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식물원>>광장시장>>청계천 산책

서울식물원>>광장시장>>청계천 산책

일기예보를 보았다. 내일부터 엿새 동안 비 소식이 네 번! 슬슬 장마가 시작되는 걸까. 비 오기 전에 또 한 번 걸으러 나가야지 싶었다. 오늘 산책 코스는 서울식물원. 

 

서울식물원

전부터 언제 한번 가야지... 하고 미루다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서울식물원 사이트를 확인하니 9시 30 개장 6시 폐장이었다. 이용요금은 성인 5천 원, 청소년 3천 원, 소인 2천 원. 30명 이상 단체는 30% 할인.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었다.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는 혼잡해 대기할 수도 있다는 안내가 있어 아침 일찍 갈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출근 시간 지하철 이용만큼은 피하고 싶어 집에서 9시 반 넘어 출발했다. 

 

9호선 양천향교역 8번 출구로 나와 781미터를 걸었다. 출발할 때는 구름이 잔뜩 낀 날씨였는데, 이곳에 오니 맑게 개어 흰 구름이 두둥실. 땡볕에 걷는 것은 역시 6월에도 무리였다. 최고기온 26도 밖에 안 된다면서. 현재 기온 23도라면서. 왜 이렇게 뜨거운 건데. 

서울식물원 입구

걷다 보니 정문이 아니라 주차장이 나온다. 하지만 돌아가기에는 너무 뜨거워 그냥 직진. 주차장을 가로질러 나오는 서울식물원 건물. 멀리서 볼 때에는 평지에 납작해 보였는데, 가까이 와 보니 계단이.... 엄청나게 큰 철쭉 조형물 오른쪽에 있는 문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역시 정식 입구는 반대쪽이었나 보다. 곳곳에 붙어있는 온실 입구 안내 표지판에 있는 화살표가 모두 역방향.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지. 본격적인 관람에 앞서 간식부터 해결하기로. 앞으로 쭉 걷다 보니 오른쪽으로 카페가 보였다. 카페 코레우리. 무슨  뜻이지? Corée+우리? 알 수 없다. 

카페 코레우리. 바닥의 역방향 화살표 

식물원 카페답게 모두 그린그린~. 내가 앉은자리는 가운데 섬처럼 화단을 꾸민 저 가운데 자리. 사진 왼쪽이 입구이고, 오른쪽으로는 정원으로 나가는 문이 있다. 정원과 카페 사이에 있는 벽은 유리로 되어있어 환하게 정원이 내다 보인다. 문이 열려있어 환기도 잘 되어 좋았다.

서울식물원 카페 

단호박 샌드위치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둔둔하게 충전 완료!

가격은 샌드위치가 6,500원, 커피가 3,800원 정도 했던 것 같다. 내가 돈을 내지 않았더니 기억이.... ㅎ;

단호박 샌드위치 + 아이스 아메리카노

 

복도 한끝에(그러니까 정식 입구 근처에) 층별 안내가 있었다. 카페가 1층. 온실이나 매표소는 지하 1층에 있었다. 카페 반대쪽에 정말 수유실이 있었다. 내가 아이들을 키울 때에는 가슴 아프게도 화장실에서 젖을 먹여야 했었는데. 정말 좋아졌다. 흔하면 대접받지 못하는 것은 사람에게도 해당되는 건가. 아기도 사람인데 뒷간에서 밥을 먹어야 하다니. 요즘 엄마들 아기들은 좋겠다. 

  • 4층 - 이마트 24, 스무디킹, 푸드코트, 한식당
  • 3층 - 사무실, 회의실
  • 2층 - 보타닉 홀, 프로젝트 홀, 식물전문도서관, 백 합방, 분꽃 방, 으아리 방, 진달래 방
  • 1층 - 씨앗도서관, 프로젝트 홀, 기프트샵, 카페, 수유실
  • 지하 1층 - 온실, 매표소, 상설전시관, 안내데스크, 주차장
  • 지하 2층 - 주차장

 

북 라운지라는데, 도서실처럼 보였다. QR코드를 찍던지 명부만 작성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가까운 곳에 있으면 좋을 텐데. 이 동네 사람들은 좋겠구나. 온실과 주제 정원을 빼면 모든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니. 물론 카페나 식당은 빼고. 

북라운지

 

화장실이 깨끗해서 찍어봤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시설은 좋다. 하지만 환기가 잘 안 되는 것 같았다. 마스크를 했는데도. 그래서 감점 20점. (하지만 그것은 아주머니 탓이 아닙니다. 올리고 보니 얼굴이... 먼 거리인 데다 마스크로 가려져서 그냥 올립니다.)

서울식물원 화장실^^;

 

씨앗도서관도 있었다. 10시부터 5시 까지. 내가 왔다는 기록만 남기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빈 공간 한 톨도 그냥 두는 법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곳. 아기자기한 것이 어쩐지 하트의 여왕이 등장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1층에는 정원 지원실, 기프트샵이 있었다. 정원 지원실은 정원 상담소, 모델정원 전시, 반려식물 소개, 정원 정보 안내, 맞춤형 정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일을 하는 곳이었... 하지만 잘 모르겠다. 일테면 무인양품의 인테리어 상담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려나. 

정원지원실

기프트샵은 알겠다. 

 

식물, 정원을 주제로 한 다양한 상품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물뿌리개와 화분, 그리고 머그. 머그가 여기 있는 것이 처음엔 참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물은 식물만 먹는 것이 아니니까. ㅎㅎ

 

화분에 자석을 붙여놓은 미니 자석 화분 7천 원, 8천 원. 기발하긴 한데, 저 좁은 데서 생명을 이어가는 저 풀들은 어항에 갇힌 물고기보다 더 불쌍해 보였다. ㅜㅜ 

그 아래는 서울식물원에서 찍은 사진을 마그네틱으로 만들어 놓은 소품들. 

 

문구류도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주제는 역시 식물.

 

가죽으로 된 컵받침이 그중에서 눈길을 끌었다. 

 

드디어 온실 입구!!!

 

매표소는 지하 1층으로 내려가 밖으로 나간 곳에 있었다. 식물원 입장권이라 그런가. 정말 우아롭다. 버리지 말고 책갈피로 써야지. 이렇게 아름다운 꽃 이름이 으아리라니. 우리 조상들이 이름 붙였을 당시의 으아리란 어떤 느낌이었고 무슨 뜻이었을까. 당시로 여행 갈 수 있다면, 우리는 통역 없이 의사소통할 수 있을까? 과연?

서울식물원 입장권

그런데. 식물원 안으로 들어가려면 이 입장권을 찍고 들어가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입장권 뒷면에는 QR코드가 있는데, 이것을 찍어야 문이 열린다. 입장권 한 장만 있으면 밖에 있는 주제 정원을 들어갈 때 표를 또 살 필요가 없다. 그러니 온실 관람을 마쳤다고 입장권을 버리면 안 된다. 

이 사진을 찍는 동안 QR코드가 폰에 인식되어 '사파리에서 웹 검색 콘텐츠'하면서 일련번호가 떴다. 궁금해서 탭해 보았지만, 일치하는 검색 결과가 없다고 표시될 뿐, 별 내용 없는 그냥 입장권 번호였다. 

서울식물원 온실 입장

 

열대관

온실에 들어왔다. 사진으로도 공중이 뿌옇게 보인다. 이곳은 열대식물을 위한 곳. 열대의 특징이 뭔가. 고온다습이 아니던가. 온실의 열대지방은 하노이, 자카르타, 상파울루, 보고타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그런 환경을 구현해 내기 위해 사정없이 공중으로 습기가 뿜어 나오고 있었다. 

 

공중으로는 가습을 위해 습기를 뿜어내고, 땅에는 물이 흐른다. 그 사이에는 폭포가 있다. 온실은 6월에 올 데가 아닌 것 같아. ㅎㅎㅎ 추울 때 오면 따뜻함을 즐길 수 있을 것 같고, 삼복더위에 오면 밖이나 여기나 별 다를 게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볕은 뜨거워도 그늘은 시원한 요즘 같은 날씨에는 글쎄. 

서울식물원 열대관에 쏟아지는 폭포

지중해관

지중해관으로 넘어오니 덥긴 하지만 바람도 불고 어쩐지 산뜻하게 느껴진다. 그렇다. 습도가 뚝 떨어진 것이다! 아, 보송하다는 것이 이렇게 산뜻하고 기분 좋은 것이었어. 사막처럼 극한 건조는 괴롭겠지만, 열대우림처럼 그야말로 휴미드 한 대기 역시 힘들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도 열대우림보다는 지중해성 기후가 더 좋다. 

 

여름은 고온건조, 겨울은 온난다습. 우리가 지리 시간에 배웠던 지중해성 기후의 특색이다. 여름에 고온 다우, 겨울엔 한랭건조인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지중해관의 배경은 바르셀로나, 샌프란시스코, 로마, 타슈켄트, 이스탄불, 퍼스, 케이프타운이다. 샌프란시스코는 Cs가 아니라 Cfb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잘못된 것이었다. 

 

지중해성 기후대의 농작물은 올리브, 포도, 오렌지(라고 배웠다). 온실에서도 여러 종류의 올리브나무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렌지나 포도나무는 본 기억이 없네. 

지중해관에 있는 올리브나무

터키 구역에는 정열적으로 보이는 꽃나무가 있었다. 무궁화를 닮은 이 꽃은 히비스커스(팻말은 미처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옛날 우리나라는 근역(槿域-무궁화동산)이라 불릴 정도로 무궁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일제의 무궁화 말살정책으로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에 맞지 않을 정도로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 옛날에는 얼마나 다양한 품종의 무궁화가 피어있었을까. 얼마나 아름답고 화려한 모습으로 금수강산을 물들였을까. 

터키 히비스커스

 

스카이 워크

온실 관람을 마치고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로 올라가면 스카이 워크가 나온다. 온실 여기저기를 공중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든 다리 같은 구조물인데, 이곳에서 보는 모습도 무척 아름다웠다. 키가 커서 아래에서는 볼 수 없던 나무들을 바로 눈 앞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열대의 나뭇잎들은 얼마나 커다란지! 잎 하나가 내 키의 몇 배나 되는 것들도 있었다.

스카이 워크

 

외부 정원

밖으로 나와 외부에 있는 주제 정원으로 향했다. 끝없을 것처럼 펼쳐진 들판으로 여러 가지 주제의 정원들이 펼쳐져 있었다. 다음의 8가지 주제 정원이 있었는데, 날이 너무 뜨거워 초대의 정원만 걸었다. 가을이 오기를 기약하며... 

  • 바람의 정원 - 빛깔과 생김새가 다른 여러 풀들이 만들어내는 이국적인 정취가 쉼과 여유를 선사하는 정원
  • 오늘의 정원 - 시간 흐름에 따라 꽃이 피고 열매가 익고 씨앗이 흩어지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정원.
  • 추억의 정원 - 한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잊힌 식물이 전시된 정원. 
  • 사색의 정원 - 우리나라 전통 정원의 아름다움을 재현한 정원. 정자 마루에서 자연경관을 집안으로 들이는 차경을 감사할 수 있다.
  • 초대의 정원 - 식물을 문화로 즐기는 현대인의 취향을 반영한 정원. 사계절을 대표하는 식물로 꾸며져 계절감을 느끼기 좋다.
  • 정원사 정원 - 새롭고 참신한 정원 모델을 제시하는 작가들의 실험 공간. 정원 트렌드를 미리 만나볼 수 있다.
  • 치유의 정원 - 민간요법에 쓰이는 약용식물을 전시한 정원.
  • 숲 정원 -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나라 자생종과 특산 식물로 한국의 숲을 재현한 정원. 

초대의 정원
노란 나리가 곱다

 

광장시장에서 점심

원래 가려고 했던 곳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우래옥. 을지로 4가에서 내려 기억을 더듬어 찾아갔다. 하지만 어찌나 대기하는 분들이 많은지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옛날에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서울 인구가 이렇게나 많이 늘었구나. 

 

할 수 없이 나와 간 곳이 바로 광장시장이었다. 전에 갔던 모녀 김밥을 찾아가 김밥과 녹두전을 먹었다. 김밥만 먹고 녹두전은 전에 늘 가던 곳에서 먹으려다 그냥 먹었는데, 의외로 맛있었다. 마약김밥 마약김밥 하더니 녹두전에도? 그런데 녹두전도 녹두전이지만 저 양파를 넣은 간장이 다른 집보다 달큼하게 맛있었다. 비결은 간장에 있었는지도. 

광장시장 빈대떡

청계천 산책

점심을 잘 먹고 배불 배불. 청계천을 걷기로 했다. 청계천 건너 방산시장 쪽에는 수건 도매 집도 많다. 전에 남대문 시장에서 샀던 여름용 수건이 모자란 것 같아 몇 장 더 사고 청계천을 걸었다. 풀숲이 과할 정도로 우거져 이쪽 구간은 물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산책로로 내려가는 계단은 무슨 정글인 듯.  

우거진 풀숲 사이로 보이는 청계천

 

날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습해졌다. 곧 소나기라도 한 줄기 쏟아질 것만 같았다. 멀리서부터 천둥소리가 우르르 우르르 들렸다. 세운상가 앞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정말 습한 기운이 느껴지게 나왔다. 그러기를 한참. 거의 3가에 도달하자 후드득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얼른 지하철로. 오늘 걸음수는 13,956보. 발이 아파 한참 걸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얼마 안 걸었나 보다. 발이 아팠던 것은 금방 돌아올 줄 알고 슬리퍼를 신고 나갔기 때문인가 보다. 

 

내일도 오후에 비가 온다고 한다. 그리고 금토일 또 비. 내일은 집에서 가만히 일 좀 해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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