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사는 법

잠을 불편하게 잤는지 일어나니 온 몸이 아프다. 그것 말고도 뭔가 찝찝하다. 어제 뭔가 불쾌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하다가 드디어 생각났다. ​맛 없었던 저녁밥이었다. 

모처럼 딸과 갖는 오붓한 시간. 맛있는 것을 시켜 먹으면서 영화를 볼 생각에 들떠버렸다. 드류 베리모어가 나오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Everafter를 보기로 했는데, 1998년 개봉 당시 신데렐라 이야기의 새로운 해석으로 평이 괜찮았던 것이 기억났다. 모녀가 함께 보기에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선정은 좋았지만, 저녁밥 먹는 것은 난항을 거듭했다. 맛있게 하는 중국집이 그날따라 노는 날이었고, 겨우 찾아들어간 밥집은 어째 손님이 많이 줄었다 했더니 맛이 예전같지 않았다. 영화보는 기분을 내려고 편의점에 들러 팝콘까지 사갔지만, 시간이 늦어 앞부분 밖에 못보고 말았다. 

맛있는 탕수육(도원 탕수육이 동네 중국집 몇 군데 중 가장 맛있다!)도 못먹고, 맛없는 저녁밥에 헛돈만 쓰고 다닌 데다, 영화도 제대로 못보니 계획되로 된 것이 하나도 없단 생각에 속이 상했다. 무엇보다 딸과 오손도손 재미있었을 시간을 망친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러다 보니 자기 전에도 자고 나서도 계속 그 생각만 났다.

그러다 생각난 것이 바로 이 말이었다.

그랬다. 어제 저녁 있었던 일들 중에 난 가장 기분 나빴던 일 두 가지만 계속 머리속에 리플레이 시키고 있었다. 그동안 난 불행한 사람일 수 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면 그 두가지만 빼면 모두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딸과 음식점을 찾아 손 잡고 걸어다니면서 함께 웃고 이야기도 나눴다. 딸에게 어울리는 예쁜 샌들도 발견했고 화장품도 샀다. 영화는 반 밖에 못봤지만 드류 베리모어가 나온 영화중 미녀삼총사는 알지만 ET는 본 적 없다는 딸아이 말에 새삼 세대차를 느끼며 웃기도 했다. 즐거웠던 일을 꼽아보니 저절로 흐뭇해졌다. 상황은 변한 것이 없지만 끌탕하던 불행한 사람에서 순식간에 행복한 사람으로 바뀌었다. 
자기 전에 3분, 자고 일어나서 3분 동안 생각하는 것이 사람을 바꾼다는 말도 있다. 마무리와 시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뀐다는 뜻이겠지. 행복하게 사는 법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구나. 그저 좋았던 일만 생각하면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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