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손가락을 데었다. 수증기에 데이면 다른 화상보다 훨씬 아프다. 흐르는 물에 상처를 식혔다. 중간중간 아침 밥상을 차리면서 도시락도 쌌다. 그러고 나서 다시 찬물에 식히다 9시 30분이 지나 약국에 가서 약을 사 왔다.
보통은 그냥 찬물에 식히면 화기가 빠지면서 괜찮아 졌는데, 이번엔 찬기가 사라지면 후끈하고 쓰라려서 안 되겠다 싶었다. 살짝 물집까지 잡히려는 것 같았다.
미보 연고
약사님이 권한 것은 '미보'라는 화상연고였다. 왼쪽 화상 밴드는 일하다 자꾸 스쳐서 덧날까 봐 그냥 사 온 것. 하필이면 오늘 대보름 나물을 한다고 다 사두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손을 써야 한다.
약사님은 연고를 바르고 일반 밴드를 붙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거즈에 쓸려서 아플 것 같았다. 그래서 거금 6천 원을 들여 구입. Burn이라는 이름인데, 소독제도 들어있고 쿨링 효과도 있는 방수밴드라고 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일반 메디폼은 붙였다 나중에 뗄 떼 살점이 떨어져 나간다는 글이 있어 굳이 화상 밴드를 고르게 되었다.
약국에서 돌아오는 길, 쓰라리기 시작한다. 얼른 집에 돌아와 연고부터 꺼냈다. 마음은 급한데 '나 새 거요~'하는 은박 탭이 떨어지질 않는다. 겨우 떼어내고 연고를 손가락에 짰다. 한꺼번에 쭈욱 하고 나온다. 보통 연고 색이 아니다. 살짝 투명한 Raw Umber. 상처는 작은데 너무 많이 나왔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바르다 보니 주변이 다 쓰라렸다. 보이는 것보다 데인 면적이 넓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 가운데 마디 부분인 줄로 알았다. 그런데 둘째와 넷째 손가락, 손가락 사이도 쓰렸다. 나는 미처 몰랐어도 이렇게 다 바르라는 뜻이었구나 싶어 감사합니다 하고 골고루 다 펴 발랐다.
이 연고에 특이 점이 있다. 색깔도 신기하더니, 냄새도 희한하게 참기름 냄새가 난다. [성상] 담황색의 참기름 향미가 있는 전질 균등한 연고제라고 적혀있다. 기타 첨가제에 참기름이라고도 적혀있다. 참기름이 화상에 좋은 건가? 재미있다.
그런데, 이 약이 효과가 좋다. 오른손을 다쳤으니 좀 놀아볼까? 하면서 바나나 우유와 붕어빵을 먹으며 잠시 유튜브를 보다 보니, 쓰라린 것이 멈췄다. 오호라~ 8천 원 값어치를 하네 하면서 어느 회사에서 나온 걸까 들여다보았다. 부채표 동화약품. 그런데 제조자는 산두 미보 제약 유한공사, 주소는 Guangdong. 광주도 아니고 광동? 가격이 적힌 스티커를 떼어보니 China.
연고 하나에 회사 이름이 세 개나 적혀있다. 동화약품, 한도, 산두 미보 제약 유한공사. ㅎ... 산두 미보 제약에서 만든 것을 한도 상사라는 회사에서 수입해서 동화약품 상표를 붙여서 파는 것인가 보다. 전에 제조자와 판매자가 다른 과자나 빙과류 제품을 보긴 했지만, 약 종류도 이렇게 나오는 건가. 이런 건 좀 기분이 좋지 않다.
꼬끼오 계란찜기로 달걀 삶을 때, 명심하자!!!
운동하는 사람들이 잘 먹는 것이 닭가슴살, 흰 살 생선, 그리고 삶은 달걀이다. 막내가 운동하면서 증량을 하는데, 하필 달걀 가격 한창 오를 때부터 시작해 지금도 달걀을 두 판씩 산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달걀을 챙겨간다고 꼬끼오 찜기에 달걀을 담아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표시선까지 물을 붓고 달걀 4개를 넣은 다음 뚜껑 잠그고 7분이면 완숙 완성.
깨끗하고 편리한 데다 달걀 껍데기까지 홀홀 잘 벗겨져 정말 좋다. 그런데,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물 넣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깜빡하고 물을 넣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터진다. 바로 내가 수증기에 덴 이유다.
꼬꼬 찜기는 암탉 모양인데, 꼬리 부분에 손잡이가 있다. 그걸 잡고 아래쪽을 살짝 받쳐주며 들어야 한다. 그런데 오늘은 그 꼬리 부분이 저 뒤쪽을 향해 있어서 전자레인지 않으로 오른손을 쑥 집어넣었다. 바로 그 순간 퍽하는 소리가 나면서 폭발했다. 달걀이 터지면서 온 사방으로 파편이 튀었다.
전자레인지로 달걀을 조리할 때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꼬끼오 찜기가 아무리 안전하다 해도 물 넣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럼 폭발한다. 어떤 분 후기를 보면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 삶아 터진 적도 있다고 한다. 물을 넣지 않았던 막내 녀석은 출근하면서 연신 'ㅠㅠ'들어간 문자를 보내왔다. 난 괜찮다고 안심시켰다. 조심하자. 실명할 수도 있다.
▶ 전자레인지에 넣어둔 삶은 계란 갑자기 폭발해 한쪽 눈 실명한 여성