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철쭉으로 시작한다

 

그야말로 만발한 철쭉

 

5월은 철쭉으로 시작한다

 

햇살이 이렇게 좋을 수 있을까! 

봄볕은 가득하고 싱그러운 수풀의 향이 마스크를 뚫고 코를 자극한다. 25도까지 올라간 기온. 마스크 때문에 답답했지만 봄기운 가득한 5월 첫날. 기분이 저절로 좋아지는 날이었다.

지난주까지도 수수꽃다리 향이 짙었건만. 이제는 향을 잃고 기우는 신세. 대세는 어느덧 철쭉으로 기울었다. 5월은 철쭉으로 시작한다. 

 

사방이 철죽이다. 맑고 청순한 흰색, 화려한 꽃자주, 순진해 보이는 분홍, 그리고 흔하지 않은 주황색. 모두 새로 돋아나는 풀빛 이파리와 어우러져 눈이 부시다. 

 

진달래와 철쭉

 

이 철쭉과 진달래를 헷갈려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진달래는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회초리 같은 나뭇가지에 찬바람을 맞으며 분홍꽃이 흔들리고 있다면, 그것은 진달래다. 가련해 보이나 사실 강하다. 벚꽃보다, 목련보다, 그리고 개나리보다도 먼저 나와 봄을 알린다. 진달래가 필 때는 새 잎이라곤 구경하기 어려운 3월이다. 사방 들판이 아직도 겨우내 움츠러들어 창백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누런 빛일 때다. 

진달래꽃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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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철쭉은 그렇지 않다. 온 산과 들이 푸르러진 다음에 그 자태를 선보인다. 별처럼 다섯 귀가 뾰족하고 꽃술이 밖으로 한껏 휘영청 뻗어있다. 어찌 보면 흐지부지 구겨진 종이처럼 보이기도 하는 진달래와 비교된다. 사방이 초록빛이니 색색가지 꽃들이 더욱 화려해 보인다. 

 

또 다른 점이 있다. 삼짇날이면 화전을 부쳐먹는 진달래와는 달리 철쭉은 먹지를 못한다. 그레이아노톡신이라는 독성물질 때문이다. 사람이 먹게되면 구역, 저혈압, 무력감, 과도한 타액 분비, 의식불명에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진달래는 참꽃, 철쭉은 개꽃이라고도 불렀다.

 

소꿉놀이

 

동네 아이들이 모아놓은 낙화

 

 

집으로 오는 길. 놀이터 옆 빈터에 아이들이 모아놓은 꽃들이 놓여있었다. 

얼핏 보면 꽃을 따다 놓은 것 같지만, 옆에 빗자루 두 자루가 나지막한 벽돌담에 기대 서있다. 그걸 보니 아무래도 떨어진 꽃들을 쓸어 담아 주운 것 같았다. 

 

정말 이쁘다. 오른쪽 무더기는 조형성마저 보인다. 사진을 찍고있자니 꽃 주인들이 다가온다. 

"진짜 이쁘다." 칭찬에 아이들 입이 열렸다. 

"이건 제가 만든 거구요~" 

"이건 내가 만든 거에요!"

 

노란 꽃을 중심으로 자줏빛과 흰빛 철쭉을 세 송이씩 뱅 둘러 동그랗게 모아놓은 것이 언니 꺼.

소담스럽고 자연스럽게 담아놓은 것이 동생 꺼였다. 

꽃 상태를 보니, 아무래도 언니가 쓰고 나머지 것들이 동생 차지가 된 모양이다. 

 

 

언니 작품
동생 작품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니, 어렸을 적 내가 놀던 모습이 생각난다. 이런저런 풀과 꽃을 따다 큰 돌 위에 올리고 작은 돌멩이로 콩콩 찧어 소꿉놀이도 했었지. 깻잎이라며 라일락 잎을 따다 깨물고 그 쓴맛에 진저리 치던 기억이 새롭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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