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최고 보양식 민어 지리
지난 초복. 복날 음식으로 민어 지리를 선택했다. 보양식이라고 하면 흔히 보신탕이라고 불리는 개장국이나 삼계탕을 떠올린다. 하지만 여름 보양식의 최고봉은 단연 민 어지리고, 그다음은 도미탕이다. 삼계탕은 그 다음 세 번째다. "민어탕이 일품(一品), 도미탕이 이품(二品), 보신탕이 삼품(三品)"이라는 말이 있었다. 보신탕은 평민이 먹고, 민어탕은 사대부가 먹는다고도 했다. 1
그런데 여름이 오고 복날이 되면 민어가 생각나는 것은 그래서가 아니다. 아버지 생신 즈음이면 초복과 겹치는데, 그때가 되면 빼놓지 않고 큼직한 민어를 사다 맑고 칼칼한 민어지리를 시원하게 끓이시던 엄마가 생각나서다. 이제 아버지가 민어지리를 못 먹게된지 벌써 3년이 되었다.
민어가 생각나고 아내가 생각나도 딸에겐 말하기 어려우셨을 아버지. 그리고 늘 기쁜 마음으로 아버지를 모시는 막내. 그 두 사람을 위해 민어지리 패키지 세트를 보내드렸다.
수협 민어지리
아버지께 민어 지리를 해 드리고 싶지만 여의치 않고, 민어를 보내자니 막내 일거리만 늘 것 같았다. 망설이다 손질한 민어 토막과 필요한 채소가 함께 세트로 들어있는 패키지를 발견했다. 이거다! 싶어 가격을 봤는데, 너무 쌌다. 민어 지리가 2~3인분 양인데 13,200원이라니! 믿어지지 않았다. 보고 또 봐도 틀림없는 1만 3천2백 원이었다.
민어 한 마리가 얼만데, 채소에 육수까지 그 가격인지. 가격만 보면 정말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수협이란다. 시험 삼아 친정과 우리 집에 각각 하나씩 구입했다. 로켓 배송이 아니라 그 다음다음날 도착했다. 은색 보냉 백에 담겨 온 재료를 꺼내 보았다.
청홍고추 하나씩, 표고버섯 하나, 깐 마늘 서너 톨, 무, 호박이 각각 한 토막, 쑥갓, 대파가 들어있다. 왼쪽은 주인공인 민어. 토막으로 왔기에 그저 토막인 줄 알았다. 그런데 꺼내보니 정말 머리부터 꼬리까지 온전한 한 마리였다. 정말 작은 민어 한 마리. ㅎㅎ
민어 지리 만들기
민어지리 패키지 안에 만드는 방법도 들어있었다. 너무나도 간단한 만들기 3단계. 씻고 무를 넣고 끓이다 중간에 민어 넣고 10분 더 끓인다. 그리고 채소를 넣고 5분 더 끓이기. 쌀뜨물로 끓이면 잡내를 잡기 쉽다고 한다.
레시피 오른쪽 옆에는 재료 리스트와 원산지가 표시되어 있었다.
준비물
- 수협 민어지리 패키지
- 물 800 밀리리터 (설명서에는 600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실제로 만들어보니 동봉된 육수를 넣었을 때 우리 집 입맛에 비해 좀 짜고 탁한 느낌이 들었다.)
배달받은 민어 지리 패키지 외에 필요한 다른 준비물이라고는 물이 고작이다. 다른 것은 필요 없다.
만들기
1. 민어는 손질되어 있었지만, 지느러미는 떼지 않은 상태였다. 가위로 지느러미를 자르고 물에 씻는다.
2. 함께 들어있던 채소들도 모두 씻어 소쿠리에 건져 놓는다.
3. 냄비에 물과 육수 스프, 멸치, 무를 넣고 끓인다.
- 무는 납작하게 썰어 넣는다.
- 맛 내기에 자신이 있다면 육수 스프는 넣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았다. 자신이 없다면 물론 넣는 것이 좋다.
- 이때 집에 있는 다진 마늘이나 양파를 함께 넣어도 좋다.
4. 물이 끓기 시작하면 민어를 넣고 중불에서 10분 정도 끓인다.
- 찌개가 끓는 동안, 채소를 썰어 놓는다.
- 애호박은 반달 모양으로, 고추와 대파는 어슷하게, 버섯은 납작하게 썰면 된다.
5. 썰어둔 채소(쑥갓 제외)를 넣고 5분간 끓인다.
6. 간을 본다. 너무 짜면 물을 조금 더 넣고, 싱겁다면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7. 먹기 직전, 쑥갓을 넣고 불을 끈다.
- 쑥갓은 다른 채소에 비해 너무나 연약하다. 금방 숨이 죽으므로 다른 채소와 함께 넣고 끓이면 안 된다. 날로도 먹는 채소이므로, 먹기 직전에 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끓여먹어 보니 가성비가 높았다. 생선도 손질되어 오는 데다 따로 준비할 것들이 없어 편리하고 맛있었다. 민어 크기는 좀 작았지만, 한번 먹고 치우기 딱 좋은 양이었다.
아버지도 맛있게 잘 잡수셨고, 끓인 동생도 편하게 잘 먹었다고 했다. 다행이긴 한데, 분량을 미리 알았더라면, 또 맛이 이만큼 괜찮은 줄 알았더라면 좀 더 넉넉하게 보내드리는 건데 그랬다. 좀 아쉽다. 다음 복날을 기약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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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어는 어떻게 여름 보양식계 존엄이 됐나, 조선 오피니언, 2020.7.9.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