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비를 핑계로 꼼짝 하지 않고 집안에서 시간을 보낸 바 있다.
오늘은 한 주의 첫 날. 시작부터 늘어질 수는 없지! 몸을 추슬러 난지 하늘공원에 억새를 보러 가기로 했다.
단풍놀이는 이곳에서 해도 될 듯. 주차장이 마치 숲길 같다.
저 멀리 세워진 버스를 지나면 하늘공원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갈림길에 하늘공원이 앞으로 1.4km 남았다는 표지판이 서 있다. 곧장 앞으로 가면 된다.
곧게 뻗은 이 길을 따라 쭉 걸어가면...
오른쪽으로 하늘공원으로 가는 계단이 보인다. 까마득하다.
계단을 오르지 않고 그냥 이제까지 처럼 완만한 오르막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오른편 계단으로 오르지 않고 그저 앞으로 쭉 가면된다. 그 길을 따라 가고싶은 내 맘과는 달리 함께하는 A님의 주장대로 계단을 오르게 되었다.
올라가던 계단참에서 내려다본 한강.
계단을 오르면 나타나는 갈림길. 우리는 오른편으로 가기로 했다.
일단 맨 처음 보였던 그 계단만 오르고 나면 힘든 코스는 없다. 그저 이런 완만한 평지 같은 길들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언덕 위는 이렇게 푸르른데 오히려 아래쪽 단풍이 곱다.
하늘공원에 드디어 도착!
그 다음부터는 별 말이 필요 없다.
서울에서 흔히 찾을 수 없는 툭 터진 곳에 가득 들어찬 억새, 갈대, 떼 등등을 그저 즐기면 된다. 난지도가 쓰레기가 들어차기 전에는 난초와 영지의 섬이라는 이름 그대로 아름다웠었다는 이야기가 정말 가슴에 와 닿는다.
오늘은 아침에 가서 사진에 담아오지 못했지만, 여기서 보는 낙조는 장관이다. 굽이굽이 서쪽으로 뻗어나가 어디가 바다인지 강인지 알 수 없는 곳에서 부터 낙조는 시작되어 내 앞까지 다가든다.
이제 하늘공원을 뒤로 하고 메타세콰이어 길로 향하기로 했다.
사진에 보이는 이 계단을 내려가 왼쪽으로 걷다가 갈래길에서 다시 왼쪽으로 꺾어 걸어가면 되는데, 이 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키 큰 억새밭에 갈래길도 많고 그렇다고 지도도 자상하게 마련되어 있지 않다.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차라리 네이버 지도 같은 지도 앱을 켜놓고 걷는 것이 좋다.
올라갈 때 보다 더욱 많은 수의 계단을 내려와 왼쪽으로 몸을 돌리면 나타나는 길. 오늘은 어린 손님들이 많이 왔다 했더니 유치원 차량이 정말 많이 늘어서 있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어지면 나오는 메타세콰이어길 입구. 저 쪽문을 통과하면 메타세콰이어 길이 나온다.
양쪽으로 시원하게 뻗어있는 메타세콰이어 나무들.
왼쪽길은 자전거와 사람들이 함께 다닐 수 있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나 있는 길은 사람들만 다닐 수 있는 산책전용로.
이렇게 어엿이 표시되어있다.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들도 이 길에선 내려서 끌고 다닌다.
도시락이나 간식을 먹기에 적당할 듯 싶은 테이블과 의자.
이런 길이 하염없이 뻗어있다. 정말 마음 편해지는 길이다. 지난 번에 왔을 때에는 처절한 땡볕으로 고생 많이 했지만, 오늘은 속도 조절만 한다면 정말 느긋하고 행복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었다. 착해지고, 순수해지고, 어떤 커플들도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그런 길.
길을 걷다보니 이런 모양을 한 나무도 보였다.
이건 마치 뭉크의 절규가 연상되지 않는가?
다시 만나게된 하늘공원 계단.
이제 짧은 뚜벅여행은 끝. (하지만 주차장까지는 아직 한참 남음.)
정말 볕이 아까운 날들이다. 이러다 금방 추워진다. 날씨가 허락할 때 부지런히 나가 걸어줘야겠다. 볕은 뜨겁고 그늘은 싸늘하다. 체온조절에 유의하지 않으면 감기걸리기 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