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 고향 손 칼국수 / 넷플릭스 칼국수

광장시장 고향 손 칼국수 / 넷플릭스 칼국수

어제는 아침 일찍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그렇게 시원하게 내리다 보니 슬쩍 칼국수 생각이 났다. 시원하게 내리는 빗속을 우산 쓰고 걷다 칼국수 한 그릇 먹어도 좋을 것 같았다. 아침 일도 다 마쳤겠다, 좀 늦은 아침 산책을 하기로 했다. 광화문에서 버스를 내려 청계천을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비가 점점 그치기 시작했다. 청계천 3가쯤 다다랐을 때는 해가 나더니, 곧 내리쬐기 시작했다. 말갛게 씻긴 공기를 뚫고 닿는 자외선은 더 강해진 것만 같았다. 아 뜨거워.... 이래서 어디 뜨끈한 칼국수를 먹겠나. 하지만 이열치열이라는 말도 있으니 그냥 먹자 마음먹고 앞으로 전진. 그래서 도착한 곳은 광장시장 고향 손 칼국수

 

넷플릭스 길 위의 셰프들에 나온 이후, 넷플릭스 칼국수로도 알려진 곳이다. 광장시장 동부 A 70호. 하지만 별 의미 없는 호수다. 그걸로는 찾기 어렵다. 차라리 광장시장 먹자골목, 세 길이 이어지는 지점을 찾는 편이 빠르다. 그 옆 가게에 붙은 송월타올이라는 푸른색 큰 간판이 멀리서도 보이니, 그걸 바라보고 가도 좋겠다. 

 

광장시장 고향 손 칼국수

뭘 먹을까?

광장시장 고향 손 칼국수에 오면 뭘 먹어야 좋을까? 물론 대표 메뉴는 손칼국수다. 커다란 도마에 밀가루 반죽을 올리고 홍두깨로 밀어 칼로 숭숭 썰어 끓이는 그 맛은 기계 국수로는 절대 내지 못한다. 그 다음으로는 만두국이고, 둘 다 맛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만두 칼국수가 있다. 물론 수제비와 떡국, 떡만두국도 있다. 만두 칼국수만 6천 원이고, 나머지는 모두 5천 원이다. 우뭇가사리도 있었는데, 이건 얼만지 기억이 안 난다. 

 

  • 6천 원 - 만두칼국수
  • 5천 원 - 손칼국수, 만두국, 떡만두국, 수제비, 냉면, 비빔국수, 잔치국수

 

광장시장 고향 손 칼국수 메뉴판

 

만두국 & 손칼국수

그러잖아도 앉으려는데, 다정하게 여기 시원한 데로 앉으라며 안내해 주신다. 사뭇 식구라도 챙기듯. 두 길이 만나는 위치에 있어 바람도 잘 통한다. 머리 위 선풍기가 시원함을 더한다. 자리에 앉으니 반찬과 시원한 결명자차를 내어 주신다. 반찬은 미나리가 들어간 배추김치와 고춧가루를 넣지 않은 열무김치다. 결명자차는 어릴 때 엄마가 눈 나쁜 날 위해 내내 끓여주시던 건데. '하부차는 눈에 좋아' 하시며 말이다. 갑자기 지금은 곁에 계시지 않는 엄마가 생각난다. 엄마. 

 

차가운 결명자차와 김치

급식실이나 구내식당에서 자주 보는 스테인리스 컵에 결명자 차를 따라 두 잔이나 마셨다. 그러잖아도 뜨거운 길을 광화문 서부터 걸어온 내게, 정말 달다. 배추김치야 잘 아는 그 맛인데, 이 열무로 만든 백김치는 정말 별미다. 풋내 하나 없이 어쩜 이렇게 시원하고 맛나게 만들었을까.  

 

마치 산처럼 칼국수 면과 우무가 쌓여있고 그 옆에는 각자 입맛에 맞게 넣도록 마련된 양념장과 송송 썰어놓은 청양고추도 있다. 그 너머 칼국수를 써는 사장님이 보인다. 이렇게 주문받고 조리도 하면서 틈틈이 반죽을 밀고 국수를 썬다. 쉬지도 않는다. 쉴 새가 없다. 그런데 그 모습이 어쩐지 이모 같다. 우리 이모 같아서가 아니다. 그냥 모든 이들의 이모 같은 필. 그래서 사람들이 너나없이 이모라고 하는 걸까. 

 

칼국수집 이모가 국수를 썰고 있다

만두국

드디어 나온 만두국! 채 썬 애호박에 김가루가 소복하다. 일단은 국물. 멸치국물이 시원하다. 만두 하나를 건져 앞접시에 덜어 한 입. 응? 솔직히 만두는 기대 안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맛있음에 깜짝 놀랬다. 김치만두를 좋아하지 않아 전부 고기로만 달라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깔끔하다. 만두 속에 두부가 많다. 보통 동그랑땡이나 만두소 만들 때 두부를 짜서 넣는데, 잘못하면 너무 단단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는 너무 꼭 짜지 않아 퍽퍽하지 않고 촉촉해 좋았다. 

 

만두국

칼국수

뒤를 이어 내가 시킨 손칼국수도 나왔다. 역시 애호박에 김가루, 그리고 눈에 띄는 건 소복하게 한 구석에 뿌려진 후추. 멸치와 건새우로 낸 국물 맛은 딱 농심 멸치 칼국수 맛이다. 웃긴 비유지만 정말 그랬다. 농심 멸치 칼국수가 칼국수 맛을 잘 낸 거겠지만 말이다. 실제로 돌아가신 시어머니는 라면이라고는 절대 드시지 않았는데, 그건 그래도 어쩌다 한번 드시곤 했다. 어젠 친정과 시댁 두 어머니가 차례로 생각나는 날이었다. ㅎㅎ

 

손칼국수

면을 한 젓가락 집어 들고 입으로 쏙~ 호들 호들 쫄깃하다. 절단면이 살아있으면서 고르지만 똑같지 않은 면발. 정말 진심으로 엄마 생각이 난다. 그런데 먹으면 먹을수록 내 입맛엔 너무 짰다. 금방 맛본 만둣국 국물은 딱 좋았는데, 이상하다. 아무래도 칼국수 국물은 오래 끓여 졸아들어 그런 것 같았다. 

 

호들호들 면발이 부드러워~

그만 먹고 일어나려는데, 이모는 '더 먹고 가~ 좀 더 먹고 가~'하신다. 왜 미안한 마음이 드는지. 좀 짰다. 하지만 맛있었다. 만두국 넘나 맛나서 뺏어먹었더니 배부르다고 했다. 다음엔 안 짜게 해주겠다신다. 어조와 음색이 왜 이렇게 다정한지, 그리고 왜 서로 측은하게 알아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다. 다시 생각해도 감동이다. 이 집이 인기있는 데는 음식 맛도 맛이지만, 이모님 인품도 큰 몫을 했을 것만 같다. 도저히 일부러 지어서 하는 것 같지 않아. 다음에 가면 꼭 만두국 한 그릇 먹고 올 테다 결심해 본다.

 

잘 먹고 길을 걷다 돌아봤다. 또 무심히 칼국수 반죽을 밀고 계신다. 고기를 싫어해서 순대가게를 칼국수 집으로 바꿔버렸다는 이모님. IMF 이후 생계며 자녀 교육이 혼자 몫이 되었다고. 이제 빚도 다 갚은 지 오래고, 아들은 호텔 셰프가 되었단다. 20년을 감당하신 이 분이 존경스럽다. 

 

다음은 길 위의 셰프들 공식 예고편. 아쉽게도 정말 순간순간 나온다. 

다음은 다른 채널에서 발견한 동영상.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