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정보 / / 2024. 10. 3. 14:33

몰스킨에 어울리는 필기구는?

종이의 매력

유사 이래, 디지털 시대라는 말이 지금처럼 잘 어울리는 시대가 있었던가.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컴퓨터 보급률은 80%, 스마트폰 보급률은 98%를 넘어섰다(스마트폰 관련 조사 2012-2024,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노션, 에버노트, 메모장 등 앱을 이용해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는 사라지지 않았고, 연필은 계속 팔리고 있다. 대형 문구점은 물론이고, 전철역에 있는 무인 문구점, 수많은 다이소 매장에 깔려있는 필기구를 보자. 이는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종이에 기록하기를 좋아한다는 걸 뜻한다. 종이에 기록하는 매력은 정말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몰스킨에 어울리는 필기구는?
2016~2019년 사용했던 몰스킨

 

몰스킨의 인기

어느새 몰스킨은 그런 공책의 대명사처럼 쓰이게 되었다. 하지만 몰스킨이 과연 그런 명성에 어울리는 공책인가 하는 점에는 이견이 있다. 내가 몰스킨을 더 이상 내 돈 주고 사서 쓰지 않게 된 이유는 가격과 종이 질에 있다.

 

힘들이지 않아도 술술 써지는 걸 좋아하는 나는 어느정도 굵게 나오는 만년필을 좋아한다. 닙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몽블랑, 펠리컨, 파커, 사파리 등의 서구권 만년필을 선호한다. 일본제 EF닙은 철필로 긁는 느낌이 싫어 쓰지 않는다. 그런데 몰스킨은 이런 펜을 감당해내지 못한다. 뒷장을 넘기면 그대로 배어 나오는 것이다.

 

2024년 사용중인 몰스킨 vs. 2016~2018 몰스킨

 

몰스킨이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몇년 전만 해도 잉크가 배어 나오는 일은 없었다. 위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다. 2016년에 구입해 사용한 몰스킨은 글씨를 쓰건 그림을 그리건 종이가 얇아 비치기만 할 뿐, 잉크가 배어 나오지는 않는다. 그런데 몰스킨 종이 질이 이제는 만년필 잉크는 말할 것도 없고, 동아에서 나오는 0.7mm 볼펜까지 뒤에 비칠 지경이 되었다.

 

몰스킨 종이가 얇아져서 그렇다고 하는 이도 있지만, 사실 이건 종이의 두께와는 별 상관이 없다. 예를 들어 사전이나 성경처럼 얇은 지분 테쵸 비즈는 잉크 비침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몰스킨을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 아마 다음과 같은 장점 때문인 걸로 생각된다.

 

  • 견고한 바인딩: 실로 제본해 어디를 펴건 180도로 확실하게 펴진다
  • 클래식한 디자인: 심플하고 꾸준히 일관된 외관
  • 다양한 크기와 스타일: 포켓 사이즈부터 대형까지, 까이에, 하드, 소프트 및 속지 스타일(플레인, 룰드, 모눈)등 다양한 크기와 스타일
  • 적당히 비싼 가격 : 사람들은 적당히 싼 것보다 비싼 걸 고르는 경향이 있다

 

서가에 쭉 꽂아놓은 몰스킨은 마치 작은 전집全集 같다. 크기가 들쭉날쭉하고 색도 중구난방이라면 과연 어떨까. 오랜 시간 꾸준히 사용하는 사람들은 공책마저 내가 쓴 책처럼 취급한다. 몰스킨에서 말하는 ‘Unwritten Book’도 그런 맥락이다. 일관된 외양은 의외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몰스킨에 어울리는 필기구 선택하기

직접 손으로 쥐고 종이에 흔적을 남겨야 하는만큼, 내 손에 쥐는 느낌과 종이에 쓰는 느낌, 그리고 그 결과물까지 다 마음에 들어야 한다. 내 손에 맞아야 하는 게 가장 큰 조건이지만, 몰스킨에 어울리는 필기구를 선택하려면 그다음 조건은 종이와 얼마나 합이 잘 맞느냐 하는 점이 된다.

 

만년필

펠리칸과 사파리는 내가 가장 즐겨 쓰는 만년필이다. 필기감으로 말하자면 몰스킨과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문제는 앞서 말한 대로 잉크가 뒷장에 비친다는 점이다. 게다가 살짝 번지는 느낌도 없지 않다. 눌러쓰지 않고 종이에 펜 끝만 닿도록 살짝 들듯이 써도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가늘게 나오기로 유명한 파일로트 카쿠노 만년필도 뒷장에 잉크가 살짝 배어 나온다.

 

특히 올해 스타벅스에서 받아 쓰고 있는 몰스킨은 너무 심해 마스킹 테이프나 다른 기념이 될 만한 것들을 뒷장에 붙여 쓰고 있다. 몰스킨에 만년필(또는 펜과 잉크)을 사용하려면 몰스킨 스케치북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다.

 

만년필 & 볼펜

 

볼펜

그다음으로 자주 쓰는 것은 역시 볼펜. 동아에서 나온 크로닉스와 겔스트림, 모나미 FX 제타를 즐겨 사용한다. 사무실에서는 미츠비시 젯스트림을 사용한다. 술술 미끄러지듯 써지는 느낌을 좋아하다 보니 1.0을 주로 쓰게 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크로닉스 1.0은 그렇지 않은데, 젤스트림은 0.7만 돼도 뒤쪽에 슬쩍 비친다는 점. 잉크가 다른 건지, 아니면 내가 사용한 그 볼펜만 그런 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볼펜의 장점은 그래도 만년필처럼 잉크가 뒷면까지 배어 나오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잉크 특성상 너무 미끄러지듯 쓰이긴 한다. 단점은 그다지 힘을 줘서 쓰지 않아도 눌러쓴 자국이 난다는 것. 남편은 정말 힘주고 또박또박 쓰는 스타일인데, 다 쓰고 보면 점자책처럼 우둘두둘하다.

 

중성펜

중성펜은 볼펜과 수성펜의 장점을 결합한 필기구로, 몰스킨 종이와도 비교적 잘 어울린다. 뒷면에 안 비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잉크가 배어나오지는 않는다. 써봤던 중성펜은 다음과 같다.

 

유니볼 시그노는 미츠비시에서 나온 중성펜이다. 0.28부터 0.7mm까지 굵기도 다양하다. 내가 몰스킨에 써본 것은 유니볼 시그노 DX 초극세 0.28mm 블루 블랙이었는데, 색깔도 마음에 들고 뒷면에 비침도 배어 나옴도 하나 없었다. 가는 글씨를 좋아하는 분들께 강추.

 

제브라 사라사도 인기 있는 펜이다. 굵기뿐 아니라 색상도 다양해 20가지가 넘고 건조가 빨라 다이어리 꾸미기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이 쓴다. 그런데 사라사는 같은 굵기라도 다른 펜보다 살짝 굵고 뭉툭한 느낌이 있다.

 

연필

몰스킨과 찰떡으로 어울리는 필기구는 뭐니 뭐니 해도 연필이다. 부드럽게 써지면서도 종이에 자국이 남지 않아 얇은 몰스킨 종이에 적합하다. 특히 10H부터 12B까지 굳기와 진하기가 다양한 데다, 색연필로 넘어가면 그 색깔과 종류가 더욱 다양하고 풍성해진다. 프리즈마 유성 색연필은 색이 분명해 몰스킨에 쓰기 좋다.

 

물론 너무 뾰족하게 깎으면 몰스킨이 너무 얇아 찢어질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연필은 몰스킨 위에 부드럽게 잘 써지고 뒷면에 비치지도 않는다. 대신, 연필은 그 재료 특성상 가루 입자가 종이 표면에 달라붙는 식이라, 붙지 않은 가루는 날아가 버리거나 옆으로 이동해 붙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뭉개지거나 번져 보이게 되고, 다른 잉크로 쓴 것보다 불분명하고 덜 또렷해 보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파버 카스텔 연필을 몰스킨에 가장 잘 맞는다고 꼽는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파버 카스텔 연필은 이상하게 너무 가볍다. 허공을 쥔 것 같은 느낌이다. 난 그것보다는 좀 더 묵직한 연필이 좋다. 몇 년 전, 팔로미노 블랙윙 연필을 선물 받았는데, 처음 본 인상은 어릴 때 많이 보던 피노키오 연필을 생각나게 해서 반가웠다. 지우개 때문일까? 파버 카스텔 보다 살짝 무겁다.

 

사실 난 그다지 연필 브랜드를 가리는 편은 아니다. 화실 할 때 많이 쓰던 톰보우나 더존 연필, 학원가에서 나눠준 노란색 스테들러 연필…. 가리지 않고 손에 잡히는 대로 쓴다. 그런데 쓰다 보면 확실히 먼저 줄어드는 연필이 있다. 블랙윙과 스테들러 옐로 펜슬이다. 파버카스텔은 이상하게 거의 새거 그대로다.

 

내가 쓰는 연필

 

만년필보다는 저렴하지만, 연필 세계에도 가성비라는 게 있다. 팔로미노 블랙윙은 한 자루에 4천 원 정도 하고, 종류대로 한 자루씩 골고루 4자루를 담은 블랙윙 스타터 세트도 쿠팡에서 1만 7천 원대에 팔고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동아 파블 연필은 비슷한 가격에 다섯 타스(60자루)나 살 수 있다.

 

어쩌다 한 번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블랙윙을, 집에 아이가 있다거나 연필을 많이 쓰는 사람이라면 동아연필도 훌륭한 선택이다.

 

몰스킨에 어울리는 필기구는? 결론 & 추천

어쨌든, 제목에 걸맞게 몰스킨에 어울리는 필기구는 어떤 것일까? 개인적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것을 추천하면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 전적으로 취향 문제다. 만년필을 정말 좋아한다면 뒤에 비치건 말건 만년필을 쓸 거고, 깔끔한 게 좋다면 가느다란 중성펜을 선택할 것이다. 물론 연필도 빠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적으로 내 개인적 취향과 사용경험을 바탕으로 추천하자면 다음과 같다.

 

  • 만년필 - 몰스킨과의 궁합은 최악. 그래도 쓰고 싶으면 나처럼 그냥 쓰면 된다.
  • 볼펜 - 동아 크로닉스, 모나미 FX제타, 제트스트림
  • 중성펜 - 시그노 DX 초극세 0.28, 0.38(며칠전부터 쓰고 있는데, 마음에 든다)
  • 연필 - 팔로미노 블랙윙, 동아 파블, 문화 더존, 스테들러
  • 색연필 - 프리즈마 색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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