 친구가 서두르기 시작했다. 웨이팅을 걸어놔야 한다나. 부지런히 차를 대고 보니, 다섯 시 반 정도 되었는데 우리 앞에 이미 42팀이 있단다. 해운대 갈비 해운대 갈비 하더니 이렇게 유명한 집이었나. 수원갈비처럼 그냥 부산 일대에서 하는 갈비는 다 해운대 갈비라 하는 게 아니고 그냥 음식점 이름이었나. 아닐 텐데.

 

먹다 퍼뜩 정신이 들어 한 장 찍었다

 

별로 배도 고프지 않은데 갈비를 먹자더니, 손 큰 친구는 3인분이나 주문한다. 얘 왜 이러는데. 여하튼 먹자.

 

응? 해운대 갈비는 고기 아니었나? 소갈빈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상식이 파괴되는 순간이었다. 야들야들 크림 같이 녹는데, 이 없는 노인들도 그냥 잡숫겠더라. 아빠 퇴원하면 모시고 와야겠다. 

 

갈비를 다 먹어갈 때쯤 되니 이 친구 또 감자사리를 먹어봐야 한다며 또 시킨다. 난 못 먹는다. 혼자 먹어라 했지만, 그럴 수 있나. 자동으로 손이 간다. 

 

어, 사진은 좀 그로테스크하게 나왔다. 저 육수가 자글자글 졸아붙을 때쯤 먹는 음식이란다. 맛있었다. 먹고 나오는데 내 배가 아니라 포대같이 느껴졌다. 낙타는 먹으면 지방으로 저장했다가 비상시에 쓴다는데, 나도 좀 그랬으면 좋겠다. 배에는 말고. 옆구리도 말고. 

 

이렇게 먹고 호텔로 들어가는데 119 소방차와 구급차가 좍 깔렸다. 우리 호텔이었다. 혹시 불이 난 건 아닌지. 무슨 일인지 확인했더니, 누군가 욕실 문을 열고 샤워하는 바람에 연기로 잘못 인식되어 출동한 것이었다.

 

그런 일이 종종 있었는지 체크인할 때 안내문에 적혀있던 사항이었는데, 미처 못 본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로 귀환하지 못하고 꼭대기 층부터 일일이 확인하면서 내려오는 소방대원의 모습에 마음이 좀 그랬다. 고맙고 또 미안하고.... 

 

덕분에 부산에 와서 두 번째 밤도 무사히 잘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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