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합정동-홍대를 걷다 점심 때가 되었다. 출출해진 배를 안고 두리번거리다 점심메뉴를 발견했다. 바로 사진에 보이는 저 커다란 메뉴판이다.
매운 짬뽕, 나가사끼 짬뽕이 6,500원이고 각종 카레와 덮밥류가 7,8천원대였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이자까야 술집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때는 워낙 가까이 붙어 지나가던 길이라 간판도 보지 않고 메뉴만 보고 들어갔다.
텅 빈듯 보이지만, 사실 사람 피해 찍느라 애썼다.
바로 테이블이 붙어있는 옆자리는 칸막이로 가려줘서 좋았다. 시선이 신경쓰이지 않는다. 남의 시선도 시선이지만 내 시선도 신경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고개 돌리다 남의 커플과 눈 마주치는 것도 어색하다. 시험 시간에 컨닝하는 것 처럼 보이지 않으려 애쓰던 때가 떠오른다. ㅎㅎ
연어덮밥과 나가사끼 짬뽕을 주문했다. 뜨끈한 국물도 생각나고 산뜻한 밥도 생각났기 때문이다. 매운 것이 싫다고 해서 맵지 않은 것으로 골랐다.
연어가 넓적하지는 않지만 제법 두툼해 씹는 맛이 있었다. 소스는 다른 집과는 달리 돈부리 소스가 아니었다. 뭐랄까 장어덮밥에 나오는 진한 소스였다. 다른 야채 없이 생강과 간장, 그리고 장어맛이 살짝 나는 그런 맛. 위에 올린 쯔게모노도 좋았다. 양이 너무 적은 것 아닌가 싶었는데 거의 다 먹을 때 쯤 되자 많다고 생각되었다.
맞은 편 앉은 분을 위한 나가사끼 짬뽕 라멘. 먹을 때는 뽀얗게 보였는데 사진으로 보니 붉으레한 기가 없지 않다.
국물은 많지 않은 대신 진하다. 돼지 뼈 육수를 기본으로 오징어, 쭈꾸미 등 해물에 청경채, 배추, 숙주나물 등 야채가 듬뿍 들어가 있다. 이것 역시 맛있었다. 추천한다면 연어덮밥도 괜찮지만 이 짬뽕라멘을 추천하겠다. 맛과 가격 둘 다 기쁨을 주는 맛이었다. 다시 가 볼 의향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