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딸기

겨울딸기, 앙큼할 정도로 상큼하고 달큰한

 

겨울딸기

 

예전에는 4월 초파일, 그러니까 4월 말에서 5월 초는 되어야 딸기 철이라고 했다.

 

그 무렵이면 외가에 갈 때 딸기와 슈크림을 가져갔던 게 생각난다. 새콤달콤한 딸기와 사르르 녹는 슈크림은 환상의 조화였다. 분명 할머니 드린다고 가져간 슈크림인데, 어른들 말씀하시는 동안 들며 나며 하나씩 먹어버렸던 기억. 분명히 '이거 하나만!' 하는 다짐도 그뿐. 녹아 사라지는 크림과 함께 다짐도 어디론가 없어지고, 난 다시 폴짝대며 슈크림 상자로 손을 내밀었었다. 

 

 

동네마다 딸기 값이 다르다. 같은 1킬로그램이라도 어디는 2만 원, 어디는 만원이다. 같은 물건을 다른 값에 파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다른 동네 가면 더 싸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동네에 먹히는 물건을 가져다 놓을 뿐이다. 그러니 비싼 딸기가 맛도 좋다. 옛날 할머니들이 하시는 말씀은 거의 매번 옳다. "과일 고를 줄 모르면 비싼 거 사라." 싸고 좋은 물건 고를 수 있는 것은 프로 살림꾼이다. 

 

겨울딸기는 아무래도 비싸다. 비싼 딸기를 동네 슈퍼마다 쌓아놓고 척척 사 먹을 수 있게 되었다니. 딸기 철이 아니면 아무나 선뜻 사 먹기 어려웠던 딸기. 그랬던 딸기가 이제는 슬금슬금 달력을 거슬러 한겨울 1, 2월까지 올라왔다. 볕도 못 보고 맺힌 열매들이 달긴 어쩜 이리 달고 진한 맛인지! 예쁜 것이 맛있기까지 하다니. 이건 반칙 아닐까. 

 

이렇게 앙큼하도록 상큼하고 달큰한 딸기를 들여다보노라니, 영어연습 시간에 보고 또 보던 영화 테스가 생각난다. 순진했던 아가씨 테스가 몰락의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던 것은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딸기를 받아먹던 바로 그 순간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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