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살지는 못했지만 평생 애써도 늘기는 커녕 배울 수도 없는 것이 하나 있으니 그것이 바로 고스톱과 카드다. 같은 그림 찾는 것도, 그림이 어떤 달을 상징하는 것도, 사용되는 용어도 다 알지만 거기서 끝. 바닥에 늘어선 그림과 손에 쥐고 있는 그림도 얼른 매치가 되지 않고 남이 들고 있는 패도 얼른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카드라고 별 다를 바 없다. 내가 들고 있는 것이 스트레이트 플러시인지 풀하우스인지도 따로 적은 쪽지를 보지 않는 다음에야 알 길이 없는데 진도가 나갈 일이 없다. 그래서 남들은 유지하기 어렵다는 포커 페이스가 내게는 쉽기만 하다. 뭘 알아야 표정이 변하지.
애는 써 봤다. 동전 잔뜩 모아 동생들 찾아가 수련인지 대련을 요청하곤 했지만 그때마다 탈탈 털리고 돌아올 뿐, 실력 향상은 절대 이뤄지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깨달은 것은 사람은 생긴 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 그게 공부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재능이 전무한데 수련한다고 되는 일도 아닌 것 같다. 내게 주어진 달란트가 그게 아닌 것을.
요즘 인터넷에 '자식에게 고스톱을 가르쳐야 하는 10가지 이유'라는 글이 떠도는 모양이다. 페이스 북에 어떤 친구가 퍼다 놨는데, 이런 글을 보면 그렇구나 싶으면서도 우리 애들에게는 가르쳐줄 방법이 없네. 그저 이런 글이 있구나 하고 함께 웃을 뿐. 애들도 유전자 지도에 노름유전자는 포함되있지 않은지라 오로지 머리로만 알겠지.
혹시나 그 열 가지 이유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더보기'를 콕....>>
자식에게 고스톱을 가르쳐줘야 하는 10가지 이유
첫째 : 낙장 불입(落張不入)
순간의 실수가 큰 결과를 초래.. 아이들에게 "낙장불입"을 가르침으로서 인생에서 한번의 실수가 얼마나 크나 큰 결과를 초래하는지 인과응보에 대해 깨우치게 한다... 고사성어가 되려는지... ㅎㅎ
둘째 : 비풍초똥팔삼
살면서 무엇인가를 포기하여야 할 때 우선순위를 가르침으로써 위기상황(危機狀況)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가르친다.
셋째 : 밤일낮장
밤일과 낮일이 정해져 있다. 인생에서는 밤에 해야 할 일과 낮에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으므로 모든 일은 때에 맞추어 해야 함을 가르친다.
넷째 : 광박
광 하나는 가지고 살아라! 인생은 결국 힘 있는 놈이 이긴다는 무서운 사실을 가르침으로써 광이 결국은 힘이라는 사실을 깨우치게 해서 최소한 광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인생에서 실패하지 않음을 깨우치게 한다.
다섯째 : 피박
쓸 데 없는 것으로 보이는 피가 고스톱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우치게 해서 사소한 것이라도 결코 소흘히 보지 않도록 한다.
여섯째 : 쇼당
현명한 판단이 있어야 생존... 고스톱의 진수인 쇼당을 안다면 양자택일(兩者擇一)의 기로에 섰을 때 현명한 판단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
일곱째 : 독박
무모한 모험이 실패했을 때 속이 뒤집히는 과정을 미리 체험함으로써 삼가게 한다.
여덟째 : 고
인생은 결국 승부라는 것을 가르쳐 도전정신을 배가시키고 배짱을 가르친다.
아홉째 : 스톱
안정된 투자정신과 신중한 판단력을 증진시키며 미래의 위험을 내다볼 수 있는 예측력을 가르친다.
열째 : 나가리
인생은 곧 "나가리"라는 허무를 깨닫게 해주어 그 어려운 노장사상(老莊思想)을 단번에 이해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