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서 704번 버스를 타고 북한산으로 향했다. 처음에 탈 때는 빈 자리를 골라 앉아 갔지만, 홍제동을 지나면서 부터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은평구를 넘어가자 정말 콩나물 시루처럼 되어 버렸다. 같은 버스에 타고 가던 누군가의 말처럼 "추석 연휴 동안 먹어 쌓인 기름 빼러 가는 것" 이란 생각에 격하게 공감했다.
볕도 뜨겁고 여름처럼 더웠지만 길가에 핀 과꽃과 맨드라미는 "나, 가을이에요~"하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날은 덥지만 솔솔 부는 바람을 느끼며 도착한 중성문.
들꽃들이 만발한 이 자리는 조선시대 이곳 북한산성을 관리, 유지, 방어하던 군 부대가 있었던 곳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수방사 라고나 할까?
중성문을 지나 오늘의 목표지점인 대남문을 오르는 길.
사진 몇 장은 전부 평지. 그 이유는 길이 평탄해서가 아니라 사진찍을 만큼 편했던 길은 딱 여기까지 였기 때문. 그다지 어렵다고 느껴지는 오르막은 아니었지만 갈림길에서 확인했던 산길 3.8km는 3.8km가 아니었다. 왜 이렇게 줄어들지 않는지. 준비했던 영양 바와 오이, 사탕, 물이 다 떨어졌지만 갈 길은 좀처럼 줄어들 줄 몰랐다.
드디어 오른 대남문.
처마사진 밖에 찍을 수 없었던 것은 도시락 먹는 등산객으로 바닥이 점령당했기 때문. 그래서 더 배가 고팠다. 그래서 밥을 조금이라도 빨리 먹고자 올라왔던 길이 아닌 구기터널 쪽으로 향해 내려갔다.
하지만 내려가는 길이 더 어려운 법. 게다가 힘빠진 다리는 후들거리고 배도 너무 고파 기력이 달리는 지라 내 다리가 내 다리 같지 않았다. 더구나 바위는 왜 이렇게 많고 경사는 왜 그렇게 급한지. 기다시피 구르다시피 내려올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민폐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애 쓰면서 내려왔다.
구기동 쪽에서 가까운 북한산 계곡. 버들치 서식지인 1급수다. 정말 얼마나 맑은지.
오늘 운동은 단추를 잘 못 누르는 바람에 두 개로 나뉘어 기록.
집에 돌아와 보니 버스로 이동하고 늦은 점심 먹은 잠깐을 빼고는 아침8시 부터 오후 5시 반까지 9시간을 밖에서 걸어다녔다. 우와... ㅎㅎ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