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팁스 성수 수제버거

핑거팁스 성수역 수제버거

내일부터 다시 비가 내린다는 소식에 오늘은 나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해가 나는 날이 없던데 오늘 아니면 집에만 있어야 될 것 같았기 때문에. 원래 계획은 신답역에서 시작해 시청까지 청계천을 따라 쭉 걷는 것이었는데, 갑자기 지하철에서 마음을 바꿔 성수역에서 내려버렸다. 수제버거에 꽂혀서 찾아간 곳이 바로 핑거팁스라는 수제버거 집이었다. 

 

핑거팁스는 큰 길가에 있지 않다. 성수역 3번 출구로 나와 5분 정도 골목 사이를 걸어가면 보인다. 11시부터 영업 시작인 줄 알았는데, 11시 30분부터였다. 동네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시간에 맞춰 들어갔다. 우리가 첫 손님. 

자리에 앉아 바라본 핑거팁스 가게 내부

 

창가 자리에 앉아 주위를 돌아보았다. 공장, 창고, 가게들 깊숙히 들어온 주택가들이 이젠 또 음식점, 카페로 바뀌고 있었다. 길거리에는 주민들로 보이는 어르신들도 많았는데, 다들 어디 사시는 분들인지 모를 정도로 일반 주택은 찾기 어려웠다. 혹시 1층만 가게이고 위층은 주택인 걸까.

 

핑거팁스 메뉴

QR출입증을 찍고 창가 자리를 골라 앉았다. 집에서 나올 때는 곧 비라도 내릴 듯 흐린 날씨였는데, 앉아서 밖을 보니 해가 쨍쨍하다. 

핑거팁스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버거, 프라이, 사이드, 음료 등이 있었다. 

버거

  • 인덱스 - 7,300원 : 하우스 소스, 토마토, 로메인, 패티, 구운 양파, 핑거 소스 
  • 치즈 인덱스 - 7,900원 : 하우스 소스, 토마토, 청겨자, 로메인, 아메리칸 치즈, 패티, 구운 양파, 핑거 소스
  • 미들 - 8,900원 : 스리라차 마요, 토마토, 청겨자, 몬터레이 잭 치즈, 청양고추 양파 볶음, 패티, 스파이시 토마토소스, 구운 양파, 핑거 소스
  • 링 - 9,900원 : 바질 페스토, 토마토, 청겨자, 로메인, 그라나 파다노 치드, 모짜렐라 크림소스, 패티, 구운 양파, 핑거 소스
  • 핑키 - 9,900원 : 토마토, 청겨자, 로메인, 데리야키 소스, 구운 파인애플, 체다 치즈, 패티, 구운 양파, 핑거 소스
  • 썸 - 10,900원 : 달걀 프라이, 살사/사워크림, 베이컨, 모짜렐라 치즈, 체다 치즈, 볶은 양파, 패티, 토마토/청겨자, 구운 양파, 핑거 소스

(다른 색으로 표시된 것은 인덱스 버거와 구별되는 다른 재료들입니다.)

 

인덱스 버거가 가장 기본이 되는 버거이고, 나머지 메뉴들은 이것을 조금씩 변형한 것들로 보였다. 치즈 인덱스는 인덱스 버거에 청겨자와 아메리칸 치즈만 더 들어가 있다. 하지만 나머지 버거는 또 다른 특색을 보이는데, 미들은 매운맛이 먹고 싶을 때, 링은 치즈가 두 종류가 들어가 치즈 맛을 즐기고 싶을 때 먹으면 좋을 것 같다. 핑키는 하와이안 느낌이 들고 썸은 달걀에 베이컨, 치즈가 들어있어 내가 딱 좋아하는 맛. 

 

그런데 메뉴판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아. 이거 손가락 이름이네. 그래서 가게 이름이 핑거 팁스였구나. ㅎㅎ 집게손가락, 가운데 손가락, 약 손가락, 새끼손가락 그리고 엄지 손가락.  그렇지. 역시 썸이 최고 맛있는 버거였어. 하지만 버거를 만 원 넘게 주고 사 먹을 생각은 들지 않아 단순한 인덱스 버거와 치즈 인덱스를 골랐다. 

핑거 팁스 메뉴

토핑

아래쪽을 보니 토핑도 추가할 수 있었다. 

아메리칸 치즈, 체다 치즈 소스, 해쉬 브라운, 계란 프라이는 각 1,000원, 체다 치즈, 몬터레이 잭 치즈, 모짜렐라 치즈는 각 1,300원, 베이컨은 1,500원이었다. 패티 사이즈를 늘리고 싶으면 1,800원, 소고기 대신 통새우 패티로 바꾸려면 2,300원, 또 더블 패티는 4,300원이었다. 

프라이

감자튀김은 모양에 따라 6가지가 있었다. 가장 기본은 웨지. 감자튀김을 보니 맥주랑 딱 어울릴 것 같은 몇 가지가 보인다. 

  • 웨지 - 2,700원 (반달 모양, 고소하고 담백한 맛)
  • 레귤러 - 2,900원 (우리가 흔히 먹던 감자튀김, 짭짤)
  • 올리고 프라이즈 - 3,900원 (올리고당으로 단짠단짠)
  • 시즈닝 포테이토 칩 - 3,900원 (단짠 매콤 시즈닝, 술안주)
  • 치즈 프라이즈 - 3,700원 (짭짤, 체다 치즈 소스)
  • 갈릭 트러플 프라이즈 - 4,500원 (마늘맛, 트러플 오일, 그라나 파다노 치즈)

패티는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사용하는 상위 2% 프라임, 또는 CAB 등급 냉장 소고기를 매일 아침 손질하고 갈아서 만드는 거라고 한다. 바싹 굽지 않는다고 하니, 웰던으로 먹고 싶으면 미리 말해야 한다. 육즙을 위해 소지방을 따로 갈아 넣지 않는다는 말이 적혀있는 것을 보니, 그런 가게들도 있는 모양이다. 마치 우리 00은 3無! 이런 광고를 보는 느낌이랄까. 

번도 매일 아침 첨가물 없이 자연 재료로 브리오슈 빵을 만든단다. 빵이 어쩐지 부드럽고 말랑하니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어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맞았다. 읽고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먹고 나서 메뉴판을 정독하는 스타일. ㅋㅋㅋ

게다가 아메리칸 치즈(70%)를 빼고 모두 자연 치즈를 사용한단다. 이러면 정말 수제버거  먹을 만 하지. 

 

주문 방법

무슨 메뉴판에 주문 방법이 따로 쓰여있을까 싶지만, 읽어보니 적어놓을 만했다. 여럿이 와서 각자 계산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네이버 스마트 주문을 이용하란다. 이거 참 좋다. 계산대 앞에 줄 길게 늘어서 다른 사람 괴롭게 하지 않고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다른 곳에서도 이런 방식을 도입하면 좋겠다. 

 

런치 스페셜 세트

인덱스 버거에 한해 점심시간에 세트 메뉴로 먹을 수 있다. 인덱스 버거 + 음료 + 웨지 프라이 세트가 9,900원. 11시 30분부터 1시 30분까지 2시간 동안 주문할 수 있다. 대신 포장은 되지 않는다. 음료나 프라이, 토핑을 추가, 교체할 수 있다. 

 

나는 인덱스에 트레비 탄산수를 추가하려고 했는데, 직원분이 세트 메뉴를 소개해 주셔서 감자튀김까지 먹게 되었다. 이분이 주문도 받고 계산도 하고 안내도 하고 서빙도 하고 전천후 멀티 플레이어 역할을 하는데, 태도와 말씨가 어찌나 똑 부러지고 친절한지 과연 알바나 직원이 맞을까, 어쩌면 젊은 사장님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 만약 사장님이 아니라면, 멀지 않은 장래에 될 것만 같다. 아무 상관도 없고 오늘 처음 본 분인데, 일하는 태도에 감탄해 저절로 응원하게 되었다.

핑거팁스 런치 스페셜 세트

 

주문을 하고 옆에 있는 셀프 바에서 소스와 피클을 덜어왔다. 피클은 오이와 할라피뇨 두 가지가 있었고 소스는 서너 가지 준비되어 있었다. 스테인리스 종지에 덜면 되는데, 오른쪽에는 작은 개인 접시도 준비되어 있었다. 케첩이 펌핑되지 않으면 왼쪽에 작은 통도 있으니 그걸 이용하면 쉽게 담을 수 있다. 

 

인덱스 & 치즈 인덱스

탄산수와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먼저 나오고, 잠시 뒤에 인덱스와 치즈 인덱스 버거가 나왔다. 아. 배고파. 글을 쓰면서 사진을 보자니, 다시 배가 고파진다.  

인덱스 & 치즈 인덱스

 

치즈 인덱스는 꽂이 위에 이렇게 'cheese Index'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옆에는 피클이 두 조각. ㅎㅎ

핑거팁스 치즈 인덱스

 

인덱스 버거는 런치 스페셜 세트로 주문했기 때문에 피클 말고도 웨지 프라이가 함께 나왔다. 브리오슈 번 위에 깨가 송송.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핑거팁스 인덱스

 

이런 버거는 도저히 손에 들고 입으로 베어 물 수가 없다. 피자도, 치킨도, 버거도 손으로 딱 잡고 먹어야 제맛인데. 자칫하다간 턱이 떨어질지도 몰라 그럴 수 없었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먹는 것이 수. 꽂이 막대는 빼지 않고 그대로 둬야 속이 밀리지 않고 잘 잘린다. 버거를 써는 요령은 처음엔 칼의 톱니를 써서 빵을 살살 잘라 주다 빵이 어느 정도 잘리면 과감하게 힘을 가해 잘라야 한다. 처음부터 힘을 줘 자르면 납작꿍이가 되고 속이 다 빠져버린다. 

수제 버거 잘라 먹는 요령

 

메뉴에 나와있던 것처럼 번-하우스 소스-토마토-로메인-패티-구운 양파-핑거 소스-번 순서로 차곡차곡 쌓여있는 것이 보인다. 아이폰 8 카메라로 찍었는데, 예상보다는 잘 나왔다. ㅎㅎ

인덱스 단면 모습

먹어 보니, 나무랄 데 없는 맛이다. 광화문 빌즈에서 먹었던 버거가 생각났다. 그때는 와규 패티였고 간도 좀 센 편이었다. 이곳 핑거팁스는 미국산 소고기 패티에 재료 맛을 잘 살린 산뜻 담백한 맛이었다. 

세트 메뉴를 먹다 보니, 정말 무리다 싶도록 먹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다음엔 감자는 포기하고 버거만 먹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론 내가 양이 많이 줄었구나 하는 생각도.... 

 

밖으로 나와 소화를 돕는 산책을 했다. 특이하게 생긴 우란문화재단을 지나 공원으로 들어갔다. 

우란문하재단

 

나무 그늘이 시원하다. 사람이 만든 그 어떤 그늘과 비교할 수 없다. 바람이 분다. 걷는 것보다 이렇게 앉아있는 것이 더 소화에 도움되는 것 같다. 벤치 앞에 운동기구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동네 어르신들이 운동을 하고 계셨다. 그런데 전부 할머니. 신기하다. 할아버지들은 어디 가 계신 걸까. 

놀이터 벤치에 앉아 구경하는중

핑거팁스 위치정보

  • 주소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 2가 3동 연무장 7가길 5-1
  • 전화 : +827042320805
  • 영업시간 : 월~금 11:30~21:30 (3:30~5:30 브레이크 타임) / 토, 일 12:00~21:00


지도에 남긴 후기들을 보니 비슷한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좀 비싼 듯했지만, 좋은 재료를 쓰는지 부대끼지는 않더라... 하는 것들이었죠. 감칠맛, 얕은 맛은 아니었습니다. 간이 세거나 자극적인 맛도 아니었고요. 젊은 분들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렸더군요. 일반적인 맛집 맛이라기보다는 그저 집에서 만든 것처럼 속이 편한 음식이었습니다. 과식했는데도 어느 틈에 소화되어 버렸네요. 가끔 집밥에서 벗어나 다른 것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날 때, 그때 한 번쯤 찾아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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