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종류와 맛있게 먹는 법
날이 추워졌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인가 보다. ‘겨울’하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귤, 붕어빵, 그리고 군고구마. 호호 불며 거뭇거뭇 탄 뜨거운 껍질을 까먹는 고구마는 어쩜 그렇게 달고 맛있을까. 천 원 자리 한 장만 내도 드럼통을 개조한 둥그런 군고구마 통에서 꺼낸 고구마를 신문지 접어 만든 봉투에 하나 가득 담아 올 수 있었는데.
그런데 고구마를 먹다 보니, 보통 물고구마는 구워 먹는 게 더 맛있고, 밤고구마는 쪄먹는 게 더 맛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옛날엔 이렇게 밤고구마와 물고구마 양대산맥으로 끝이었는데, 요즘은 웬 고구마 종류가 이렇게 많은지. 고구마 종류와 맛있게 먹는 법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고구마의 특징
고구마는 어떤 식물일까? 고구마(Ipomoea batatas)는 메꽃과에 속하는 덩굴성 다년생 식물이다. 땅속에서 자라는 덩이뿌리를 식용하는데, 이것이 우리가 먹는 고구마이다.
고구마는 열대성 작물이지만 적응력이 뛰어나 온대지역에서도 잘 자란다. 줄기는 땅을 따라 뻗어나가며 성장하고, 보라색이나 흰색의 나팔꽃 모양 꽃을 피운다.
영양학적으로 고구마는 탄수화물이 풍부하며, 특히 베타카로틴, 비타민 C, 식이섬유가 많이 함유되어 있다. 또한 항산화 물질도 풍부해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고구마의 전래
고구마는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작물이다. 16세기에 스페인 사람들이 처음 유럽으로 가져갔고, 이후 필리핀을 거쳐 중국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에는 1763년(영조 39년) 일본을 통해 처음 들어왔다고 전해진다. 당시 조선 통신사였던 조엄이 일본에서 고구마를 가져와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다. 처음에는 '감저(甘藷)'라고 불렸는데, 이는 '달달한 감자'라는 뜻이다.
고구마는 영양가가 높고 재배가 쉬워 조선 후기 구황작물로 널리 재배되었다. 특히 흉년이 들었을 때 백성들의 굶주림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고구마의 주요 품종
고구마는 크게 육질의 특성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주요 품종들을 살펴보자.
1. 물고구마
수분이 많고 식감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찌거나 구워 먹을 때 수분이 많이 나오며, 특히 구워 먹으면 달콤한 맛이 더욱 강해진다.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신율미'가 있다.
2. 밤고구마
육질이 단단하고 밤처럼 분질성이 강하다. 수분이 적고 전분이 많아 쫀득한 식감이 특징이다. 찌거나 삶아서 먹으면 가장 맛있다. '호감미'가 대표적인 품종이다.
겉으로 보아 불그스름한 빛깔을 띤다.
길가 채소가게 앞에 고구마가 놓여 있길래 찍었다. 이렇게 딱 붙여놓고 보니, 호박고구마와 밤고구마 차이가 확실히 보인다. 이렇게 정직하게 '나 고구마요~' 하는 듯이 고구마 색깔 그 자체를 띄고 있는 것이 밤고구마다.
3. 호박고구마
껍질과 속살이 주황빛을 띠며 베타카로틴 함량이 매우 높다. 달콤한 맛이 강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다. '주황미'와 '베니하루카' 등이 대표적이다.
요즘 고구마는 쿠팡이나 아는 분 부모님께 주문해서 먹는데, 거의 다 베니하루카다. 지난여름엔 켐벨은 구경도 못하고 내내 샤인머스캣만 먹었는데, 고구마도 포도처럼 유행하는 품종이 있는 것 같다.
베니하루카는 배송된 걸 그냥 바로 먹으면 밤고구마 맛이 나고, 후숙 해서 먹으면(특히 구워 먹으면) 물고구마처럼 달고 맛있는 것이 특징이다. 맨눈으로 봤을 때 밤고구마보다 약간 노르스름하다.
4. 자색고구마
겉껍질과 속살이 보라색을 띠며 안토시아닌 성분이 풍부하다. 일반 고구마보다 단맛은 덜하지만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자미'가 대표적인 품종이다.
자색고구마는 밤고구마처럼 붉지는 않지만 약간 보랏빛이 도는 붉은 기를 띤다.
고구마 조리법
1. 찌는 방법
찜기나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고구마를 찔 수 있다. 밤고구마는 찌는 것이 가장 좋은 조리법이다.
- 찜기: 물을 끓인 찜기에 고구마를 넣고 20-25분 정도 찐다.
- 전자레인지: 나는 전자레인지용 라면기에 물에 적신 고구마를 담고 물을 살짝 뿌리듯 부은 다음 뚜껑을 닫는다. 10분 정도 돌리면 먹기 좋게 익는다.
- 달걀 삶듯 물을 붓고 삶아도 되지만, 빠져나가는 영양성분이 많아 추천하지는 않는다.
2. 굽는 방법
물고구마나 호박고구마는 구워먹으면 더욱 달콤해진다.
- 오븐: 18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40-50분 정도 굽는다.
- 에어프라이어: 180도에서 30~35분 정도 굽는다.
3. 튀기는 방법
고구마를 얇게 썰어 튀기면 바삭한 고구마칩을 만들 수 있다.
- 기름 온도 170도에서 노릇해질 때까지 튀긴다.
- 에어프라이어 사용 시 180도에서 10-12분 정도 조리한다.
4. 맛탕
고구마 맛탕은 달콤하고 바삭한 겉면과 부드러운 속을 가진 인기 간식이다.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만들 수 있다.
- 고구마를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기고 크기가 일정하도록 토막 낸다.
- 기름을 170도로 달군 후, 고구마를 넣어 노릇하게 튀긴다.
- 튀긴 고구마를 건져내고 기름을 뺀다.
- 냄비에 물 1/2컵, 설탕 1컵을 넣고 끓인다.
- 시럽이 끓어오르면 튀긴 고구마를 넣고 바삭하게 코팅될 때까지 졸인다.
- 참기름을 살짝 두른 후 깨나 땅콩을 뿌려 완성한다.
고구마 보관법
고구마는 15도 내외의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냉장 보관 시 전분이 당분으로 변해 더 달아지지만, 심이 검게 변할 수 있으므로 일주일 이내로 먹는 것이 좋다.
겨울에는 베란다에 두고 먹는 일이 많은데, 고구마가 원래 더운 지방 식물이다 보니 날이 너무 추울 땐 보온에 좀 더 신경 써주는 게 좋다. 경험상 보면 스티로폼 상자에 넣고 뚜껑을 살짝 열어주면 습기도 차지 않고 얼지도 않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