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코를 후비면?
늦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요즘. 날이 점점 차고 건조해진다. 호흡기엔 그리 좋은 조건이 아니다. 게다가 난방을 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이럴 때 각종 점막이 건조해지고 불편해진다. 보습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코 안쪽이 건조해지면서 붓는다. 불편하니 건드리게 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상처가 생기고 아물면서 딱지가 덮인다. 그렇게 되면 자꾸 후비게 되고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코를 자꾸 후비면 어떤 위험이?
사람이 지저분해 보이는 건 문제도 안 된다. 코를 자꾸 후비면 위험해질 수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만 보면 사람은 손으로 별 걸 다 건드리고 다닌다. 집을 나서면서 엘리베이터 단추, 버스나 전철 손잡이, 카드, 돈을 만지고, 직장에 도착하면 책상 위 물건들, 키보드, 마우스, 각종 서류를 만진다. 내 머리도 만지고 사람들과 악수도 한다. 장을 보면서 카트 손잡이도 만진다. 중간중간 손을 씻지만, 외부의 사물과 직접 접촉하는 거의 유일한 신체기관이 바로 손이다. 그에 비하면 신발과 양말로 고이 보호되는 발은 청정한 셈이다.
코를 후비는 것은 이렇게 다른 사물에 붙어있던 세균, 바이러스를 바로, 직접 내 코의 점막에 문질러 주입하는 행위다. 게다가 피부가 손상되면 감염 위험은 더욱 커진다. 코 점막은 모세혈관에 촘촘히 분포되어 있다. 따라서 자칫 코피가 나기도 쉽다. 한 번 코피가 나면 또 나기 쉽다.
비염이 생기기도 쉽다. 비염은 부비동염(축농증)으로, 또 물혹(비강 폴립)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심해지면 코 안쪽을 좌우로 나누는 벽이 휠수도 있다(비중격만곡).
그것뿐 아니다. 냄새도 잘 못 맡게 될 수도 있고, 귀까지 염증이 퍼져 중이염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심하면 눈 주변까지 염증이 퍼져 안와 합병증까지 올 수 있다. 코와 뇌는 종잇장처럼 얇은 뼈로 막혀있다. 여기가 뚫리면 바로 뇌로 이어진다. 코털 함부로 뽑지 말라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무심코, 습관적으로 코를 후비는 행위로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코 안쪽 피부 손상, 세균 감염
- 코피
- 호흡기 질환
- 비염, 부비동염, 중이염, 안와합병증
- 후각이상, 두통
조치사항
무심코 코를 후비다 '어라? 내가 코를 후비고 있네?'하는 자각이 들거나, 아이가 코를 후비는 걸 발견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할 일은 건조함을 막는 것이다. 빨래를 널거나 가습기를 켠다. 물도 더 자주 마시고, 코 안쪽 점막에 연고를 발라준다.
이미 염증이 있다면 병원에서 항생제 연고를 처방해 줄 것이다. 아직 거기까지 진행되지 않았다면 처방 없이도 살 수 있는 안연고를 발라주는 게 도움이 된다. 나는 알콘에서 나온 듀라티얼즈 안연고를 사다 놓고 사용한다. 무수액체라놀린이고, 안구건조증에도 사용할만큼 보습효과가 뛰어나다. 약국에 가면 코에 뿌리는 식염수 스프레이가 있다. 수시로 뿌려주는 것도 좋다.
목이 칼칼할 땐 액상 프로폴리스를 물에 타 양치도 하고 마시기도 한다. 이때 조금 덜어 코 안쪽에 바르고 30분 정도 지나면 바로 효과를 보곤 한다. 뻥 뚫린 코로 시원하게 숨 쉬면서 잠을 잘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그냥 개인적인 체험이고 어디서 의학적으로 증명받은 것은 아니다. 자다 한쪽 코가 막히면 반대쪽으로 돌아 누워 자는 것처럼 말이다. 요약하자면, 기승전 보습이다.
- 실내습도를 높인다
- 물 마시기
- 연고, 식염수 스프레이
어른은 자기 행동을 조절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이게 좀 어렵다. 처음엔 불편해서 건드렸지만, 자칫 습관이 되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버릇이 되어버리면 참 끊기 어렵다. 일단 아이들 손을 자주 씻기는 게 먼저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더 많은 걸 만진다. 하지만 이걸 막을 순 없다. 촉각 정보가 쌓여 두뇌 발달을 위한 데이터 축적이 된다. 그러니 만지는 걸 막을 게 아니라 손을 자주 씻겨야 한다.
그리고 코를 파는 걸 막을 게 아니라 손이 심심하지 않도록 재미있는 활동을 많이 시켜야 한다. 앞서 말한 습도와 보습을 위한 조치가 선행되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 하나. 혹시 아이가 코피가 자주 나고, 코피를 흘린 다음에 시원해 한다면 아이 체질과 먹는 음식을 한번 살펴보는 게 좋다. 열이 많은 아이에게 꿀이나 인삼, 대추, 녹용 같은 열성 식품을 자꾸 먹이면 몸에 열이 더 많아져서 코피가 날 수도 있다. 또 열이 위로 자꾸 올라가다 보면 코가 건조해져서 코를 자꾸 건드리게 되고 이것이 코피로 연결되는 수도 있다.
내가 학교다닐 때까지 그렇게 코피를 많이 흘렸는데, 코피를 흘리고 나면 정말 시원해지면서 세상이 맑게 보이곤 했었다. 몸을 보한다고 할머니께서 어릴 땐 용을 먹이고, 엄마는 아침마다 수삼에 밤, 깨, 대추 등을 잘게 썰어 꿀에 절여놓고 한 숟갈씩 먹여주셨다. 너무 감사해서 정말 먹기 싫었어도 꼭꼭 씹어 먹었었다. 그런데 학교 졸업하고 사랑의 꿀삼이 딱 끊어진 다음부턴 덩어리로 쏟던 코피가 거짓말처럼 그쳤다. 보약은 아이 체질에 맞게!
왜 손으로 눈을 비비면 안 될까?
왜 손으로 눈을 비비면 안 될까? 눈 비비지 마라. 어릴 때부터 듣던 말이다. 하지만 졸리거나 눈이 간질거리면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무심코 눈으로 손이 가게 된다. 왜 손으로 눈을 비비
fruitfulife.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