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너무 좋다. 공기도 좋다. 바이러스만 안 좋다. 

    가만히 있기 어려운 날. 밖으로 나와 걸었다. 걷다 들른 곳은 역시 책방. 지난겨울까지는 홍익 서점이나 알라딘도 자주 갔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로 지하 공간에는 잘 가지 않게 된다. 이번 산책에 들린 곳은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12층에 있는 아크앤북이다.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12층 아크앤북

     

    아크앤북 Arc-N-Book의 ‘아크’는 건축 구조인 아치 arch에서 따온 말로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듯 책과 사람, 공간을 이어준다는 뜻[각주:1]이다. 책을 매개로 한 일종의 편집샵이라고 하는데, 그런 까닭인지 입구 앞에 있는 카페에서 파는 음료를 서점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 마실 수 있다. 

     

     

    책을 분류하는 기준이 다른 서점과 다르다. 바로 일상 daily, 주말 weekend, 양식  style, 영감 inspiration이라는 4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익숙하지 않으면 어색할 텐데,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럽다. 목적이 있어서 찾은 것이 아니라, 놀러 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책속에서 노는 것, 그것도 뭘 먹으면서 노는 것은 어릴 때부터 시작된 내 오랜 꿈이다. 아주 어릴 때, 할머니 다락을 뒤지는 것은 너무나 즐거운 일이었다. 보물들이 한가득이었다. 내가 보기엔. 내 책 무더기는 뒷마루에 있었는데, 그곳도 할머니 물건들로 가득한 공간이라 역시 보물이 가득했다. 난 쥐처럼 할머니 공간을 헤치며 이거저것 뒤지곤 했다. 

     

    그때 생각했던 것이 '이렇게 책이랑 보물이 가득한 곳, 뒹굴뒹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아크앤북은 그때 꿈꾸던 곳과 조금 비슷한 느낌이다. 뒤지고 놀다 재미있는 책이 있으면 읽는다. 가져가고 싶은 책이 있으면 들고 온다. 물론 책값은 내고.

     

    이번에 읽은 책은 이슬아 작가의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이다. '이렇게 솔직해도 돼?'하는 생각이 들 만큼 자기 노출이 강하다. 그림도 잘 그린다. 수필인지 만화인지 알 수 없지만 뭐 어떤가. 이것이 나름의 스타일이지. 어느 영역이나 개척자는 있는 법이니.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재미있다. 잘 그린 그림도 함께 하니 이해도 쉽고 술술 넘어간다.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앞면은 작가의 모습이고, 뒷면은 엄마 모습이다. 이렇게 솔직하게 다 드러낸 글을 읽으면 재미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혹시 마음고생하지는 않을까 하고. 쓸데없는 걱정이겠지만 말이지.  어떤 내용인데 그럴까 궁금한 분들은 한 번쯤 읽어 보시길. 재미있고 술술 읽힌다. 앉은자리에서 다 읽어버렸을 만큼.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요즘 커피를 자제하는 중인데, 부지런히 책을 읽고 있는 내 옆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두고가는 사람이 있다. 함께 온 남편. 좋아하는 건 잘 기억해주는데, 먹으면 안 된다고 말한 건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다. ㅎㅎ

     

    그래도 커피 냄새에 홀려 한 모금 맛보았다. 응? 커피가 아주 맛나다. 보통 맛이 아니다. 홀더에 붙어있는 표딱지를 보니 통인동 커피공방이라고 써있다. 어쩐지 커피 맛이 예사롭지 않다 했다. 맛있다고 감탄하니, 그제야 기억이 났는지 그만 마시란다. "맛있는 커피는 보통 잠이 잘 안 오던데." 란다. 누가 말리니 더 먹고 싶은 건 뭔가. 몇 번 더 마셨다. ^^;

     

    통인동 커피공방 커피. 어쩐지 맛있다 했다.

     

     

    다음 책은 사카이 준코의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 하지만 책을 미처 들추기도 전에 가자고 재촉하는 분이 계셔서 그만 일어나야 했다. 다음에 다시 와서 읽지 뭐.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

     

    서점에서 나와 아래를 내려다 봤다. 한적하다. 여기가 그렇게 붐비던 신촌이 맞나 싶다. 거리에서 보는 느낌과 그 지붕 꼭대기 옥상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드러나지 않은 면에 대해 생각이 미친다. 사람도 마찬가지겠지. 드러나지 않은 면까지 가꿀 수 있어야 할 텐데 싶다. 

     

    왼쪽으로 가면 연대, 오른쪽으로 가면 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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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크앤북, 월간 디자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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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gIcon 4월의라라

      글과 그림 모두 다 제스타일일듯~ 오랜만에 서점 데이트 좋은데요. 신촌 같지 않게 거리에 사람이 없어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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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gIcon 열매맺는나무
        2020.07.08 22:57 신고

        사람 사는 것이 다 비슷한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구나 싶었습니다. 개성이 집집마다 다 달라요. ^^
        신촌 거리도 한산하지만 공실도 많아요. 힘든 분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겠죠.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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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gIcon 후까

      오 멋지다. 나무냄새가 나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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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gIcon freshmaria

      할머니 다락을 뒤지는 일...저도 어릴 때 다락에서 놀길 좋아했어요. 다락은 보물 창고였던 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한 선물들이 생기는 날도 있었죠. 드러나지 않은 면을 들여다보는 것에 깊이 공감합니다. 님의 글을 따라 가며 읽다 보면 어디 가서 잘 놀고 온 느낌이에요.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