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죽 겨울나기
오늘 아침, 발코니에 있던 관음죽을 안으로 들여놓았다. 날이 추워진다는 일기예보가 있긴 했지만, 발코니도 실내라 그냥 두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온도계를 보니 2.9도. 실내라 안심하고 있었는데, 새벽녘 온도는 생각 이상으로 내려가 있었다. 관음죽 월동온도가 5도라니 밤새도록 얼마나 추웠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낮인 지금은 밖의 온도는 영하 1도지만, 실내온도는 보일러를 틀지 않아도 23도, 베란다는 13.4도로 올라갔다. 아침에 비해 10.5도나 올라갔다. 유리 한 겹이 무려 10도씩이나 차이를 나게 하다니.
관음죽 원산지와 이름 유래
관음죽(觀音竹)의 원산지는 우리나라, 일본, 중국 남부, 대만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나 일본이 원산지에 포함되긴 하지만, 월동 온도가 높은 걸 보니 아마 저 아래 남부지역을 가리킬 가능성이 크다.
관음죽을 처음 본 건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이었다. 한창 서유기를 재미있게 읽던 그때, 관음죽이라길래 관음보살의 대나무인 줄 알았다. 하지만 관음죽이라는 이름은 일본 관음산에서 자라는 대나무라 해서(또는 닮았다 해서) 붙은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일본 국립공원 관음사 사이트에는 그런 정보가 없다. 한편, 관음산은 일본 말고도 서울 근교 포천에도 있고, 중국 태산 근처에도 있다. 하지만 위치상 중국과 우리나라 관음산은 겨울철 온도가 5도 아래로 내려갈테니, 그래도 가장 가능성 있는 것은 역시 히로시마 근처에 있는 일본의 관음산이라 하겠다.
관음죽 특징
관음죽은 사실 이름과는 달리 대나무가 아니라 야자과에 속하는 식물이라고 한다. 또, 음지에서도 잘 자라고, 16~20도 정도의 온도가 가장 적합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우리 집 관음죽은 정말 악조건 속에 버텨온 것일까. 영하 20도에서 영상 40도를 오르내리는 환경이면 아무리 실내가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해도 동물이었으면 당장 들어오겠다고 문을 두드리지 않았을까 싶다. 게다가 남향집이 해는 좀 잘 드는가. ㅜㅜ
30년 넘게 키우고도 미처 몰랐는데, 관음죽은 공기정화 식물로 유명하단다. NASA에서 지정한 50가지 유해물질을 흡수해 처리하기로 1등, 암모니아는 2등이라고 한다. 그래서 화장실 앞에 두고 키우는 집이 많다고 하네.
게다가 관음죽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단다! 가만 생각해 보니, 이 아이도 식물인데, 그것도 나무인데 꽃 피우고 열매맺는 게 정말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기에 처음 들었을 땐 정말 깜짝 놀랐다. 관음죽은 10년 이상 된 나무에서 아주 어렵게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정말 보기 어려운 만큼 관음죽 꽃을 보면 행운이 깃든다는 말도 있다고 한다. 나도 그런 기회가 왔으면 좋긴 하겠다. 그것이 어떤 행운으로 이어지면 뭐 좋긴 하겠지만, 사실 일단 관음죽 꽃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 아닐까.
관음죽 꽃 모습이 궁금해 찾아보니, 마치 바닷속 산호 같다. 우리가 흔히 보는 꽃과는 많이 다르다. 마침 푸른하늘이라는 네이버 블로그님이 올려놓으신 것이 있어 소개한다. 집 발코니에서 키우던 관음죽 화분에서 이렇게 꽃이 피면 정말 기쁠 것 같다.
https://blog.naver.com/dlasoon16/221328511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